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점심시간 행복지수 ‘식권대장’으로 높일터”

O2O 푸드테크 스타트업, ‘식권대장’서비스

모바일 식권시장 개척 통해 인건비 절감

한국타이어ㆍ한솔 등 대기업 연이어 도입

기업ㆍ식당ㆍ직원 모두 행복한 ‘1석 3조’ 효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 모바일이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옛 것’을 버리지 못한 곳도 많다. 특히 점심시간만 되면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또 다른 손엔 주섬주섬 종이식권을 챙겨 밥을 먹으러 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다소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벤디스’(대표 조정호)가 운영하는 O2O 식대관리 솔루션 ‘식권대장’은 종이 식권을 모바일로 옮겨 왔다. 이제 직장인들은 지갑 안에 종이 식권을 챙기는 대신, 스마트폰만 들고 가볍게 식사를 하러 나갈 수 있게 됐다. 기업과 제휴 식당들의 정산 걱정을 덜어줘 기업과 식당, 직원이 모두 행복한 ‘1석 3조’의 효과를 줄 수 있게 됐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식권대장 도입으로 월별 24%의 식대 절감

규모가 큰 기업들은 직원들의 식대를 일일이 정산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한다. 하지만 벤디스의 ‘식권대장’ 앱은 수많은 직원들의 식대를 한꺼번에 정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총무부서의 일을 크게 덜어주는 효과를 갖는다. 벤디스 측은 기업들이 식권대장 도입을 통해 평균적으로 월별 24%의 식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제휴 가맹 식당 또한 식대 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식당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기업들의 정산 일자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기업과 거래하는 입장에서 항상 ‘을’일 수밖에 없는 영세 식당들에겐 기업 총무팀에게 “정산을 언제 하러 올 것이냐”라고 물어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식권대장은 한 달에 한 번씩 기업들의 정산 일자를 정해둠으로써 영세 식당 사장님들의 고민을 덜어줬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일단 종이 식권을 챙길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식권을 사용할 수 있다. 제휴 식당 또한 늘었다. “대규모 식당들은 소기업들과 식대 거래를 맺을 때 작은 기업들이 소리소문 없이 도산해 식대를 받지 못 할 까봐 제휴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권대장’을 도입한 후 기업들은 이러한 걱정을 덜게 됐다. 정산 일자를 일괄적으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또 ‘식권대장’이 가맹점들을 관리하면서 대형프렌차이즈 업체들과도 협력을 맺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버거킹,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유명 프렌차이즈에서도 식권을 활용해 점심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벤디스의 가장 큰 강점은 사용자를 손쉽게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B2C 기업들은 신규 사용자 한 명을 모집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식권대장’은 재직하고 있는 기업이 식권대장을 도입한다면 그 기업의 직원들을 모두 사용자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퇴사하지 않는 이상 사용자의 중도 이탈률도 ‘제로’에 가깝다. “매일 점심을 먹으려면 사용해야 하는 앱이 식권대장입니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딱딱한 기업문화를 부드럽게 바꾸는 데에도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회사가 ‘최첨단’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고. “식권대장을 도입한 기업 직원들이 편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결제하는 모습을 보고 ‘저게 과연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해 하는 타사 직원들의 문의가 많다고 합니다.” 벤디스 특유의 B급 감성을 녹아낸 디자인으로 직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업 간 거래, 서비스 공신력이 최우선

조정호 대표는 고시 공부를 하다가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주위 동료들과 사업 아이템 회의를 하기 위해 매번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이때 카페 포인트를 적립하면서 자연스레 영세 식당들은 어떤 식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식당 주인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식당 측은 생각보다 마일리지 쌓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프렌차이즈 업체들의 ‘기프트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절로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으니깐요.”

조 대표는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영세 식당에서도 쓸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 개발에 나섰다. 그러던 중 한 게임 업체에서 직원들이 회사 입주 건물 내 식당 및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됐다. 열정적으로 개발에 몰두했지만 게임 업체와의 협력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계약은 무산됐지만 기술은 남았다. 여러 기업들이 모바일 쿠폰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식권대장’의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식권대장과 제휴를 맺은 기업은 한국타이어, 한솔, SK플래닛 등 70여개에 이른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안정화가 되면서 기업들이 먼저 식권대장 도입을 문의해 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1986년생으로 올해 만 서른인 조정호 대표는 우리나라 모바일 창업 1세대라 부를 수 있다. ‘창조 경제’ 바람을 타고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 벤처 시장은 호황기를 거쳐 침체기에 돌입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대표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 확보는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숙제다. 지난해 시험 기간을 거친 ‘식권대장’은 올해 유료 정책을 통해 수익 확보에 나선다. 또 지난 2월에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게 7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IT업계에 내린 ‘카피캣(Copy cat) 주의보’는 벤디스 입장에서도 경계해야 한다. 조 대표는 이러한 기조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선 벤디스는 스타트업 중에선 드물게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 대표는 서비스에 대한 공신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강한 영업력도 중요하다. 제휴 식당 관리는 물론, 기업들에게도 식권대장을 도입했을 때의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 이러한 영엽력은 큰 효과를 보고 있어 지난해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90% 이상이 먼저 벤디스의 문을 두드렸다.

벤디스의 목표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유일하게 한 숨 돌릴 수 있는 점심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를 보니 직장인들이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 점심시간이라고 합니다. ‘식권대장’의 도입으로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 행복 지수를 더 높여주고 싶습니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