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대기업 공세 맞서 살길 모색…위기와 기회 공존, 생존법 찾아야

네이버, 스타트업 아이디어 표절 의혹으로 구설수

카카오 진출에 떨고 있는 O2O 스타트업들

얼라이언스 결성으로 힘 모으기 나서는 스타트업

사업에 필요한 탄탄한 DB 구축으로 살아남아야

건강한 창업 환경 조성을 위해 국내 스타트업들은 이른바 ‘창조 경제’ 열풍을 타고 활발히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O2O(Online to Offline)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창출해냈다.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맛본 스타트업도 있지만 시장에 채 자리잡기도 전에 사라지는 스타트업들도 부지기수다. 와중에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IT 공룡들과 경쟁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더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성장세 주춤해진 스타트업

숙박 O2O 전문기업인 야놀자는 지난 2일 프랜차이즈 100호점 돌파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아놀자는 지난 2011년 중소형 숙박 브랜드 ‘호텔야자’를 론칭했으며 이후 실속형 소형 숙박 브랜드 ‘얌’과 관광호텔급 브랜드 ‘H에비뉴’ 3개를 운영 중이다.

프랜차이즈 100호점 돌파로 야놀자 측은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 중소형 숙박 시장의 가능성은 확인됐으니 사용 목적에 대한 인식 전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야놀자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우선 1년 내 현재 확보하고 있는 5000개의 객실을 1만개로 늘려 대기업 호텔들보다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시장의 ‘치킨 게임’이 아닌 O2O 시장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겠다고 예고했다.

O2O 비즈니스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군을 말한다. O2O의 경우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이 손쉽게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의 주요 아이템으로 이용된다. 야놀자는 국내 O2O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위드이노베이션의 ‘여기어때’와 함께 중소형 숙박 예약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모바일의 발달로 활발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최근 들어선 잠시 주춤한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 2000년 8798개에서 2015년 3만1260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증가세는 10% 이하로 둔화됐다.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 역시 2010년 177조원에서 2014년 215조원으로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같은 기간 18.9%에서 11.2%로 하락했다. 평균 매출액 역시 2010년 72.2억원에서 2014년 71.9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IT 대기업과 대결을 펼치게 된 스타트업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비슷한 서비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IT 대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손을 대면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미 교통 O2O 플랫폼의 경우 택시를 비롯해 고급택시, 대리운전, 지하철 노선도 안내 앱까지 카카오가 속속들이 진출해 있다.

네이버는 최근 한 스타트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번역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이버의 참여번역 Q 서비스가 국내 스타트업 플리토의 것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자신의 개인 SNS에 플리토와 네이버와 참여번역Q의 서비스 유사성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플리토는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유저를 보유하고 있어 언어번역가와 요청자를 연결해 유연한 번역을 제공한다. 특히 네이버와 플리토는 번역 데이터를 거래하는 거래처여서 더 문제가 됐다. 이러한 지적에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려 “참여번역 Q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안내 후 7월 중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 관련 업계에 대한 서비스 영향 평가 등의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서비스 중단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 년 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상생의 약속’에 크게 어긋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계기로 상생의 약속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O2O 사업 영역을 전투적으로 넓혀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겹친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출시한 카카오헤어샵은 앱을 통해 미리 미용실을 예약한 후 찾아가는 서비스다. 헤어 디자이너 선택도 가능하고, 미리 가격을 알 수 있단 점에서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용실 또한 선결제 방식을 통해 예약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노 쇼(No-Show)’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 서비스가 기존 스타트업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스타트업 ‘헤이뷰티’는 지난해 12월부터 앱을 통해 미용실, 피부관리실, 네일샵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헤이뷰티 임수진 대표는 “현재까지는 카카오의 진출로 인해 매출액의 감소나 앱 사용자 이탈과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 카카오의 시장 진출로 서비스가 중단된 앱이 있다. 전국 21만명의 기사회원과 800만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카카오택시는 스타트업의 ‘리모택시’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카카오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일부 스타트업들은 제2의 리모택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O2O, 새로운 수요 창출이 중요해

O2O 사업의 경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보단 기존의 수요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끌어 왔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렇기 때문에 업계에선 IT 대기업들이 O2O 사업에 진출하기보단 신규 사업 영역에 진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는 O2O사업에서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는 등 부정적인 이슈들이 발생했다”며 “이런 이슈들은 카카오의 O2O사업의 수익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카카오드라이버의 사업 안정화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들이 발생하며 카카오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O2O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O2O는 온전히 새로운 사업이 아닌 이미 존재하던 사업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에겐 편리함을, 공급자들에겐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과의 충돌, 수익창출의 불확실성, 이용자들의 느린 행동양식의 변화 같은 리스크들이 O2O를 통한 수익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시장 창출은 스타트업들에게도 큰 과제다. 야놀자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질문이 나왔다. 프랜차이즈를 통한 외형 확대 이전에 신규 수요 창출이 먼저가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야놀자 김종윤 부대표는 “기존 숙박업체의 수요를 뺏기보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 한다. 기존 수요 외 비즈니스 여행객과 외국인들을 끌어와 중소형 숙박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 밝혔다.

IT 대기업들의 O2O 사업 확장에 스타트업들은 대항에 들어갔다. 스타트업들은 얼라이언스를 통해 연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주요 스타트업들은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얼라이언스는 한정적인 마케팅 예산을 가진 신생 스타트업과 협업을 맺어 마케팅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공동 마케팅에 참여하는 업체는 야놀자, 리화이트, 헤이뷰티, 브리치, 클래픽스, 왓슈 등 6곳이다. 조세원 야놀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리딩 기업과 신생 기업을 연결하는 O2O 얼라이언스 활동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IT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만은 아니다. 헤이뷰티 임수진 대표는 “카카오의 뷰티 시장 진출로 인해 뷰티 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IT 대기업의 사업 영역 진출로 자연스레 관련된 앱들 또한 홍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IT 대기업의 등장으로 밥그릇을 뺏길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O2O 스타트업들은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야놀자 김종윤 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2만5000개 중소형 숙박 업소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고 밝혔다. 적어도 중소형 숙박 앱 시장에서만큼은 야놀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타 기업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사업이지만 그 토대는 오프라인의 강화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