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장 지배 우려 뜻 나타내

패닉 상태 된 SKT와 CJ… 후속 대책 ‘고민 중’

약 반년이 넘게 끌어 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M&A)이 결국 무산 위기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심사 보고서에서 경쟁 제한을 문제로 들며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의 M&A 방안을 불허한 것이다. 공정위가 기업 M&A를 불허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공정위는 통상 경쟁 제한성(독과점) 검토 과정에서 '승인'이나 '조건부승인'이라는 결정은 내리지 않지만, 시정조치만으로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이례적으로 주식취득 금지 등 불허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의 방송이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시장 지배적 지위가 형성, 강화된다고 판단했다.

SKT 측은 “공정위는 합병 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유료 방송 시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려던 SKT는 이번 결과에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SKT 측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으며 인수 합병 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 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공정위로부터 전달 받은 심사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 여러 가지 후속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 TV 산업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은 최악의 심사 결과”라며 “회사는 영업이익·미래 성장성이 하락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직원들도 다시 벼랑 끝에 서는 등 피해를 감내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의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수 차례 공청회 등을 실시하면서 SKT의 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SKT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독과점’이 생긴다는 명분을 들어 왔다.

SKT는 이에 대해 줄곧 반박해 왔다. 이미 유료방송 시장의 점유율은 KT가 29.4%로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이 2위긴 하지만 SKT와의 점유율을 합쳐도 1위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시 SKT 관계자는 “1위 사업자인 KT가 2위에게 독과점을 운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승인 심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SKT와 CJ헬로비전 양측은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SKT는 당초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 했으나 심사가 늦어지면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을 하지 못했다. 헬로비전 역시 CJ에 속한 것도 아니고, SK에 편입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직원들의 피로감만 더해갔다. 결국 공정위가 합병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SKT 입장에선 중장기 사업 전략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