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선 쓸 수 없는 삼성페이… 페이 경쟁 속 오너가 관계도 드리워

삼성페이, 500만 가입자로 대기업 페이 중 가장 앞서

롯데ㆍ신세계ㆍSKT ‘페이 전쟁’ 참여

올 가을 LG페이 출시, ‘삼성카드 지원할까’

아직까지 삼성페이는 신세계 유통사서 결제 불가능

대기업의 모바일 간편 결제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 롯데, SK, 신세계를 비롯해 오는 가을이면 LG까지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페이를 출시하는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발굴, 자사 유통망 고객들의 편리성 강화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일단은 수익을 확보하기보다 더 멀리 보겠다는 것이다.

페이는 더 많은 오프라인 결제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많은 카드사와의 제휴도 빼놓을 순 없다. 어떠한 기업과 제휴를 맺고 또 협력을 하지 않느냐에 따라 각 기업 오너가의 관계를 추측해 볼 수도 있다.

간편결제 빅3는 ‘카카오ㆍ네이버ㆍ삼성’

현재 국내 대기업이 출시한 모바일 간편견제 서비스는 삼성의 ‘삼성페이’, 신세계의 ‘SSG페이’, 롯데의 ‘L페이’, 현대백화점의 ‘H월렛’, SK텔레콤의 ‘T페이’ 등이 있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DMC 미디어가 발표한 ‘2016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경험률은 79.2%로, 전년 같은 기간의 72.1%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서비스 이용을 늘리겠다는 답변도 76.4%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IT와 금융을 바탕으로 주력 계열사를 설계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크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과 같은 유통 대기업들은 자사의 유통망을 통해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SKT의 티페이는 휴대폰 소액결제, 블루투스 지원으로 편리하다는 입소문에 올랐다.

삼성페이를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는 아직까지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순 없다. 사용자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를 꼽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국내 페이 최초로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네이버페이는 사용자는 1600만명이지만 쇼핑을 제외하고는 1000만명의 순수 페이 가입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페이는 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SSG페이의 경우 사용자가 180만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SKT의 티페이는 출시 석 달 만에 5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의 성공에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다.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별다른 앱 설치 없이도 간편하게 페이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의 넓은 확장성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의 성공처럼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는 그 범용성이 성패를 좌우하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각종 오프라인 매장에서 얼마나 페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기업 간 ‘불편한 관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삼성페이로 알아보는 삼성과 타 기업간 관계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 스타벅스 등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에서는 유통점이 ‘갑’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커피 전문점이나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삼성페이에겐 크나큰 약점으로 꼽힌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신세계 역시 자사의 SSG페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삼성페이의 사용을 자사 유통점에서 허용하지 않는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핀테크 사업에 역점을 두고 SSG페이의 성공적 시장 안착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전자 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삼성페이에 맞서 LG페이 역시 오는 9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LG페이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화이트카드’로 불리는 실물 카드 결제 방식을 택했다. 스마트폰에 사용 카드를 모두 연결해 ‘스마트폰’ 위주로 시스템을 갖춘 삼성페이완 대조되는 방식이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LG페이는 신한카드, 롯데카드 KB국민카드와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카드와의 제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과거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에서 시작해 현재 스마트폰까지 라이벌 구도를 구축해 왔던 양사는 또 다시 페이를 통해 맞붙게 됐다. 올 가을 LG페이가 세상에 나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입장에선 삼성카드와 LG페이의 제휴가 달갑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LG전자 역시 삼성페이의 시작을 함께한 삼성카드에 섣불리 제휴 요청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양사는 이병철-구인회 창업주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구축해 왔다. 한때는 사돈을 맺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지만 삼성그룹이 전자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가와는 사실상 사이가 틀어졌다.

문을 걸어잠그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활짝 열어두는 경우도 많다. 롯데그룹의 ‘엘페이’는 지난해 삼성페이와 제휴를 맺었다. 엘페이를 운영 중인 마이비와 삼성페이 운영사인 삼성전자는 모바일 페이먼트 서비스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제휴는 삼성페이 내 엘페이가 탑재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삼성페이 입장에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를 보유한 또 다른 유통 공룡 롯데와의 협력이 필요했다. 또 롯데그룹의 엘페이는 기존 유통업계의 페이와는 달리 잠금화면에서 바로 카드를 불러올 수 있는 삼성페이 안에 엘페이를 연결시켜 놓음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일종의 ‘윈윈 전략’인 것이다.

‘페이’에서의 협력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의 결혼 피로연이 일본에서 열렸는데 이 자리에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케미칼을 롯데에 넘기는 대규모 빅딜을 단행하기도 했다.

페이 전쟁 참전 기업들, ‘각자 다른 출사표’

대기업들이 ‘페이 전쟁’에 참여하는 속내는 제각각이다. 일단 대기업들은 페이를 통한 수익 확보보단 시너지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페이는 카드사로부터 별도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삼성페이를 활용할 수 있다. 수수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아직까지 없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는 갤럭시S 시리즈를 비롯한 스마트폰과 모바일 간편 결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삼성페이를 출시했다고 지적한다.

유통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 기업들은 자사 페이 출시를 통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으로 이어지는 유통 채널망을 더 공고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역시 페이 출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페이를 통한 수익을 챙기기보다는 점유율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익구조는 제휴를 맺은 계열사들에게 제휴와 관련된 비용을 받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일부에선 유통 기업들이 출시한 페이가 삼성페이와 IT기업들의 페이보다 사용자 수가 적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들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있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당초 출범했을 때부터 타 기업의 페이처럼 넓은 고객층보단 그룹 계열사의 백화점 및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결제를 편리하게 만들도록 출시 된 것”이라 밝혔다. 사용자수를 늘리기 보단 일단 ‘집토끼’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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