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로 끝난 황제의 승리비정상적인 일상 만천하에 드러나며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

마이클 잭슨, 아동 성추행 사건 무죄 평결
만신창이로 끝난 황제의 승리
비정상적인 일상 만천하에 드러나며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


황제의 무사 귀환은 가능할까.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46)이 14일 아동 성추행 등 10가지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그가 과연 가수로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여부. 아직까지는 재기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물 간 가수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대박’ 컴백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잭슨이기에 이번 역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찮다.

가수로서의 잭슨은 이미 끝났다는 말이 힘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재판을 통해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 이미지를 생명으로 여기는 연예인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스는 “잭슨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현란한 춤과 화려한 볼거리를 팬들에게 선사하며 MTV 시대를 열었고 이후에도 새 음반을 낼 때마다 새로운 유행을 이끌었다”며 “팝의 아이콘이었던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거 불충분… 변호인단의 승리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황제의 사생활은 그가 과연 정상인 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할 정도로 황당함 그 자체였다. 법원은 배심원단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을 허락했다. 네버랜드 목장 내 잭슨의 저택에 초대 받았던 어린이들과 그의 가족, 그리고 하인들이 거리낌없이 황제의 은밀한 부분을 공개했다.

피부 관리를 위해 산소방에서 잠을 잤다는 것은 차리리 평범하다고 여길 정도. 남자 어린이와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고 포르노 잡지를 즐겨 보고 성적 흥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마네킹을 애무 했다. 어린이의 머리를 핥기도 하고 오랑우탄이 침 뭍은 손으로 침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지만 치우지 말도록 했다.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잘라 버렸다.

비록 무죄 평결로 승리했다지만 이 역시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배심원단은 ‘잭슨 무죄’의 이유를 ‘증거 불충분’이라고 밝혔다. 검사측이 뭔가 확실한 증거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배심원단이 고소인과 검사 측에서 제기한 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교사 출신의 한 배심원(63)이 “우리는 더 이상 잭슨이 어린이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잭슨의 무죄 평결이 토머스 머서로우를 비롯한 변호인단의 승리라는 미국 언론의 평가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의 변호인단은 잭슨에게서 성추행 당했다는 소년의 어머니인 재닛 아르비조의 동기가 의심스럽다는 점을 공격했다. 재닛은 과거 대형 할인 매장 시어스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적발당하자 합의금을 타내기 위해 오히려 경비원이 자신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겼다고 고소했던 사기 전력이 있었기 때문.

변호인단은 “애초 네버랜드에서 일자리를 얻기를 고대했지만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고소를 제기했다”며 “이번 고소 역시 잭슨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얕은 수”라고 몰아붙여 배심원단의 마음을 흔들었다. 게다가 재닛은 법정에서 배심원단을 똑바로 쳐다보고 손가락 질을 하고 윙크를 하는 배심원단의 심기를 불편하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대중의 반응 역시 대체로 싸늘하다.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평결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48%를 차지했다. 평결이 나오기 직전 빌보드가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6,851명 가운데 46%가 ‘잭슨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실추됐蔑??답했다. 대형 음반 판매체인 버진의 매니저 시몬 도난은 “2003년 잭슨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래 그의 음반 판매량은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로서의 재기도 가시밭길
가수로 다시 나선다 해도 험한 가시밭길이 놓여있다는 예상도 많다. 우선 마흔 여섯이라는 그의 나이 또한 그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음반시장은 20대 후반마저 장년기로 여겨질 정도로 10대와 20대 초반 가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부 제작자들은 힙합과 R&B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설 자리는 별로 없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더구나 그가 2003년 내놓은 최근 앨범 ‘Invincible(무적의)’에서 그의 목소리는 그의 사생활 만큼이나 듣기 거북했다면서 잭슨은 이미 퇴물이나 다름 없다는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과거의 황제’라고 냉혹한 평가들이 빗발치더라도 잭슨은 주저할 여유가 없다. 금고가 募愍?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은 잭슨이 3억 달러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잭슨은 황제의 이름에 걸맞게 오래 전부터 헤플 정도로 큰 씀씀이로 유명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SONY ATV에서 만든 음반 수입 말고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드러지리포트의 보도에 따르면 잭슨은 이번 재판을 위해 변호사비로만 500만 달러를 썼다. 그나마 비틀즈 음악 등에 대한 저작권을 지닌 SONY ATV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근근히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 역시 올해 말 만기가 되면 팔아야 할 지는 모르는 상태. 좋든 싫든 다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황제가 다시 우뚝 설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이 있어 다행일 뿐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잭슨 스스로 위기를 탈출했던 과거 사례를 근거로 내놓는다.

잭슨은 40년 가까운 가수 생활 동안 크게 3번의 위기를 겪었다. 첫번째는 어린시절 그를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던 ‘잭슨 5’밴드에서 독립했을 때. 많은 이들이 솔로 가수로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을 품었지만 잭슨은 오히려 밴드 시절보다 더 큰 성공을 이뤄냈다.

두번째는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93년. LA의 한 치과의사는 잭슨이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했다며 고소했다. 잭슨은 수 백만 달러의 합의금으로 고소를 없던 일로 만들었고 빌보드에서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이번 재판과 관련한 소송이 제기됐을 때도 그는 마지막 앨범을 내놓아 200만장 넘게 팔았다.

스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 대체로 관대한 미국 내 분위기도 잭슨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는 비디오가 공개되면서 가수 생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R.Kelly는 ‘초콜릿 공장’이라는 음반을 내 대 히트를 기록했다. 마약 복용과 폭력 혐의로 기소된 바비 브라운 역시 아무 문제 없이 무대에 올라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황제를 무대 위에 오르게 하려는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라스베이거스에 호텔과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는 잭 위스나는 “평결이 나기 전부터 잭슨 측과 라스베이거스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며 “여전히 그가 라스베이거스의 라이브 무대에 서기를 고대하며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소코틀랜드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를 앞두고 빈민국에 대한 원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대규모 콘서트‘라이브 8’을 준비 중인 하비 골드스미스는 “그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잭슨이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잭슨은 85년 열렸던 ‘라이브 에이드’콘서트에 참여했다.

황제는 18개월 이상을 끌었던 재판으로 지치고 또 좌절했다. 잭슨의 재기 성공 여부를 떠나 모두 그 스스로 과거를 버리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무대에 올라 현란한‘문워크(뒷걸음 치는 그의 춤)’을 추는 황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상준기자


입력시간 : 2005-06-22 17:02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