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충북 괴산 쌍곡구곡1곡 호롱소서 9곡 장암까지 선인들 숨결 따라 무더위 날리다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제8곡 선녀탕
쌍곡(雙谷)은 두 개의 군자산과 보배산, 칠보산, 비학산 등의 준봉을 끼고 흐르는 맑고 수려한 계곡이다. 계곡을 감도는 푸르른 물과 계곡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 및 기암괴석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예로부터 괴산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고 1984년 속리산 국립공원에 편입된 쌍곡은 퇴계 이황(1501~1570)과 송강 정철(1536~1593)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즐겨 찾아 노닐었던 곳으로 쌍계(雙溪)라고 불리기도 했다.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약 10㎞ 떨어진 지점의 쌍곡 삼거리에서 제수리재(저수리치)에 이르는 이 계곡은 총길이가 10.5㎞에 이른다. 쌍곡은 괴산의 다른 계곡들인 화양동, 선유동, 갈은동처럼 구곡(九曲)으로 이루어져 있다.

쌍곡구곡의 이름을 정한 사람은 조선시대 선비인 정재응(1764~1822)으로 추정된다. 정재응은 우암 송시열의 5대손인 송환기를 스승으로 섬기며 쌍곡을 소화양동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쌍곡은 한여름 무더위를 말끔히 씻어내릴 수 있는 일급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쌍곡구곡의 제1곡은 쌍곡 삼거리에서 1.1㎞ 지점에 위치한 호롱소다. 계곡물이 90도로 꺾이며 생긴 넓고 잔잔한 웅덩이가 주위의 바위와 노송과 어우러져 승경을 이룬다. 근처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라고 불린다.

시루떡을 자른 것 같은 제3곡 떡바위
철따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소금강

쌍곡 입구에서 2.3㎞ 지점에 위치한 제2곡 소금강은 금강산의 봉우리 하나를 떼어다 놓은 듯한 절경을 뽐낸다. 쌍곡소금강은 철따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내비친다. 봄이면 진달래가 분홍빛 꽃잎을 피우고, 여름이면 우거진 숲과 맑은 청류(淸流)가 더위를 씻어준다. 가을철의 곱디고운 단풍과 설악이 부럽지 않은 겨울 설경도 일품이다.

한자로 병암(餠岩)이라고도 불리는 제3곡 떡바위는 마치 시루떡을 자른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양식이 부족했던 옛날, 이 바위 근처에 살면 기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20여 가구가 떡바위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떡바위는 칠보산 산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떡바위에서 1시간 10분쯤(약 2.3km) 오르면 청석고개에 이르고 다시 30분 가량(약 0.6km) 올라가면 해발 778미터의 칠보산 정상이다.

정상에 오른 뒤에는 떡바위로 원점 회귀해도 좋지만 절말 쪽으로 내려오면 한결 다채로운 산행이 된다. 칠보산에서 살구나무골-장성봉 갈림길-쌍곡폭포를 거쳐 절말로 내려오는 하산 코스는 약 4.5km에 2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쌍곡을 찾는다.
떡바위 동쪽 200미터 지점에 있는 제4곡 문수암은 웅장한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웅덩이가 노송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바위 밑으로 뚫려 있는 동굴에는 옛날 문수보살을 모신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제5곡 쌍벽은 문수암에서 상류 쪽으로 400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다. 계곡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높이 10여 미터의 바위가 5미터 남짓한 너비를 두고 평행으로 줄지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큼 시원한 쌍곡폭포

제6곡 용소는 길이 100미터의 반석을 타고 거세게 흘러내린 물줄기가 지름 15미터 남짓한 바위웅덩이를 휘돌아 장관을 연출한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어린 곳으로 옛날에는 명주실 한 꾸러미를 다 풀어도 모자랄 만큼 깊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다 메워져서 수심이 5~6미터에 불과하다.

제7곡 쌍곡폭포는 쌍곡구곡의 본류에서 벗어나 있다. 괴산 시내버스 종점인 절말에서 동북쪽으로 드리운 살구나무골을 따라 700미터쯤 오르면 쌍곡폭포에 다다른다.

쌍곡구곡 제2곡인 소금강
반석을 타고 흐르는 8미터 남짓한 물줄기가 수줍은 촌색시의 치마폭처럼 펼쳐져 여성적인 향취가 물씬 풍긴다. 폭포 아래로는 200여 평에 이르는 넓고 깊은 웅덩이가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시원함을 선사한다.

절말에서 제수리재 쪽으로 400미터쯤 올라가면 제8곡 선녀탕에 이른다. 5미터 남짓한 폭포 아래로 지름 10미터, 깊이 2미터의 웅덩이가 패어 있는 곳으로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선경을 이룬다. 달뜨는 밤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에 따라 선녀탕이라고 불린다.

선녀탕에서 300미터쯤 더 오르면 쌍곡의 마지막 명소인 제9곡 장암에 닿는다. 옥수가 흐르는 40여 미터의 반석이 마당처럼 넓다 해서 마당바위 또는 장암이라고 불린다. 이 주변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드리워 햇볕이 들지 않아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시원하다.

찾아가는 길

증평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증평-괴산 방면 34번 국도-괴산 우회로-연풍 방면 34번 국도를 거쳐 달리다가 쌍곡교를 건너 517번 지방도로 우회전하면 쌍곡구곡으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은 동서울, 청주, 증평 등지에서 괴산행 시외버스 이용. 괴산에서 쌍곡행 시내버스는 하루 4회 왕복 운행한다.

맛있는 집

괴산읍내의 전원식당(043-832-2012)은 60년 전통의 청국장백반 전문점이다. 직접 띄워내는 청국장(담북장)뚝배기를 비롯해 게장, 더덕장아찌, 버섯, 오이지, 콩자반, 파절임, 풋고추, 계란찜 등 충북 내륙지방의 특성을 그대로 담은 소박한 백반 차림이다.

대부분의 밑반찬들은 직접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갈무리한 것들로 토속적인 맛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청국장백반에 불고기, 도가니수육, 곱창전골 등을 추가하면 큰 부담 없이 격식 갖춘 상차림을 즐길 수 있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