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성욕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의 자극제, 건강한 성생활은 삶의 활력소

"섹스는 장수를 약속한다"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
성욕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의 자극제, 건강한 성생활은 삶의 활력소


신체적인 접촉, 다시 말해 스킨십은 호모 사피엔스가 상대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가장 값지고 고귀한 행위다. 부모자식간, 또 형제간에 이 ‘고귀한 선물’을 주고 받지만, 연인들은 가장 복잡한 방법으로 이 ‘선물’을 공유한다. 다름 아닌 ‘섹스’다.

노래는 누군가가 부르도록 작곡되는 것이고, 사진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벽에 건다. 그렇다면, 섹스는? 상대와의 고차원적인 교감을 가능케 하는, 그래서 무한한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조의 근원인 섹스에 대해, 그 존재 이유를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자궁암, 난소암으로 자궁과 난소 제거 수술에 들어가는 여성들은 의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회복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여기서 ‘회복’된다는 것은 감퇴된 성욕의 회복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이를 단순히 수술의 통증이 완화되는 것쯤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수술이 끝나고 나면, 좀처럼 성적 충동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몸에 대해 놀라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는 심한 자괴심과 함께 우울증까지 겪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적 충동을 다시 느끼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이는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난소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은 여성이 피부 부착제를 통해 일주일에 두 번씩 테스토스테론을 공급 받자 성욕이 다시 회복됐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일정기간 피부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을 공급하다가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하지 않은 부착제를 붙인 경우에도 상당수가 성욕을 회복했다. 비록 플라시보 효과(약리학적으로 비활성인 약품을 약으로 속여 환자에게 투여하더라도 약효가 나타나는 현상)를 노리고 한 실험이지만, 성적 욕구가 치료를 통해 다시 생길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이 성욕를 회복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 도파민
성욕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의 분비량은 성욕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2. 세로토닌
이 신경전달 물질은 뇌간과 중뇌에서 분비돼 오르가슴에 올랐을 때와 같은 만족감을 안겨준다. 도파민과 상호작용을 통해 성욕을 자극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프로작(Prozac)을 복용하면, 역설적이지만, 오르가슴에 이르는 것은 더 어렵게 된다.

3. 옥시토신
뇌하수체 분비선, 난소, 고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모유 생성을 활성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출산하기 전까지 또 다른 임신을 예방하고 오르가슴에 올랐을 때 골반의 전율케 한다. 자식에게 대해 유대를 느끼도록 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4. 장(腸) 혈류 폴리펩티드
남성의 장(腸)과 뇌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서 산화질소와 아주 흡사한 기능을 한다. 혈관을 확장하고 성기를 발기시키며 성욕을 자극한다

5. 테스토스테론
뇌에서 극소량이 생성되긴 하지만, 대부분은 난소와 고환에서 만들어진다. 여성의 경우 신속히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며 남자의 경우 성욕과 함께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도록 만든다. 분비가 감소되면 여성, 남성 모두 성욕이 감퇴한다.

6. 산화질소
흥분하면 생식기의 세포들이 이 물질을 분비한다.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상승하게 된다. 비아그라와 같은 약물이 산화질소의 분비를 촉진한다.

7. 페르몬
겨드랑이 분비선에서 생성되며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유인 물질이다. 하지만 이 자극은 무의식으로 이루어진다.

8. 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
신장 윗부분의 부신, 척수 신경, 뇌에서 생성되는 신경 전달 물질.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9. 에스트로겐
난소와 뇌에서 생성돼 배란을 조절한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도움으로 각각의 성징을 나타내는데 관여한다.

때문에 ‘성욕 회복의 9할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옛말에 학자들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렇듯 성적 욕망은 당사자의 의식과 얽혀 있지만, 몇몇 유용한 호르몬 역시 뇌와 생식기 등의 기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사람의 힘(POWER OF LOVE)에서 사랑은 ‘섹스’이고 그 과정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작용은 바로 우리의 마음을 물론 몸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된다.

과학적으로 ‘성적 욕망’은 아주 복잡한 반면, ‘성적 흥분’은 매우 간단하다. 성적 흥분은 단지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남자 성기의 동맥에 피가 몰리고, 여성의 질과 클리토리스에 피가 퍼져나간다는 단순 현상에 불과하다. 이때, 혈관의 수축과 팽창을 조절하는 질소 산화물이 이 기능을 조절하는데, 비아그라와 레비트라에 다량 포함돼 있다.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기 자체에 집착하는 남성의 경우 성기로의 피 쏠림을 감지하면 흥분을 느끼지만 여성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여성들이 비아그라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욕의 근원

