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합병 두고 업계 안팎 '설왕설래'SKT-CJ헬로비전 합병, 공정위 결과 기다려미래부, 공정위 심사 후 '신중히 심사' 입장독점·통신비 인상 두고 연일 날 선 공방

지난 2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SKT·CJ 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서 염명배 충남대 교수(왼쪽 네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통신 3사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SKT는 차근차근 CJ헬로비전 인수에 관한 절차를 마무리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CJ헬로비전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승인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의 승인만을 남겨 놓게 됐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날로 거세진다. 반대 진영의 가장 큰 논리는 공공성이 담보돼야 하는 통신 시장에서 또 다른 독점 세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SKT 측은 합병 후에도 점유율이 2위이기 때문에 독점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 승인 남겨둔 SKT-CJ헬로비전 합병

지난달 26일, CJ헬로비전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승인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양사의 합병은 정부 인허가 절차라는 한 고비만을 남겨 놓게 됐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식수는 5824만1752주로 참석 주주의 97.15%가 찬성했다. 최종 승인에 따라 CJ헬로비전의 상호명은 에스케이브로드밴드주식회사로 변경됐다.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마친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최종 승인을 내릴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공정위는 기업 결합에 120일간의 심사 일정을 갖는다. 이에 따라 심사 결과는 예상보다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SKT는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입해 디지털 전환, UHD 확대 등 케이블망 고도화,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약 7조5000억 원의 생산유발과 4만8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콘텐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SKT 측은 CJ헬로비전 합병안을 발표한 초기, 문화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를 통해 MCN(Multi Channel Network) 및 VOD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유망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 '뽀로로'와 같은 성공 사례를 창출할 것이라 설명했다.

시민단체, "정부 졸속허가 우려돼"

반면 SKT의 경쟁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올 초만 해도 3사는 돌아가며 기자회견 및 토론회, 공청회를 통해 각 사의 입장을 표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가장 큰 우려는 통신 시장의 독점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SKT는 합병 이후에도 kt가 초고속 인터넷 1위이며 자신들은 2위이기 때문에 "2위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kt의 점유율은 41.6%(833만명), SKT 합병법인의 점유율은 29.4%(589만명)이다. SKT 측은 합병 이후에도 1위 사업자인 kt의 점유율이 더 높기 때문에 독점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 관계자는 "결합상품을 통해 충분히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현재 나와있는 수치 결합만 갖고 독점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박했다. 케이블 시장에서도 현재 CJ헬로비전의 23개 지역 권역에서 방송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권에선 손쉽게 독점을 이루고, 전국권에서도 결합상품을 무기로 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 또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개 시민단체, 노동조합, 지역ㆍ미디어단체가 결성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SKT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졸속 허가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 하겠다며 미래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지 세 달이 다 됐다. 정부의 인수합병 심사기한은 90일인데 서류 보정기간이 제외되고, 심사가 연장되겠지만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졸속으로 인허가를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인수합병과 관련한 자료가 전혀 공개되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의견 청취를 하며 SKT가 정부에 제출한 사업신청계획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인수합병 심사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인수합병 논의를 중구난방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이번 인수 합병이 가계 통신비 인하정책을 무력화하고, 유료방송의 지역성 책무를 약화, 구조조정에 의한 일자리 축소를 이끌 것이라 주장했다.

합병을 두고 찬성과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관심은 이번 합병으로 인해 통신비 인상이 일어날 지에 쏠려 있다.

합병 반대 진영은 통신비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난 1월, LG유플러스 권영수 회장이 직접 기자들을 만나 통신비 인상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이 자리에서 경제학 교수진에 직접 의뢰한 용역보고서를 공개하며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가격인상압력지수(GUPPI)'가 매우 높다(30.4%)"며 "학계에서는 GUPPI가 10% 이상이면 요금인상 요인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T는 합병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등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해 이 상품의 가격은 내리고 대신 단일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SKT 측은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타사가 주장하는 요금 인상 가능성은 현재 시장 경쟁 및 정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자사 이익을 위해 억지로 꿰어 맞춘 일방적 주장"이라 밝힌 바 있다. SKT 측은 "요금은 정부 승인 사항으로 지금까지 인상된 적이 없으며 SO는 방송법에 따른 요금 상한제, IPTV는 IPTV법에 따른 정액 승인제 규제를 받고 있어 사업자의 임의적 가격 인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신과 방송 시장은 다양한 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큼 수요 대체성이 충분해 특정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금 인상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