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헤어샵 통해 본 신사업 한계

출시 100일, 현재 회원사 2000곳

미용업계, “카카오헤어샵 반응? 미적지근해요”

카카오, “양보단 질, 회원사 늘리기보단 엄격한 심사”

신규 수요 유치와 수수료, 향후 카카오 신사업 핵심

카카오의 신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인 ‘카카오헤어샵’이 출시된 지 석 달이 지났다. 당초 카카오헤어샵은 미용실에겐 ‘노-쇼(예약을 하고도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방지를, 손님에겐 미리 시술 가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으로 출범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샵을 방문하는 신규 고객이 많지 않자 탈퇴를 결심하는 미용실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는 게 업계의 증언이다. 카카오헤어샵의 시들시들한 반응이 곧 이어질 카카오의 많은 O2O 사업의 미래라는 의견도 있다.

핵심은 단골이 아닌 신규 고객 유치하기

카카오헤어샵은 지난 19일로 출시 100일을 맞았다. 현재 카카오헤어샵의 회원은 2000여곳이다. 카카오 측은 오는 연말까지 4000곳의 회원사를 모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헤어샵 회원사가 되기를 원하는 헤어샵들은 카카오에 신청을 한 후 카카오의 심사를받아야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헤어샵의 질적 서비스를 위해 헤어샵 스태프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하고 있으며, 신청 업소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헤어샵에 대한 미용 업계에 반응은 어떨까? 출시 석 달이 지난 지금,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카카오헤어샵 탈퇴를 결정하는 매장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헤어샵에 가입하기 위해선 가입 수수료 5만원, 달마다 카카오에 지불해야 하는 관리비 2만원과 함께 결제건당 5~1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탈퇴 매장들은 비용 소모에도 신규 고객이 늘지 않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에서 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큰 맘 먹고 카카오헤어샵에 가입 했는데 카카오를 통해 예약한 신규 고객이 없었다. 현재 탈퇴를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O2O 사업이 갖는 특성에 기반한다. 대한미용사중앙회 관계자는 “헤어숍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카카오를 통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 기존에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던 고객들의 수요를 끌어온 건데 이 고객들은 평소에도 소셜커머스, 블로그 마케팅을 통해 헤어숍에 방문해 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카카오헤어숍은 새로운 파이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파이를 잠식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여기서 성장 가능성에 한계가 온 것이다.

또 일부 대형 브랜드 숍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동네 미용실의 경우 원장이나 스태프가 카카오를 통해 접수된 예약을 따로 관리해야 하나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수수료’는 카카오의 O2O 사업에서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과도한 수수료를 거둬들여 오히려 시장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용업계 관련 단체인 대한미용사중앙회 역시 카카오헤어샵의 수수료를 주목하고 있다. 대한미용사중앙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업계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신규 고객을 끌지 못하면 바로 탈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만약 카카오가 탈퇴 유예 기간을 두는 쪽으로 노선을 바꾼다면 그때는 협회 입장에서 나설 수 밖에 없단 설명이었다.

카카오 측은 ‘양보다 질’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회원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 회원을 받는 것에 주력하겠단 입장이었다. 일부 대형숍들만 좋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초 카카오헤어샵의 주력 고객층은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다. 동네 미용실의 경우, 원장도 손님도 모두 모바일 사용에 능숙하지 못하다. 이러한 업장에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장이 아닌 기존 파이를 잠식한 것

카카오는 헤어숍 외에도 카카오홈클린, 카카오주차, 음식 배달 서비스 등 각종 O2O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당초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카카오홈클린은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카카오파킹 또한 내년 상반기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베스트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카카오는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전 분기보다 3.1% 감소한 3648억원, 영업이익은 17.9% 줄어든 219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O2O 사업을 벌이는 데 들어간 투자 비용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가 O2O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의 원천은 ‘수수료’이다. 하지만 이 수수료를 거둬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카카오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얻지 못한다면 과도한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대한미용업계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 만약 카카오헤어샵이 신규 고객을 끌어오지 못한다면 카카오헤어샵에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다. 모바일을 통한 예약은 카카오가 아닌 다른 경로로도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과도한 수수료는 기존 업계의 반발을 불러온다. 실제로 수수료 없이 출발한 카카오택시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비해 수수료 구조를 안착시킨 카카오드라이버는 일부 대리운전 단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카카오의 영역 침범에 대해 기존 사업자들의 우려도 크다. 카카오홈클린 계획이 발표된 지난 5월,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사)한국YMCA연합회 회원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카카오홈클린 서비스는 가사 서비스의 ‘양질의 일자리’로의 도약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홈클린은 결국 ‘수수료 싼 유료직업소개사업’에 불과하며 소규모 직업소개소들이 일궈온 골목상권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라 밝혔다.

카카오의 지나친 내수 시장 기대기에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현재 행보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규 기술 개발보단 기존의 사업 영역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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