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위기 맞은 조준호號, 단통법 폐지되면 살아날까

기대작 ‘G5’, MC사업부 적자 이끌어

너무 앞서간 신기술 도입, 소비자 외면

단통법 적극 찬성했던 LG가 태도 바꾼 이유는

LG전자 중저가폰의 경쟁력도 미지수

출시 당시에만 해도 신기술 도입으로 주목받았던 LG전자의 기대주 ‘G5’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 업계에선 G5의 누적 판매량을 200만대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당초 목표였던 300만~350만에 못 미치는 수치다.

G5의 부진으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 실적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내놓는 신제품마다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LG전자 MC 사업본부는 또 다시 조직개편이라는 악재를 겪게 됐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단통법’ 시행 후 더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됐다. 보조금 지급에 제한선이 생기면서 저렴한 가격으론 소비자를 더 이상 유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와 포를 떼고 경쟁사와 붙어야 한다. 특히 LG전자는 단통법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초기완 달리 현재는 폐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상태다.

또 다시 외면당한 LG산 스마트폰

‘조준호의 야심작’, LG전자의 G5가 또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 8일, 올2분기 5486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대비 무려 139.5%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14조1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5% 증가했다.

표면적인 실적은 좋다. 그러나 LG전자의 ‘핵심’인 스마트폰 사업 부문(MC 사업본부)에선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고 추정된다.

LG전자의 G5는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 LG전자는 MC 사업본부장에 조준호 사장을 연임하고, 대표이사에 임명함으로써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LG전자의 스마트폰 ‘G시리즈’는 번번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G5는 출시 당시에 세계 최초 디바이스끼리 결합할 수 있는 모듈 방식 디자인을 채택해 하드웨어의 결합을 이끌어냈단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초반에 혁신적 기술로 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에 성공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G5의 모듈 방식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하단부에 있는 기본 모듈을 당겨서 분리 및 교체를 할 수 있다. 이 기본 모듈을 바꿔 LG캠플러스(카메라 모듈), LG하이파이플러스(오디오 모듈) 등과 바꿔 끼우면 최첨단 카메라와 오디오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 모듈을 하나만 추가해도 실구매가 100만원이 넘어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엔 지나치게 고가란 평을 들었다.

물론 신기술을 중시하는 ‘IT 얼리 어답터’들에겐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G5가 일반 소비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진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돼 눈길을 끈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의 경우, 방수 기능을 강조하며 실생활에서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G5의 경우, 지나치게 복잡한 부가 기능으로 오히려 일반 소비자에겐 거리감만 줬다는 평을 듣게 됐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지난 7월초 또 다시 조직 개편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일단 조준호 사장은 또 한번 연임을 이어가게 됐다. 정식으로 인사 개편 기간이 아닌 7월의 인사 개편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LG전자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단 뜻이다. MC사업본부의 임원 20여 명이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5의 태동부터 함께했다는 조준호 사장이 교체되지 않았단 점에선 2% 부족한 조직 개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약 될 줄 알았던 단통법, 알고 보니 독

그렇다면 LG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일부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 실적이 ‘단통법’에 타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 2014년 제정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에 따라 소비자들은 제한된 지원금만을 받게 됐다.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는 단통법 도입 당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이라는 혜택을 빼앗더라도 G시리즈라는 브랜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통법 폐지로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7월에는 정부에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를 포함, 시장에서도 단통법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단통법 폐지론’까지 슬슬 흘러 나오고 있다.

일단 단통법의 즉각적인 폐지에 대해선 정부가 부인한 상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단통법의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에 대해 “일몰법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년 9월까지) 3년 동안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내년 9월이면 일몰법에 따라 폐지되는데 앞당겨 폐지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고영진 의원의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원금 상한제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 9월까지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현장에선 단통법의 폐지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휴대전화 제조사들 역시 단통법 폐지를 기다리는 쪽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승혁 연구원은 “보조금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경우 당연히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단통법 폐지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의 수혜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무 다양한 중저가폰, 브랜드 통일이 필요하다

단통법의 즉각적인 폐지는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선 LG전자 역시 새로운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보조금 제한에서 자유로운 중저가폰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보조금을 적게 받더라도 프리미엄폰보단 저렴한 가격으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LG전자 또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중저가폰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급형으로 대표되는 ‘G시리즈’와는 반대로 ‘X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7월 초에는 두 종류의 신규 중저가폰을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8일 LG전자는 SK텔레콤 단독으로 ‘LG X5’를 출시했다. X5 출고가는 27만5000원이다. 실구매가는 2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또 KT단독으로는 X 파워를 출시했다. LG X 파워의 출고가는 부가세를 포함해 25만3000원이다.

현재 LG의 X 시리즈는 이번에 출시된 X5, X파워를 포함해 X스킨, X캠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낮췄지만 성능은 프리미엄폰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중저가폰 시장의 경쟁은 프리미엄폰보다 더 치열하다. 일단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이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A 시리즈와 애플의 아이폰 SE 또한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최근 ‘부활’을 선언한 팬택의 스카이 시리즈 역시 중저가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불붙는 상황에서 LG전자의 중저가폰들은 어떤 평가를 듣고 있을까? X시리즈의 경우, 프리미엄폰처럼 모든 기능을 갖추진 못했지만 한 가지씩의 뛰어난 기능을 가졌다. 예를 들어 X5의 무게는 133g으로 5.5인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 중 가장 가볍다. X파워는 41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갖고 있다. 기능을 차별화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맞춰 구입할 수 있단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저가폰 종류가 많아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아이폰의 SE 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A〮J〮C 처럼 라인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IT 관련 커뮤니티에선 “LG전자의 중저가폰은 너무 종류가 많아 혼란스럽다”, “이렇게 종류가 많으면 OS(Operating System) 업데이트를 비롯한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 “LG전자만의 색깔을 찾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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