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페이 승부 조준호 미래 책임지나

LG전자, 3인 대표체제에서 1인 대표로

조성진 H&A사업본부장, 부회장 승진

G5 실패에도…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일단 유임’

LG페이, 화이트 카드 버리고 삼성페이 따라간다

신규 스마트폰의 연이은 실패로 관심이 쏠렸던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의 거취가 유지된다.

높은 실적을 올리며 LG전자의 호실적에 기여한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고졸 신화’를 새로 쓰게 됐다.

일단은 조준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부를 이끄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LG전자가 3인 대표이사 체제를 포기하고 조성진 사장을 1인 CEO로 올린 것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LG전자는 내년 신규 스마트폰 ‘G6’와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LG페이’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는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임된 조준호, G6 성공 과제 안아

MC사업본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조준호 사장은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불린다.

조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를 전공했다. 지난 1996년 LG그룹 회장실 경영혁신추진본부 이사대우로 LG맨 생활을 시작했으며 LG구조조정본부, 정보통신 단말사업본부를 거쳐 지난 2015년 1월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 초 임원 인사에서는 LG전자 대표이사직까지 겸임하게 됐다.

조준호 사장의 취임 후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와 G5의 연이은 실패를 겪었다. 조 사장은 G4가 기대보다 선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올 초 LG전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LG그룹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듯했다. 물론 G4의 경우 조준호 사장 취임 전부터 대부분의 ‘스펙’이 결정돼 있었기 때문에 조 사장에게 직접적 책임을 물은 순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G5는 조 사장이 전두지휘한 ‘조준호 폰’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G5의 실패로 인해 최대 위기를 겪는 중이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은 13조2000억원, 영업이익 2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당히 부진했다. 이는 MC사업부가 신규 스마트폰 G5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매출액 2조5000억원, 영업손실을 436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4분기 LG전자의 실적을 매출액 14조1000억원, 영업이익 1198억원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어규진 애널리스트는 “V20 출시로 MC부분이 적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다. 따라서 MC사업본부의 적자는 3900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G5의 부진이 4분기 실적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MC사업본부는 G5의 부진으로 인력감축과 조직개편을 겪으며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LG전자는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조성진 H&A사업본부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각자 영역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서 전문성을 강조한 3인 대표 체제가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성진 H&A사업 본부장의 승진은 가전 제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H&A사업본부의 호실적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미래에셋대우 박원재 연구원은 H&A 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을 1조4439억원으로 추정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영업이익률이 8.4%인 수치로 전년 동기대비 2.5% 개선된 수치다. 박 연구원은 “LG 시그니처 같은 고가 제품 판매 확대 및 원가구조 개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조준호 사장의 유임에는 V20의 선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년 출시될 G6는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LG페이가 LG산 스마트폰에 미칠 영향은

한편 출시를 앞두고 있는 LG의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 ‘LG페이’에도 시선이 쏠린다.

‘라이벌’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자사 휴대전화에 연동한 지 오래다. 삼성페이는 출시 1년만에 누적 결제액 1조원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 확보에도 여념이 없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 스타벅스에서도 12월부터 결제가 가능하게 됐다.

LG 역시 자사의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인 LG페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가 조금 모호하다. 당초 LG페이는 실물 카드처럼 생긴 ‘화이트 카드’에 고객이 소유한 모든 카드를 몰아 넣는 방법으로 출시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결제를 하려면 실물 카드와 차이가 없는 화이트카드를 갖고 다녀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간편 결제로서의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LG페이는 화이트 카드 방식 대신 삼성페이와 같은 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MST)을 택했다. 내년 4월 출시될 G6와의 연동 여부 역시 신중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는 LG페이 출시를 위해 카드사와 세부 사항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페이는 분명 LG전자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에겐 ‘고려할 만한 요소’가 될 순 있다. 그러나 LG페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LG전자 스마트폰의 높은 판매가 우선돼야 한다. 애플의 애플페이, 삼성의 삼성페이는 모두 자사의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고 또 그래왔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박성혁 교수는 “중국의 경우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과 스마트폰 시장이 다르게 움직인다. 북미는 소비자층이 아이폰에 집중돼 있어 모바일 간편결제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삼성 스마트폰이 삼성페이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 영향을 어느 정도 준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밭대학교 김창화 교수는 “특정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때문에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거나 기기를 변경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스마트폰 판매량의 부진은 해당 스마트폰에 설치된 간편결제 시스템의 대한 노출이 적고, 접근성을 낮춰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성혁 교수는 "국가별 상황이 달라 단언할 순 없지만 국내는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과의 제휴에 따라 판매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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