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통해 국내 들어오는 화웨이…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화웨이, 국내 총판으로 신세계 I&C 선정

中서 삼성전자와 소송 중인 화웨이, 하필 신세계 택한 이유는?

신세계I&C, 외국 기업 ICT 판매로 노하우 갖춰

페이 전쟁 나섰던 삼성전자-신세계, 화해하나

중국의 IT 기업 화웨이가 신세계그룹의 IT 계열사 ‘신세계 I&C’를 통해 국내 시장 진출 행보를 서두른다. 신세계 I&C는 태블릿 PC를 시작으로 화웨이의 제품들을 국내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신세계를 국내 유통 판로로 택한 화웨이 덕분에 삼성전자와 화웨이, 삼성과 신세계의 관계가 때 아닌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화웨이와 삼성전자는 현재 소송을 통해 미국과 중국 등에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간편 결제의 범용성을 무기로 대립했던 삼성전자와 신세계는 일단 제휴를 맺기로 함으로써 화해 모드에 들어갔다.

신세계 통해 한국시장 적극 공략 선포한 화웨이

지난 10일, 중국의 IT 기업 화웨이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화웨이가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는 공식 행사였다.

화웨이는 11일부터 투인원(2-in-1) PC 메이트북과 태블릿PC 미디어패드 M2를 판매 개시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그동안 국내시장에선 통신 장비 납품, Y6 넥서스6P 등 일부 스마트폰 제품군을 판매해 왔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사실상 화웨이와 국내 시장의 첫 상견례 자리였다. 화웨이는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공식 행사를 늘려감으로써 한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 공략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화웨이가 국내 시장 진출의 공식 파트너로 신세계그룹의 IT 계열사인 신세계I&C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신세계I&C는 외국계 ICT 제품을 이마트 등에 공급하는 총판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또 신세계가 야심차게 내놓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신세계I&C는 구글 크롬캐스트ㆍHP 복합기ㆍJBL 블루투스 스피커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트리밍 기기 구글 크롬캐스트를 국내에 최초로 판매한 회사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 재생되는 동영상 등을 와이파이를 통해 TV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글 크롬캐스트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 I&C 관계자는 “화웨이의 총판매대리점으로 지정된 것이 맞다. 현재는 메이트북을 중심으로 화웨이의 액세서리 등을 국내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제품군을 더 확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화웨이와 협의 중”이라 밝혔다. 제품 판매 경로에 대해서도 “온라인 오픈마켓을 포함한 업체들과 협의 중이다.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판매 경로를 정할 예정”이라 말했다.

우보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일본 및 한국지역 총괄은 “신세계 I&C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화웨이의 프리미엄 컨슈머 제품군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와 신세계의 이번 제휴는 서로 ‘윈-윈(Win-win)’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밴드 ‘미밴드’, 휴대용 보조 배터리를 내세워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샤오미와는 달리 화웨이는 국내 시장에선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과 애플의 인지도에 밀리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이미 구글 크롬캐스트 등을 통해 외국 ICT 기기 판매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신세계 I&C가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다. 특히 신세계 I&C는 자사의 유통점인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 등을 통해 유통 매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송에는 소송으로 맞선다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출로 삼성전자에도 시선이 쏠린다. 스마트폰 제조에서 맞붙고 있는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소송전을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 배상 소송을 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자사가 보유한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한 특허 11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엔 운영체제, 사용자인터페이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좌시하지 않겠단 입장을 나타냈다. 한 달이 지난 후에는 바로 맞소송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 화웨이와 모바일 기기 유통업체 형통다 백화 유한공사를 상대로 1억6100만위안(약 247억원) 규모의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 가운데 화웨이 관련 소송액만 8050만위안(약 137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소장에서 화웨이가 모바일 통신 시스템의 제어정보 송수신 방법 및 장치, 운동 이미지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 및 디지털 카메라 등과 관련해 6건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실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받기 보단 저작권 라이선스를 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기 위한 화웨이의 노림수라는 것. 크로스 라이선스란 서로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미 화웨이는 에릭손, 퀼컴,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등 통신기술 업체들과 상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가 확보하고 있는 특허 기술을 화웨이도 쓸 수 있게끔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소송 마케팅’ 또한 무시할 순 없다. 삼성이 애플과 소송을 진행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처럼 화웨이 역시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의 소송을 통해 인지도 향상과 기술력 과시 마케팅을 동시에 이룬단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래저래 달가운 소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소송 사실이 알려진 후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삼성전자가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협의는 물 건너 갔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마트에서 ‘삼성페이’ 결제, 가능해질까?

일각에서는 이른바 ‘범삼성가’로 분류할 수 있는 신세계와 화웨이가 손을 잡았다는 것에 의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소송으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하필이면 신세계를 통해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신세계와 삼성은 다른 길을 걸은 지 오래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긴 하지만 이미 지난 1997년 계열분리를 통해 신세계조선호텔과 백화점을 들고 나온 지 오래다. 때문에 화웨이와 신세계의 협력에서 삼성과 신세계를 다시 묶는 것은 해묵은 이야기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신세계와 삼성전자의 ‘페이 전쟁’이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를 신세계의 유통점인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신세계가 SSG 페이의 정착을 위해 최대 라이벌로 분류되는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신세계의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인 SSG페이는 정용진 부회장이 신경을 쓰고 있는 사업군의 하나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신세계 매장에서도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 8월 10일 “그동안 신세계 계열사에선 삼성페이 결제가 불가했지만 양측이 협의해 온 결과 서로 막혔던 부분을 여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신세계 전자결제 시스템인 SSG페이를 삼성 계열사에서 사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의 핵심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범용성을 확보하느냐다. 삼성페이 입장에선 대규모 유통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 그룹 계열사의 빗장을 열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터. 또 외부에서 신세계와 삼성 페이가 제휴를 맺지 않는 것에 대해 ‘해묵은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부담스럽게 작용했을 것이다. 일단 두 기업의 제휴로 소비자들의 편익성은 확대되게 됐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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