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700미터 남짓한 뗏부루해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은빛과 금빛을 발하고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축구를 하고도 남을 만큼 넓은 모래사장이 드러난다. 고운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모래밭을 맨발로 걷노라면 비단을 밟고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 <연애소설>을 촬영한 낭만적인 섬

인천에서 출발한 쾌속선을 타고 덕적도에 내리자 작은 통통배가 기다리고 있다. 덕적도 진리항에서 600미터쯤 떨어진 소야도로 가는 종선이다. 소야도는 면적 3.03㎢, 해안선 길이 14.4㎞에 2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작은 섬이다. 파도가 잔잔해서인지 진리항을 떠난 지 불과 3분만에 소야도에 이르렀다.

소야도(蘇爺島)라는 지명의 어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삼국시대에는 사치도라고 불렀으며 그 후 사야곶도, 조야도, 신야곶도, 사야도, 대야곶도, 소도 등으로 바뀌었다가 소야도가 되었다. 660년(신라 태종무열왕 7년)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함대를 이끌고 이 섬에 정박한 일이 있어 소야도라고 일컫는다는 설도 있지만 그다지 신빙성은 없다.

소야도에는 신석기시대 중기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야도에서 발견된 패총의 패각을 채집해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3740∼2860년으로 나왔던 것이다. 소야도 패총에서는 빗살무늬토기 조각도 다수 나왔는데 그 유적의 시기가 신석기시대 중기에서 후기에 걸친 것으로 추정되었다.

소야도 마을 일몰
유리거울을 보는 듯 물이 맑은 뗏부루해변
종선에서 내리니 소야도 공영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소야도 부두-턱골-뗏부루해변-소야교회-마을회관 간을 하루 6차례 왕복하는 15인승 미니버스로 2009년 12월 28일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뗏부루로 가는 도중에 상록수휴양원 입구를 지난다. 여기서 2002년 9월 개봉된 영화 <연애소설>을 빼놓을 수 없다. <연애소설>은 지환(차태현 분), 경희(고 이은주 분), 수인(손예진 분)이 벌이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아름다운 영화다.

상록수휴양원은 이 영화에서 지환이 경희와 수인을 위해 모닥불로 반딧불을 만들어주는 장면과 지환과 수인이 나무 아래의 벤치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상록수휴양원 아래쪽에는 파란색 지붕의 슬레이트집이 있다. 세 주인공이 모기장을 치고 민박하던 곳으로 현재는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

잠시 후 버스는 뗏부루에 도착했다. 뗏뿌루, 떼뿌루, 뗏뿌리, 떼뿌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여름이면 해당화가 곱게 피는 뗏부루해수욕장은 어찌나 물이 맑은지 마치 투명한 유리거울을 보는 것 같다. 바닷물 속의 자갈과 잔고기들이 손에 잡힐 듯 들여다보일 정도다.

2009년 12월 개통한 소야도 공영버스
뗏부루해변 위의 소나무 숲과 잔디밭은 야영장으로 이용된다. 상수도 시설과 화장실, 샤워장 등을 잘 갖추어 편안히 야영할 수 있다. 더구나 모든 시설이 무료다.

썰물 때면 세 섬이 이어지는 모세의 기적 연출
대부분의 섬들은 물이 부족하다. 더욱이 가물면 심각한 식수난에 시달린다. 그러나 소야도는 다르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 증거를 뗏부루해변 서쪽 끄트머리에서 찾을 수 있다. 국사봉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해변으로 콸콸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뗏부루에서 서쪽으로 드리운 숲길을 10여 분 걸으면 비밀스럽고 아늑한 해변이 나타난다. 죽너골, 중노골 등으로도 불리는 죽노골해변이다. 썰물 때 물이 많이 나가면 뗏부루해변과 모래밭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죽노골 앞에는 뒷목이라고도 일컫는 딴섬이 떠 있다. 물이 빠지면 죽노골과 이어지는 바닷길이 열리는 앙증맞은 섬으로 낚시가 잘되어 강태공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해산물도 채취할 수 있다.

죽노골해변도 영화 <연애소설>의 주요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다. 조개로 ‘지환 경희 수인 여행기념’ 이라는 글씨를 새긴 해변이다. 죽노골 백사장은 맨발로 걸어도 모래가 발에 잘 붙지 않을 만큼 부드러우며 가운데에는 검은 바위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며 박혀 있어 운치를 돋운다. 이 검은 바위는 영화에서 경희가 숨었던 곳이다. 지환과 수인이 경희가 바닷물에 빠진 줄 알고 주변을 뒤지며 “경희야” 하고 외치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던 바로 그 바위다.

죽노골해변 앞 딴섬
소야도는 바다 갈라짐 현상으로도 유명하다. 큰마을 앞바다에 나란히 늘어선 가섬, 간데섬(송곳여), 물푸레섬이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서로 연결되어 모세의 기적을 연출한다. 그러다가 밀물 때면 이들 세 섬 사이로 배들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물에 잠긴다.

한여름이면 제법 많은 피서객들이 소야도로 몰려온다. 그러나 피서철 외에는 낚시꾼들이 간혹 들어올 뿐 한적하다. 소야도는 가을에 찾는 것이 좋다. 호젓한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을 꽃게가 나기 시작할 때인 까닭이다.


찾아가는 길
덕적도 진리항에서 종선 타고 3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행 쾌속선을 이용한다. 운항 시간은 수시로 바뀌므로 문의할 것. 032-884-4968, 1577-2891(고려고속훼리). 덕적도 진리항에서 종선을 타고 소야도로 건너온다.

차를 갖고 오려면 대부도 방아머리에서 카페리를 이용한다. 문의 032-886-7813~4(대부해운).

맛있는 집
꽃게 제철… 장어탕·간재미 별미
소야도에는 정식 음식점이 한 곳밖에 없지만 민박집에 부탁하면 식사를 제공한다. 덕적도 진리항에는 횟집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회나라식당(032-831-5324)이 유명하다. 덕적도 일원에서 나는 자연산 생선회는 물론이고 꽃게탕, 장어탕, 간재미(노랑가오리의 사투리)탕 등을 별미로 내세운다.

뗏부루해변에서 죽노골로 넘어가는 숲길.

사진=옹진군청 제공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