'살과의 전쟁' 권하는 사회… 지나치면 건강에 '독' 될 수도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서울시학생교육원 대성리교육원에서 열린 '하계 튼튼이 캠프'에서 초등학생들이 밴드 체조를 하고 있다.
'비키니 몸매가 가장 좋을 것 같은 연예인은?'

올해도 어김없이 비키니 몸매의 '종결자'를 묻는 설문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올 여름 바캉스 시즌을 맞아 스포츠멀티숍 인터스포츠가 7월 5일부터 11일까지 성인남녀 648명에게 길거리 설문조사를 펼쳤다.

그 결과 응답자 중 36.5%가 '섹시스타' 이효리를 1위로 지지했다. 건강미와 더불어 섹시 아이콘으로서 그녀를 먼저 떠올렸던 것. 또한 비키니에 어울리는 몸매는 슬림한 것보다는 탄력 있고 건강한 몸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여름 바캉스 준비 시 가장 걱정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는 '다이어트'가 38.9%의 대답으로 1위에 올랐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이다 보니 몸매관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는 증거다. 여기에다가 '몸매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신체부위'로 남녀모두 '허리'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들은 50%에 가깝게 허리를 꼽았으며 허벅지(32.2%), 팔뚝 살(12.3%), 엉덩이(6.7%) 순이었다. 부분적인 군살이 여성들에겐 골칫덩이인 것이다. 가뜩이나 몸매에 자신 없는 사람들에게 비키니나 노출, 여름 등은 싫은 단어임에 틀림없다.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다이어트 워> 시즌 5
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국, 다이어트가 해답인 셈이다.

살 빼라고 종용하는 TV

두 남녀가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름 휴가지를 고르고 있는 것. 여자는 '산'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남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바다'로 가야한다며 근엄한 표정까지 지어 보인다. 과연 이들이 간 곳은 어디일까?

농심 켈로그의 '스페셜 K'는 3년 전부터 체중조절용 시리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모델 이수경은 그간 스키니 진이나 배꼽티, 비키니의 복장을 선보이며 몸매관리에 열중하는 여성들을 대변했다. 14일, 2주간 관리하면 이수경만큼이나 멋진 몸매의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사인 동서식품 포스트의 '라이트 업'도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사랑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물론 체중관리, 몸매관리를 위한 시리얼이라는 것이다. 김사랑은 민소매와 핫팬츠를 입고 '당신도 날씬해질 수 있다'고 온몸으로 전한다. 두 제품 모두 영양소를 공개했는데 공통점이 있다.

다이어트 팬츠 형지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모두 0g이다. 살이 절대 찔 수 없다는 선전포고다. 각각 152kal와 148kal라고 하니 몸에 포만감도 있을까 말까 한 양이다. 400g과 저지방 우유 200ml을 먹으라고 하는데 그 진실을 아는가. 400g의 양이면 주먹 한 줌도 될까 말까 하다는 것을.

살과의 전쟁은 다분히 TV광고의 몫은 아니다.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까지 합세하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먼저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다이어트 워>는 올해 시즌 5를 맞았다. 지난 시즌에선 12주 만에 43kg을 감량한 역대 최고 감량자까지 배출하며 다이어트 서바이벌을 진행했다.

E채널 <다이어트 리벤저>도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회를 거듭할수록 감량에 실패하는 도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살과의 전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SBS <빅토리>도 전국에서 선발한 비만 도전자들이 5개월 동안 합숙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동시에 인생 역전의 꿈을 이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서바이벌이 유행코드로 등장하면서 다이어트가 그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SBS <좋은 아침>도 '초고도 비만 탈출'이 방영 중이다.

초고도 비만 여성들이 합숙을 하며 살을 빼는 과정이다. 생수 다이어트, 한방 다이어트 등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이 소개돼 여성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너나할 것 없이 다이어트를 강조하며 서바이벌 형식의 치열한 '살빼기 전쟁'을 보여준다.

마치 살이 조금이라도 찌게 되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말이다. 노출의 계절도 좋고 바캉스의 계절도 좋지만 체중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TV에서 심어주니, 휴가지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이어트형' 인간이 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열광과 함께 그 산업 또한 붐을 이뤘다. 웬만한 제품들은 다이어트라는 이름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음식, 의복, 생활잡화,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비만과 다이어트라는 용어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먹잇감으로 사용한다. 요즘처럼 다이어트 관련 책과 TV 등의 성행으로 말미암아 다이어트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흐르고 있다 . 그야말로 핫 키워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식사를 할 때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게 습관화 되어 간다. "이렇게 먹으면 안 되는데...", "살을 빼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리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자책의 시간으로 돌려버리기 일쑤다. 바로 '다이어트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이어트형 인간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이어트 미신을 잘 믿는다는 것과 음식의 종류는 개선하지 않고 음식의 양만 줄여 먹으며, 군것질을 자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이어트 미신은 다이어트 식품과 사우나, 살 빼는 약, 단식 등이다. 다이어트 식품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관리 하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에는 미국 FDA의 공인을 받았다는 말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 제품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일 뿐, 결코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또 사우나에서 살을 빼기 위해 땀을 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지방이 아니라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체중조절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사우나를 하게 되면 피부 노화가 촉진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살 빼는 약이나 단식도 다이어트와 무관하다. 살 빼는 약은 광고와는 달리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제품들이 많으며, 단식도 몸에 필요한 근육이 소실되면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줄게 돼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식품과 건강>(맹영선 외·유한문화사)에선 무리한 다이어트가 신경성 거식증과 대식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비만한 사람들의 먹고 싶지만 마르고 싶다는 욕구는 종종 신경성 거식증과 대식증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강박관념을 갖고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심각한 식사거부 현상과 폭식, 구토의 반복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식사거부는 생명에 위험이 될 정도로 체중 감소를 초래한다.

식욕을 억제해야 하는 비만자에게 음식물 섭취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 해소의 좋은 수단이지만, 음식물 섭취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

신건강센터 유태우 원장은 본지를 통해 '다이어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다이어트 삶'이란 하루하루의 일과에서 다이어트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삶을 말한다. 그는 '다이어트 삶'을 중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량능력'을 키우는 훈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감량능력은 내 몸과 마음의 작동원리를 잘 깨닫고 과식을 일으키는 환경이나 자신의 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체중을 빼고 싶을 때 몸이 쓰는 것보다 적게 섭취하여 내 몸 안의 기름을 원하는 대로 소모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결국 다이어트 삶의 악순환보다는 자신의 삶과 의지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약속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참고자료 : <식품과 건강>(맹영선 외·유한문화사), <살빼기 운동과 영양조절>(이근일·홍경), <8주 웰빙 다이어트>(강재헌·푸른숲)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