몸을 흥분시키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은 테스토스테론이다. 노화 등으로 체내에서 더 이상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지 않으면 남성은 발기불능의 문제에 봉착한다. 여성 역시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너무 낮으면 섹스에 흥미를 잃는다. 여성의 난소는 에스트로겐 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의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데, 특히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배란일 몇일 전에 최고조에 이르러 성적 욕구가 극에 달하게 된다. 바로 종족 보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와도 일치한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은 뇌에서 신경전달 물질의 방출을 자극함으로써 성욕을 포함해 여러 욕망을 일으키도록 한다. 또 우리가 욕망이라 부르는 감정에는 ‘도파민’이라고 불리는 호르몬이 있어 감정이 행동으로 나타나도록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 도파민은 현재 우울증 치료제나 파킨슨병의 치료에도 쓰이지만 성욕이나 발기를 북돋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분비계통 학자들은 수년간 뇌하수체선과 난소, 정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출산 후 자궁 수축과 모유 생산, 그리고 오르가슴시 골반 전율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남성도 오르가슴 시에 역시 수축을 일으킨다) 이 호르몬은 산모가 자신의 아이를 일순간에 알아보도록 만드는 ‘유대’에 있어 핵심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물질이다. 옥시토신의 수치는 연인들이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할 때, 또 로맨틱 영화를 보고 난 후 상승한다. 섹스 후 다음 날 아침까지 파트너와 함께 있고 싶게 만드는 물질도 바로 이것이라는 게 최근의 연구 결과이다.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에서 남자 주인공 빌리가 “얼마동안 내가 여기 누워있어야 하지?”라고 말하는 장면. 바로 이 장면에서 옥시토신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옥시토신이 깊이 관여하는 부분은 또 있다. 옥시토신은 우리가 상대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고, 연결고리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우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메커니즘 형성의 기초가 된다. 반드시 흥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파트너 또는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자동적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아, 아름답구나’하는 정도로 끝나는 게 보통이지만, 반복될 때에는 똑같은 타입의 여성이나,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체내 물질이기도 하다.

코보다 몸이 끌리는 향기는 바로 페로몬이다. 성욕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의 작용과 관련,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단연 페로몬이다. 1971년 시카고 대학의 맥클린톡 박사는 웨슬리 대학 학부 시절에 수십년간 같은 기숙사에 사는 여학생들이 들어왔던 말, ‘함께 살면 생리날짜가 같아진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비록 사용자가 알아채지는 못하지만, 후각을 자극해 성욕을 일으키는 페로몬 성분을 기반으로 만든 향수 장사들이 이 ‘소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데, 월경 주기와 여성의 성욕은 하나의 체계이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우리의 몸에는 다양한 화학 물질들이 복잡하게 얽혀 우리의 욕망에 관여하고 있다. 체내에서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 호르몬을 체외에서 주입해 난소나 자궁 척출로 섹스에 대한 흥미를 잃은 사람들에게 치료법을 제공하게 된다면, 이것은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 실험의 플라시보 효과처럼,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흡수를 하지 않더라도 실제 성생활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치료법으로서의 섹스

만족스러운 섹스. 그것?추구하고, 쟁취하고, 지속시키는 데 있어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세 여주인공만한 ‘선수’들도 없을 것이다. 당신도 멋진 섹스를 즐긴 뒤 온몸을 휘감고 도는 포근함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 세 여주인공처럼 옷장 가득 선물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섹스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또 언제나처럼 값진 선물이 파트너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선물은 파트너의 마음은 물론이고 뇌, 심장, 면역계통에까지 사랑의 흔적을 남긴다.

섹스 그 자체뿐만 아니라, 애무와 같은 일련의 성적 행위는 당신의 머리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모든 부분에 유용한 영향을 끼친다. 섹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심근의 강화다. 한 번의 섹스에 약 200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는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특히 오르가슴에 달했을 때 심장박동 수와 혈압은 평상시의 두 배가 된다. 주 1~2회의 섹스를 가진 사람은 월 1회 이하의 섹스를 가진 사람보다 10년 후에는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절반이하로 떨어진다는 통계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

섹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점은 진통효과다. 섹스를 하는 동안 분비된 옥시토신은 통증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때 보통 40% 정도의 통증 감소 효과를 내지만, 여성의 경우 오르가슴에 달했을 때 그 효과는 110%에 이른다. 섹스를 즐기면 즐길수록 표정이 밝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교인의 경우에도 결혼을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수를 하고 우울증에 강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단순히 섹스의 빈도에 따른 결과일까. 섹스로 얻어지는 다른 기능들 때문에, 예들 들면 섹스는 면역체계 수위를 높여 감기나 다른 질병에 대한 내성을 높여주는 작용을 하므로,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인 3,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실험은 섹스의 빈도가 분명히 장수와 상관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중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을 보면 섹스와 우울증, 그리고 수명과도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장을 강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해 주며, 회涌?화색을 되찾아주는 것, 그리하여 더 나은 삶과 장수를 선사하는 것. 이 보다 더 값진 선물이 또 있을까.

정리/ 정민승 인턴


입력시간 : 2004-01-29 15:11


정리/ 정민승 인턴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