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랜드 테마파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나무·암석 뒤섞인 곶자왈… 용암 뚫고 뿌리내린 숲 사이로 영국 수제기차 4.5km 달려인공호수 위 데크산책 '낭만'… 호버크래프트 타고 질주 '스릴'… 지하 350미터 암반수 '시원'

볼드윈을 모델로 하여 제작한 링컨 기차를 타고 숲속 여행 즐기기
곶자왈 원시림을 달리는 특별한 기차여행

곶자왈을 아시는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단어가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곶자왈이란 지하수가 풍부하고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난 덕분에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이나 지형을 일컫는다. 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어수선하게 된 곳을 제주도방언으로 곶자왈이라고 부른다.

세계에서 유일한 제주 곶자왈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화산 활동으로 유속이 느린 제주 중산간 오름에서 용암이 흘러내린다. 그러다가 점성이 큰 용암이 식으면서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 지형이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위 위에 숲이 형성되고, 바위틈 사이로 물이 새어들어 지하수가 흐른다. 이에 따라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기가 곶자왈의 생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제주 곶자왈은 한경-안덕 곶자왈지대, 애월 곶자왈지대, 구좌-성산 곶자왈지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등 크게 네 지역에 걸쳐 분포한다. 한경-안덕 곶자왈지대는 최대 길이 23㎞인 도너리오름곶자왈용암류와 최대 길이 9㎞인 병악곶자왈용암류로 나뉜다. 애월 곶자왈지대는 총 9㎞에 걸쳐 분포하며, 구좌-성산 곶자왈지대의 최대 길이는 25.8㎞에 이른다.

조천-함덕 곶자왈지대의 최대 길이는 30㎞로 해발고도 450~500미터에서 시작된다.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가운데 교래 곶자왈지대에서는 특이한 돔 형태의 용암이 눈길을 끈다. 거대한 용암을 뚫고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는 매우 다양한 고사리류가 분포하는데 특히 국내 미기록종인 큰섬잔고사리가 자생하고 있다.

바람개비와 풍차가 어우러졌다
링컨 기차로 즐기는 4.5㎞의 숲속 여행

교래 곶자왈지대의 특성을 활용한 테마파크인 에코랜드가 2010년 11월 문을 열었다. 30만 평에 이르는 교래 곶자왈 원시림을 기차를 타고 체험하는 것이 의 특징이다. 1800년대의 증기기관차인 볼드윈을 모델로 하여 영국에서 수제품으로 제작한 5대의 링컨 기차가 4.5㎞에 이르는 순환 철도를 달린다.

이곳에는 메인역, 에코브리지역, 레이크사이드역, 피크닉가든역, 그린티로즈가든역 등 모두 5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그린티로즈가든역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정차하지 않는다. 메인역에서 기차를 탄 다음 한번도 내리지 않고 메인역으로 되돌아와도 되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약 10분 간격으로 기차가 운행하니 각 역에서 내려 구경한 뒤에 다시 기차를 타는 게 좋다.

에코랜드 기차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동물 모형들을 만난다.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이용해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다듬어 만든 토피어리다. 토피어리(topiary)는 로마시대 정원을 관리하던 한 정원사가 자신이 만든 나무에 '가다듬는다'는 뜻의 라틴어 이니셜인 토피아(topia)를 새겨 넣은 데서 유래한 것이다.

첫 번째 정거장인 에코브리지역에서 내리면 인공호수 위로 데크 산책로가 드리워 있다. 잔잔한 호수 풍광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공기부양정인 호버크래프트가 떠 있다. 이것을 타고 호수를 질주하는 스릴을 맛보는 것도 좋다. 잠시 후 많은 바람개비와 어우러진 멋진 풍차를 지나 레이크사이드역에 다다른다.

인공호수 위의 산책로
제주 화산송이로 포장된 에코로드 탐방로

다시 기차에 올라 다음 역인 피크닉가든역으로 간다. 역 앞에 있는 용암원정구(熔岩圓頂丘)가 눈길을 끈다. 점성이 큰 용암이 멀리 흐르지 못하고 화구 주변에서 식어 돔 모양을 이룬 화산체로 붉가시나무, 참가시나무, 사스레피, 감탕나무 등 건조에 강한 상록활엽수들이 자란다.

피크닉가든은 넓은 잔디동산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준비한 도시락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충분히 휴식을 즐겼으면 에코로드를 산책하자. 사철 맑은 공기를 내뿜는 곶자왈 탐방로로 0.4㎞(약 10분 소요)의 이끼고사리원 코스와 2㎞(약 50분 소요)의 에코로드 코스가 있다.

에코로드 탐방로는 대부분 제주 화산송이(volcanic scoria : 화산 폭발시 점토가 고열에 탄 화산석)로 덮여 있으며 일부는 나무데크길과 억새길로 이루어졌다. 에코로드 코스에는 나무와 관련된 시와 글들을 이용한 작품들이 많아 이를 감상하는 정취도 제법이다. 약수터도 있다. 지하 350미터의 화산 암반이 정수한 용암수형 천연 암반수로 물맛이 좋다. 에코로드 산책을 즐긴 뒤에는 피크닉가든역으로 돌아와 기차를 타고 메인역에서 내려 체험을 마무리한다.

모두들 아쉬워한다. 한번 더 돌아보겠다며 기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에코랜드는 청정한 대자연과 인공적인 조형물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이다.

교래 곶자왈에는 다양한 고사리류가 분포한다.
찾아가는 길
제주시 국립박물관 4거리에서 97번 도로-남조로 교차로(우회전)-1118번 지방도를 거쳐 에코랜드로 온다. 대중교통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 방면(남조로) 버스를 타고 제주돌문화공원 앞에서 내린다.
맛있는 집
제주어항 부두에 자리한 물항식당(064-753-2731)은 고등어회와 고등어조림, 갈치회와 갈치국 등을 싸고 맛나게 내어 인기가 높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는 즉시 죽어 횟감으로 쓰기가 조심스럽다. 급랭해도 제 맛이 나지 않아 얼음에 재워야 하고, 횟감으로 다듬은 뒤에도 면포에 싸서 얼음 속에 묻어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회를 떠 놓으면 살이 두텁고 기름진 고기여서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글·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