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속도 ‘혁신의 벽’ 뛰어넘어…초강력 멀티 기능 ‘작업량이 4배로’
“화면이 두 배로 커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네 배로 커진다.”
“2륜차 시대가 가고 4륜차 시대가 열렸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지만 폴더블폰의 혁신은 걸림돌을 뛰어넘는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근 폴더블 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휴대폰의 장점에 대형화면이라는 또다른 장점이 추가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화웨이가 세계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에서 자체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기폭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폴더블폰의 예상 판매량을 300만대 정도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1400만대, 2021년 3000만대, 2022년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기준 14억대 정도로 전망되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절대적 숫자는 크지 않지만,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의 활력소가 되기엔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폴더블폰의 기술력은 놀라운 혁신이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 가격 경쟁력에 관해서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는 1980달러(약 221만 원), 중국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 X'의 가격은 2300유로(약 293만 원)으로 예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이것이 혁신”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Bill Graham Civic Auditorium)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에서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의 탄생을 알리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Galaxy Fold)’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시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소재·기구·화면 등 여러 방면에서 기술 혁신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갤럭시 폴드를 선보였다.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사용자에게 접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복합 폴리머(Polymer) 소재를 개발, 기존 스마트폰 화면보다 약 50% 정도 얇은 화면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갤럭시 폴드 화면은 단말기를 접어서 작게 휴대할 수 있는 동시에 구부러지는 것이 아닌 완전히 접히는 기능을 가졌다. 또한, 여러 번 접었다가 펴도 제품이 변형되지 않는 내구성을 갖췄다. 이 대목이야말로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삼성의 장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갤럭시 폴드는 세계 최초로 7.3인치형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Infinity Flex Display, 무한으로 접을 수 있는 화면)를 탑재했으며, 접었을 때는 4.6인치형의 커버(덮개) 화면을 갖춘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면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고,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등 다중 작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IM 부문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자체의 가능성을 변화시키며 차세대 모바일 혁신의 역사를 열어가는 중”이라며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폴드는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넘어 프리미엄 폴더블 기기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폴드는 화면을 펼쳤을 때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큰 화면으로 변신해 확장된 사용성을 제공하지만, 접었을 때는 한 손으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또한, 갤럭시 폴드는 새롭게 개발한 정교한 힌지(Hinge, 두 개의 패널을 접었다 펼쳤다 할 때 필요한 이음새) 기술을 적용해 마치 책과 같이 화면을 펼칠 수 있으며 화면을 접을 때도, 평평하고 얇은 형태를 유지한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기능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는 측면 부위에 지문인식센서를 탑재해 손쉽게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할 수 있으며, 7.3인치로 펼쳤을 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와 스마트폰 부품들을 균형있게 배치했다.

접은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한 손으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화면을 7.3인치로 펼치면 큰 화면에서 AR 콘텐츠·프레젠테이션 등을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통해 ‘멀티 액티브 윈도(Multi-Active Window)’ 기능과 ‘앱 연결 사용성(App Continuity)’을 강조하고 있다. 멀티 액티브 윈도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2분할 혹은 3분할로 나눌 수 있고,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해도 애플리케이션이 멈추지 않고 동시에 동작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왼쪽의 큰 화면으로 최신 동영상을 보면서 오른쪽 위 화면에 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해 영상에 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동시에 오른쪽 아래 화면으로는 메시지로 친구와 채팅을 할 수 있다.

앱 연결 사용성은 스마트폰을 접었다 폈을 때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커버 화면과 내부 화면을 통해 끊김 없이 자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한 예로 갤럭시 폴드는 접은 채로 커버 화면에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다가, 내부 화면을 펼친 후에도 보던 화면을 중단 없이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안드로이드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업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갤럭시 폴드에 최적화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삼성만의 소유물이 아닌, 범용적인 안드로이드 사용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글의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갤럭시 폴드의 특성과 어우러지도록 협업과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갤럭시 폴드의 배터리 시스템은 무선으로 배터리 공유가 가능해 다른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도 충전할 수 있다.

갤럭시 폴드의 카메라 후면에는 1600만 화소 초 광각 카메라, 2중 조리개를 지원하는 1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등 3중 카메라를 탑재된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을 PC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삼성 덱스(Samsung DeX)’,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Bixby)’, 모바일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Samsung Knox)’, 모바일 결제 플랫폼 ‘삼성 페이(Samsung Pay)’, 종합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Samsung Health)’ 등이 지원된다. 갤럭시 폴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4월 26일 출시된다.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갤럭시 폴드이지만, 시장 반응이 폭발적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달 CNN 비즈니스는 시장조사업체 CCS 인사이트의 내용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주요 목적은 판매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과 거리가 멀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애플 등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을 증명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노려 갤럭시 폴드를 출시했다는 얘기다.

