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이란의 여성해방, 차도르 벗고 세상 속으로


3월 17일은 이란 여성사의 신기원을 알리는 날이었다. 그날, 테헤란의 아자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 – 이란 축구 대회의 관중석에 등장한 40인조 여성 응원단은 경기의 결과보다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차도르’라는 검은 헝겊으로 전신을 감싸고 다니던 이슬람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히잡’, 즉 머리 가리개만을 두르고 입장하는 일대 파격을 시도했다. 당초 이란 축구협회는 자국 남성 관람객들이 난폭하므로 여성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경기장 입장을 거부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와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의 끈질긴 설득끝에 ‘히잡’을 착용한 상태로 입장하는 선에서 절충,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 외국인 여성에게도 머리를 가릴 것을 요구해 왔을만큼,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이란으로서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변화에의 요구는 사실 요즘 테헤란 시내 곳곳에서 체감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둔부까지만 가리는 반코트를 즐겨 입는다. ‘만토’라고 불리는 그 외투는 종류가 다양하고 입는 법도 가지가지여서 멋부리기 수단으로 쓰이기 제격. 짧은 재킷이나 세련된 청바지를 함께 입는가 하면, 나름의 화장도 가미시킨다. 청바지 밑둥을 걷어 올려 발목이 보이도록 하는 ‘대담한’ 패션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또 배구, 농구, 수영, 에어로빅 등 스포츠는 물론, 심지어는 쿵후까지 여성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실정이다.

갈 길은 멀다. 간편하게 머리만 넣었다 뺄 수 있게 돼, 노출 정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간 ‘마그나에’는 아직 공공 장소에서 금물이다. 여성 축구팀의 복장이 팔과 다리를 가리는 것은 물론, 남성이 관전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란 페미니즘의 불은 당겨졌다.

글ㆍ사진 정은진 프리랜서


입력시간 : 2004-03-24 22:18


글ㆍ사진 정은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