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양판점 물량 공세에 ‘살길 막막’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롯데하이마트 본사 앞 집회 열어

하이마트의 ‘꼼수 영업’ 비판

휴대전화 신제품 쏟아지지만… ‘물량확보도 어려워’

정치권, 이통사-중소판매점 ‘상생’ 중계 나서

지난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7을 비롯해 LG전자의 V20, 애플의 아이폰7 등 신규 스마트폰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오랜만에 이동통신업계가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의 직영점, 삼성디지털프라자와 같은 대형 양판점이 아닌 중소 판매점들은 이러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단통법 이후 지원금의 상한이 생기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기도 어려워졌고, 신규 휴대폰 물량을 확보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이마트 본사 앞에 집결한 중소 휴대전화 판매점주들

지난달 26일, 강남구에 위치한 롯데하이마트 사옥 앞에 중소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판매점 업주들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었다.

협회는 하이마트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연 후 “하이마트의 불ㆍ편법 영업으로 이동통신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며 하이마트의 이동통신시장 철수와 이용자 차별 행위 중단 등을 촉구했다. 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특판ㆍ세일 행사 등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시장을 혼탁하게 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 원인을 제공했지만 법 시행 후에도 각종 프로모션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영세 골목상권들은 대형 유통망과의 경쟁에서 도태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 밝혔다.

롯데하이마트는 모바일대전 등의 행사를 통해 특정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또 휴대전화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샤오미 선풍기와 충전 케이블 등 사은품을 증정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중소 판매점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인해 보조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소 판매점들은 대형 유통망의 꼼수 마케팅에는 맞설 방법이 없다. 특히 가전양판점들은 냉장고, 텔레비전 등 대형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휴대전화를 함께 구매하면 혜택도 준다며 홍보해 상대하기 버겁다”고 밝혔다.

전국이동통신협회는 지난 2013년 11월에도 롯데하이마트의 이와 같은 마케팅 방식을 문제삼으며 공식 답변을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전자의 갤럭시S4를 포함한 신제품의 출시에 맞춰 쏟아진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중소 판매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이번에도 하이마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을 포함해 곧 아이폰7과 LG전자의 V20 등 새로운 스마트폰들이 선보이게 되는 시기를 겨냥해 공격적 프로모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이동통신협회 측은 그 때나 지금이나 하이마트로부터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이마트는 전국이동통신협회의 질의에 대해 ‘하이마트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단통법 취지를 이해하며 법적 테두리 내에서 마케팅을 해왔다. 다만 차별적 보조금이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카드 프로모션의 경우, 기본적인 카드 혜택의 추가적 프로모션은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생을 위해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할인점, 롯데하이마트와 삼성디지털프라자, 전자랜드와 같은 가전양판점, 중소판매점들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간 협의체 구성안 또한 논의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국정감사에서는 대형 양판점의 휴대폰 판매 차별적 프로모션 문제에 대해 김현철 롯데하이마트 상품본부장이 나와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인해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예약된 물량마저 대형 유통망에 뺏기는 중소 판매점들

사실 대형 유통망과 중소 판매점 간 ‘차별 대우’는 휴대전화 신제품을 확보할 때부터 시작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최근 배터리 폭발 사고로 인해 홍역을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예약 물량이 40만대를 돌파하며 오랜만에 휴대전화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불러 일으킬 것이란 기대를 가져왔었다.

그러나 중소 판매점들은 갤럭시노트7을 포함한 휴대전화 신제품들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전국이동통신협회에 따르면 휴대전화 판매점 중에서 대형 유통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 전후다. 중소 유통점들이 그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정작 주어지는 신제품의 비율은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전국이동통신협회 측은 물량 자체가 확보가 어려웠음은 물론, 미리 예약한 고객의 제품 확보 물량까지 대형 유통망으로 보내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소 판매점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형 유통망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를 공급할 때도 단통법 규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대형 양판점에 더 많은 물량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중소 판매점 매장 수는 1만2000점에서 1만1000점으로 10% 감소했다. 이에 반해 통신재벌 3사의 직영점은 2014년 1100여점에서 2015년 1480여점으로 35%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가전 양판점 중 한 곳은 2013년 322점에서 2015년 440점으로 37%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판매점들이 존폐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이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이통사와 중소 판매점 간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중소유통업자와 대형 유통점의 상생을 위한 특별반(TF팀)이 구성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와 중소유통업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참여하는 상생TF팀이 구성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이동통신 상생유통구조 정착’을 목적으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이동통신 3사가 참여하는 1차 TF팀 회의가 지난달 29일 국회 김경진 의원실에서 열렸다.

조충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은 “상생을 위한 TF팀 구성을 환영한다”라며 “그동안 이동통신시장에서 상생을 위한 대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전국 20만 유통인들은 그 효용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상생을 위한 TF팀 구성을 통해 유통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생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TF팀 구성을 통해 중소 판매점들이 지적해 온 신규 스마트폰 물량 차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통사들이 중소 판매점과 대형 유통망 간 차별적인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것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는 앞서 언급한 하이마트와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대형 양판점이 참가하는 협의체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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