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렙 '유니버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콘텐츠와 IT 기술의 다채로운 결합을 통한 폭발력’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IT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넷마블이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를 인수한 데 이어 엔씨가 게임업계 두 번째로 ‘IT-엔터테인먼트’ 협업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게임 산업 진출 의지를 다져왔던 엔씨 는 지난해 8월 엔터분야 자회사 ‘클렙’ 설립에 이어 지난 5일 CJ ENM과의 합작 법인 설립 발표했다. 올 초 K팝(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출시하는 등 엔터 산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엔터 사업 분야에서 엔씨가 야심차게 준비한 첫 결과물은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다. 엔씨는 지난 10일 ‘유니버스’의 사전 예약이 이날 2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o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모션캡처, 캐릭터 스캔 등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했다.

유니버스는 색다른 즐길 거리가 특징이다. 강다니엘, 더보이즈, 몬스타엑스, 박지훈, 아스트로, 아이즈원, 우주소녀 등 11팀의 K팝 아티스트가 합류하면서 팬덤 유치에 성공했다. 이용자는 아티스트의 실제 목소리를 활용해 개발한 AI 보이스로 원하는 시간과 상황에 맞춰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아티스트가 직접 모션캡처, 바디 스캔에 참여해 만든 캐릭터를 꾸미고 캐릭터를 활용해 뮤직비디오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영상, 화보, 라디오, 예능 등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고 팬과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 밖에 아티스트 관련 팬아트, 영상 등을 제작해 공유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스트리밍, 팬미팅, 콘서트 참여 등 온o오프라인의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을 받는 ‘컬렉션’도 마련된다. 엔씨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88개국 K팝 팬들이 사전 예약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는 ‘유니버스’ 론칭을 위해 지난해 7월 자회사 클렙을 설립했다. 클렙은 엔씨가 8억 원을 출자해 엔씨 지분율 66.7%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영상, 웹툰, 온라인 음악서비스, 인터넷 방송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김택헌 클렙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로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사업 전반을 총괄해온 김 대표는 엔씨 대표작인 모바일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흥행을 이끌었다. 클렙에는 김 대표 외에도 김정하 엔씨소프트 엔터사업실 실장도 합류했다.

자회사 클렙과는 별도로 엔씨는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인 CJ ENM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콘텐츠 사업을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지난 5일 CJ ENM과 콘텐츠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에서는 엔씨의 IT 기술력과 CJ ENM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노하우를 접목해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엔씨 김정하 엔터사업실장은 “양사가 보유한 역량이 다른 만큼, 시너지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CJ ENM 음악콘텐츠본부 이선 음악사업부장은 “CJ ENM의 콘텐츠 제작 및 사업 역량과 엔씨의 IT플랫폼 기반 사업 역량을 합쳐,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IT와 콘텐츠 산업의 합종연횡이 폭발력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게임 산업과 콘텐츠 산업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청신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약 50억8000만 달러(약5조59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만화(36.7%), 게임(10.0%), 지식정보(6.5%) 등 대표적인 비대면 관련 산업들이 콘텐츠 산업 전체 평균 증가율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엔터 사업 진출은 기존 넷마블-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협업처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IT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은 엔터업계의 기술역량을 채워주면서 미래 산업의 가장 큰 축이 될 것으로 보여져 두 분야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