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흑산도예리항서 칠형제바위까지 바다와 명소 쉴 새 없이 이어져

일곱 아들의 효심이 어린 칠형제바위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인 정약전(1758~1816). 병조좌랑에 올랐던 그는 천주교에 입문한 후 1801년(순조 1년) 신유사옥 때 다른 천주교 신도들과 함께 화를 입어 흑산도로 유배되었다. 소흑산도(지금의 우이도)에서 9년간의 유배생활 후 대흑산도로 이송되어 1816년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그는 16년간의 유배생활을 허송세월하지 않았다.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저술 활동을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류학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로 1814년 집필을 마쳤다.

현산어보라고도 불리는 자산어보는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직접 조사하고 채집한 기록으로 수산동식물 155종에 대한 명칭‧분포‧형태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한 사실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자산은 정약전이 흑산을 일컬었던 이름이다.

정약전과 면암 최익현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유배되었던 절해고도 흑산도.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해서 흑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면적 19.7㎢에 3천여 주민이 살아간다.

이 외딴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828년(신라 흥덕왕 3년)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당나라와 교역하기 위해 흑산도를 중간기점으로 삼으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때 왜구의 침입을 막을 목적으로 반월성을 쌓으면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94호인 진리 지석묘
인근 홍도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흑산도 관광은 2010년 3월 일주도로가 완전 포장됨으로써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길이 25.4㎞의 흑산도 일주도로 곳곳에는 명소와 비경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해상관광 위주로 이루어지는 홍도와 달리 흑산도 여행은 관광버스나 택시를 이용한 육상관광이 백미다.

열두 굽이 용고갯길 오르면 상라봉 전망대

흑산도 일주관광은 예리항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진행된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진리 지석묘군이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청동기시대의 지석묘여서 소중하다.

이곳의 지석묘는 칠락산에서 뻗어 내린 구릉의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바다에서 300미터쯤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흑산도에서 확인된 유일한 지석묘로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94호로 지정되었다. 네모꼴이나 타원형의 덮개돌을 서너 개 정도의 지석이 받치고 있는 형태로 남동에서 북서방향으로 6기가 놓여 있다.

곧 이어 이 나온다. 이곳에는 최근 진리당과 당숲을 묶어 '신들의 정원'이 조성되었다. 아담한 해수욕장인 배낭기미를 지나면 무심사지에 이른다. 통일신라 때의 고찰로 추정되는 무심사 옛터에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93호인 높이 3미터의 삼층석탑과 높이 1.6미터의 석등이 남아 있다.

흑산도 성황당의 본당인 진리당
무심사지를 지나면 열두 굽이 용고갯길이 숨 가쁘게 휘돌아 오른다. 고갯마루에 다다르면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서있고 하루 종일 흑산도아가씨 가락이 울려 퍼진다. 노래비에서 샛길로 잠시 오르면 상라봉 전망대에 이른다. 흑산항을 비롯한 주변 바다와 새끼 섬들, 흑산도 내륙의 험준한 산악들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장도를 배경으로 지는 낙조 풍광도 일품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어린 칠형제바위

상라봉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발길을 재촉하면 지도바위 조망 포인트에 닿는다. 암벽 사이로 뚫린 작은 동굴이 흡사 한반도 지형을 연상시키는 절묘한 바위섬이다. 여기서 몇 발짝 더 가니 동굴 모양이 호주 대륙처럼 바뀌어 한결 신비롭다.

잠시 후 하늘도로에 이른다. 해안 절벽 위에 교각 없이 건설된 다리가 마치 하늘 위에 떠있는 듯하다고 해서 하늘도로라고 불린다. 하늘도로 옆으로는 길이 480미터에 걸쳐 신안의 명물과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이색적이다.

이제 어머니에 대한 일곱 아들의 효심이 어린 사리의 칠형제바위와 만날 차례. 사리마을은 포구 앞에 7개의 작은 섬들이 떠서 방파제 구실을 하는 덕분에 동남풍이 불어도 어선들이 정박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서려 있다.

무심사 옛터에 남아있는 삼층석탑과 석등
옛날 어느 홀어머니가 일곱 아들과 함께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해 큰 태풍이 불어 어머니가 물질을 못하게 되자 일곱 형제는 바다로 들어가 두 팔을 벌려 파도를 막아 일곱 개의 작은 섬으로 굳어버렸다. 그래서 이 일곱 섬을 칠형제바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흑산도의 비경은 대충 마무리된 셈이다. 칠형제바위에서 영산도 조망 포인트, 샛개해수욕장, 최익현 유배지, 가는개 등을 지나 예리항으로 되돌아온다. 예리에서는 정약전의 생애와 자산어보, 흑산도 및 홍도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된 자산문화관을 꼭 둘러보자.

찾아가는 길

목포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로 온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호남선 열차, 고속버스, 직행버스 등을 타고 목포로 온 다음,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홍도로 가는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에서 내린다. 운항 시간은 수시로 변경되므로 문의할 것. (061-240-6060, 244-9915, 243-2111)

하늘도로 옆으로 벽화들이 이어진다
맛있는 집

흑산도 주변에서 나는 해산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홍어다. 흑산도 홍어는 칠레 등지에서 수입한 홍어와는 격이 달라 깊은 맛이 난다. 그래서 흑산도에는 홍어 전문점이 즐비한데 그중에서 영생식당(061-275-7978), 성우정(061-275-9003, 9101), 일명 할매집이라고 불리는 우리음식점(061-275-9030) 등이 유명하다. 특히 영생식당은 홍어 외에 회, 탕, 죽, 찜 등으로 내는 가리비 요리로도 명성이 높다.


상라봉 전망대로 오르는 용고갯길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