이어 CNN 비즈니스는 "갤럭시 폴드는 배터리 수명과 제한된 화면 크기 등으로 단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의 브랜드 유명세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갤럭시폴드는 아직 가격 대비 활용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제품이라기보다 (기술적 우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제품에 가깝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갤럭시 폴드의 높은 가격대를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비자가 2000달러에 달하는 제품을 수용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기폭제가 될지 역시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X'는 내구성 의심받아

삼성전자에 이어 화웨이도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에서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웨이는 지난달 25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MWC19'에서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 폴딩 방식의 폴더블폰 '메이트X'를 내놨다.

메이트X는 제품 뒤쪽에 4중 카메라가 장착됐다. 접었을 때 앞면은 6.6인치, 뒷면은 6.38인치이며, 스마트폰을 펼치면 8인치 태블릿이 된다. 특히 펼쳤을 때 카메라 부분에 'U'자 모양의 '노치'가 있는 갤럭시 폴드와 달리 풀 스크린(Full Screen) 형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제품보다 커진 화면과 얇은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자사 '발롱 5000' 모뎀 칩셋을 탑재해 '가장 빠른 5G 스마트폰'이라고도 표현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CEO는 전날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를 겨냥해 "접었을 때 화면 크기가 4.6인치라면 너무 작다"며 "우리 제품은 노치나 홀도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웃 폴딩 방식의 메이트X는 접히는 반경이 인폴딩 방식보다 커 디스플레이가 변형되기 쉽고 외부 충격 등에 더 취약하다. 메이트X 공개 후 영국 BBC는 “메이트X를 대중에 선보였을 때 접힌 디스플레이를 펼치면서 화면의 주름이 보였다”며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평평하게 펴지는 것 같지 않다”고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최신 스마트폰보다 3배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원화로 300만 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을 지적했다. 또한, 미국 IT 매체 시넷(CNET)은 “삼성전자가 적수를 만났다”면서도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메이트X 출고가를 공개하자 청중은 놀람과 실망이 섞인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5G서비스와 만나면 활용성 급상승

폴더블폰에 대한 얘기가 최근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소비자 관점에서 본 일상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의 설명은 다양하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태블릿이 되는 폴더블폰을 통해 동영상, 게임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더욱 진화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기존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는 편리한 휴대성에 두 배로 커진 폴더블폰을 활용한다면 원격 근무를 비롯한 스마트오피스 확산도 예상해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연내 상용화가 예정된 5G 서비스와 결합한다면 증강현실(AR) 등 스마트폰을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200만원이 넘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대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화면을 접었다 폈을 때, 사용 중인 앱의 화면 전환이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질지, 혹은 가독성, 접근성, 손 조작 등 폴더블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 준비되었는지 여부가 성공적인 시장 정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큰 화면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특히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대화를 이어가는 등 편리성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가격, 무게,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비자 사이에서 다소 비싼 가격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200만 원대 가격에 대해서도 "출시 초기에 200만 원대 가격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만, 100만 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형성되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폴더블폰의 실질적인 효용성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넓게 화면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더불어 태블릿 PC와 노트북 시장을 어느 정도 잠식할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2분기에 출시하게 되면 소비자들 평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저 같은 경우 넷플릭스(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데 이러한 소비자들 경우에 양쪽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변곡점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폴더블폰의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의 갤럭시 폴드에 이어 화웨이가 폴더블폰 메이트 X를 발표하면서 접히는 스마트폰, 폴더블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며 폴더블 스마트폰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추구해 온 휴대성과 대화면 사용을 동시에 만족하게 할 폼팩터(형태)로, 성숙기를 넘어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활기를 줄 변곡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관련 부품 수요 확대, 폼팩터 변화에 따른 애플리케이션 산업으로의 영향,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학무 연구원도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이 연구원은 "대당 판매 단가도 올라가고, 화면이 커진 만큼 OLED의 공급이 많이 필요하다"며 "하드웨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폴더블폰의 개발이 부품 공급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연구원은 "통신사로서는 폴더블폰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자가 소비하게 되면 그만큼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게 돼 요금 상향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적인 측면에서도 이 연구원은 "폴더블폰에 대응할 만한 제품은 딱히 나와 있지 않다"며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폴더블폰 확산에 대해 믿음을 보였다.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폴더블폰 산업은 한국이 가장 잘하는 사업 중 하나"라며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윤주호 연구원은 이상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과 지난해 10월 폴더블폰 관련 보고서를 냈다.

윤주호 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려는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며 "화웨이는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해 세계 2위까지 올랐지만 다른 경쟁사(오포, 비보)에게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시장의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하다"고 밝혔다. 즉, 삼성전자가 스스로 하드웨어 혁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는 얘기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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