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세로 '4파전'… 데이터핵심네이버, 지도앱에 내비게이션 기능 추가카카오, '김기사' 직접 운영 나서SK플래닛·KT, 다수 고객 확보로 유리한 고지 점령소비자 위해 광고 수익 과감히 포기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KT가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맞붙게 됐다. 지난 2일, 네이버는 네이버 지도 앱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해 본격적으로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내비게이션은 최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강화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해 교통 서비스 전반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 록앤롤이 운영하던 '김기사'를 직접 운영함으로써 내비게이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을 표명했다.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SK플래닛의 'T맵'과 2위를 차지하고 있는 KT의 '올레내비'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자이다.

월 1000만명 이용자 등에 업은 '네이버 내비게이션'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지난 2일, 내비게이션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네이버 측은 "모바일 이용자에게 더 생생한 지도ㆍ지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 지도앱 내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지도 앱은 장소 검색부터 대중교통, 자동차 빠른 길 찾기, 거리뷰, 항공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네이버 지도는 월 이용자 수가 천만명 이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앞으로 내비게이션에 음성검색과 주변 검색뿐 아니라 차량 단말기와의 미러링 기능을 지원한다.

김민오 네이버 지도지역셀장은 "내비게이션 탑재는 이용자에게 '라이브'(LIVE)의 가치를 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것"이라며 "생활 필수로 자리 잡은 지도 서비스의 활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시장 진출을 계기로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에선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KT의 4파전이 이뤄지게 됐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시장 진출이 내비게이션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매월 이용자 1000만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시장 점유율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건 네이버 내비게이션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SK플래닛의 'T맵' 이나 KT의 '올레내비'가 아직까지 자사 이동통신 고객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네이버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미 김기사 등 통신사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존재한다. 또 T맵 또한 일정 비용만 내면 타 통신사 고객들도 사용할 수 있어 네이버에게 마냥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 록앤롤이 운영하던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기사 국내 사업 인수를 위해 자회사인 록앤롤과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는 계약에 따른 사업양수도 절차를 마친 1월 8일부터 김기사의 국내 사업 관련 영업과 기획, 고객서비스 등을 전담한다.

카카오는 김기사를 통해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 블랙을 포함해 최근 시장 출범 의사를 밝힌 대리운전 서비스 등에서 탁월한 길안내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카카오가 지향하고 있는 O2O 서비스에서 내비게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택시 등 교통 기반 서비스는 보다 빠르고 정확한 길 안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적의 길' 찾는 내비게이션이 최종 승자?

네이버의 이번 내비게이션 시장 진출을 계기로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현재 가장 많은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기준 내비게이션은 SK플래닛의 T맵이다. 닐슨코리안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의 이용자 수는 760만 명으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T맵의 뒤를 이어 KT의 올레 내비 276만명, 카카오의 김기사 171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SK플래닛의 'T맵'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내비게이션으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가장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펼친다고 강조한다. SK플래닛 관계자는 "13년 동안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을 파악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밝혔다.

KT는 이번 달 내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올레내비'를 개편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내비 전문업체 '팅크에어'의 엔진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KT는 올레내비를 직접 관리해왔으나 타사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전문 업체와 손을 잡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은 지난 11월 김기사를 대상으로 T맵의 지도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과 KT의 내비게이션 개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확한 지도 데이터는 내비게이션 전쟁의 핵심이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전용 내비게이션에 비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업데이트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최종 승자는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보유한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모바일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운전자 입장에선 '가장 빠른 길'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가장 안전하고 다니기 쉬운 길을 추천해 주는 게 더 좋다. 말하자면 '최적의 길'을 가장 잘 추천해 줄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향후 운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 설명했다.

수익구조 개발은 내비게이션 업제의 숙제로 남아있다. 티맵을 운영하는 SK플래닛은 SKT 고객이 내는 통신요금에 포함된 티맵 사용료를 SKT로부터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이 와중에 김기사는 광고 중단을 선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기사는 O2O 서비스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광고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록앤롤 관계자는 "12월 셋째 주를 끝으로 기존에 계약된 광고가 모두 끝나기 때문에 앞으로 김기사에는 광고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기사는 한 차례 광고 중단 서비스를 실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잠깐 포기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먼저 잡기 위해 이와 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 대신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도모한 이번 결정이 내비게이션 업계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