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큐브 시승기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 넉넉한 적재공간… '효리차'로 유명세

"자연스레 자리를 잡은 듯한 두부의 모습에서 휴머닉하고 보다 자연에 가까운 박스형태를 강조해 '썬글라스를 쓴 불독'을 형상화해 탄생한 큐브는 일본 만화 캐릭터에서 착안을 얻었다"

미디어 시승회를 위해 방한한 닛산 글로벌 디자인센터 큐브(Cube) 디자이너 히로타다 쿠와하라씨의 최초 큐브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다.

박스카(Box car) 큐브는 국내 출시 전부터 선풍적인 관심을 끌어온 대표적인 모델이다. 가수 이효리가 타면서 '효리차'라는 별명과 함께 유명세를 타며 박스카가 알려지게 됐다.

한국닛산이 국내 출시한 3세대 큐브는 박스카의 원조로 깜찍하고 귀여운 차체 디자인만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비대칭과 대칭이 잘 어우러진 큐브는 이름 그대로 네 바퀴 위에 박스가 올려진 형태로 독창적인 차다.

전장(3980㎜)에 비해 긴 축거(2530㎜)로 인한 더없이 넉넉한 실내공간 속에 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은 자쿠지(Jacuzzi, 물에서 기포가 생기게 만든 욕조)를 모티브로 기대고 싶은 쇼파의 편안함을 연출한다. 천정과 스피커, 컵 홀더 등에서는 둥근 물결이 퍼지는 듯한 포인트로 눈이 즐겁고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산뜻한 계기판디자인을 비롯해 심플한 공조장치 버튼들은 한눈에 들어오도록 배열되어 있다.

1690㎜의 박스형태의 높은 전고에 따른 넓은 시야성은 큐브 이상 따라 올 차가 없을 듯하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큐브는 4미터도 안 되는 짧은 차체에 큰 내부공간으로 2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도 화물칸에 여행용 가방 네 개가 충분히 들어가며 골프백 또한 네 개를 세운상태로 적재가 가능하다"고 공간 활용성을 강조했다.

미디어 시승회가 열린 지난 24일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을 출발해 자유로와 37번 국도 등을 지나 벽초지 수목원까지 왕복 144㎞ 코스를 달렸다.

고속도로와 좁은 국도, 시가지 등 국내에서 다닐 수 있는 모든 조건이 포함된 경로에 20여대의 알록달록한 다섯 가지 색상의 큐브들은 세단의 편안함 못지않은 포근함으로 목적지까지 달렸다.

저속구간에서는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고속주행 코스에 올라 풀 가속을 가하자 닛산엔진 특유의 굉음을 내며 속도계 바늘을 빠르게 움직였다.

120마력의 최대출력을 발휘하는 1.8리터 심장에서 6000rpm까지 타코미터 바늘을 끌어올리며 16.8㎏∙m의 최대토크를 가세해 시속 160㎞까지는 순식간에 도달한다. 이어 꾸준히 밟고 있으면 한참을 숨 고르다가 190㎞/h까지 무리 없이 도달한다.

연비와 소음, 내구성을 업그레이드 한 X트로닉 CVT(무단변속기)의 특성상 튕겨져 나가는 발진감은 부족하지만 변속은 거의 느낄 수 없이 부드럽다. 국내 공인연비는 리터당 14.6㎞.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며 급 코너를 공략해보면 하체의 튼실함을 느낄 수 있다. 타이트한 서스펜션과 저중심 설계로 롤링을 줄이고 이로 인해 핸들링 재미가 있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큐브의 국내 판매가격은 (부가세 포함) 1.8S 모델이 2190만원, 1.8SL 모델이 2490만원으로 국내 판매되는 수입차 중 가장 싼 수입차 대열에 올랐다.

한국닛산 켄지 나이토 사장은 "큐브의 포커스는 넓은 공간이며 큐브 만의 스타일로 운전자의 개성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데 이어 "일본 내에서 큐브 사용 용도 설문조사에서 거의 모든 업종에서 만족하고 있고 '큐브로 인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현재 1700대 이상 계약된 상태로 주문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주문 물량에 부족함 없이 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 큐브는 바람저항을 전혀 고려치 않은 디자인이지만 나만의 스타일로 삶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개성이 강한 차다. 장거리 고속주행보다 단거리 국도길이나 시내에서 적재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업무용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차가 바로 큐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