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가 산업화 ‘빅뱅’으로…메타버스는 ‘또 하나의 세상’

전세계 2억명의 유저를 확보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사진=제페토 홈페이지 캡처.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이제 가상현실의 주역은 인터넷이 아닌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기업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 젠슨 황이 지난해 10월 개발자 행사에서 한 이 발언에 시장이 들썩였다.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초월·변화를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 용어는 ‘가상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가상 공간에서 개인을 표현하는 아바타들이 놀이, 업무, 소비, 소통 등 각종 활동을 하는 플랫폼을 일컫는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기술 발달에 따라 이 ‘가상세계’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메타버스, 코로나19로 가장 주목 받는 산업으로 성장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새로운 공간인 메타버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주목해볼 만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미국 게임사 로블록스는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데뷔, 시가총액 452억 달러(약 51조3200억원)의 기업이 됐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말 기준 하루 활성 이용자가 3260만 명에 이른다.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돼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만든 ‘제페토’는 얼굴 인식, AR, 3D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2억명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2800억 달러(약 3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글로벌 메타버스 열풍의 뒤에는 바로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가 있다.

가상 공간 소통이 익숙한 MZ세대 ‘메타버스 열풍’ 이끌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인 이들은 가상공간에서 사이버 부캐(부캐릭터)·아바타 등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며 놀이터로 삼거나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치기도 한다. 현실 친구와 가상 공간에서 만나 놀거나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MZ세대의 메타버스 열풍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외출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가상 공간에서 소통하고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는 경향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로블록스는 코로나19 속에 오히려 매출이 82%나 늘어났다.

이 같은 MZ세대들의 호응에 힘입어 메타버스 공간은 이제 공적인 활동의 영역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내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청와대는 지난해 어린이날에 마인크래프트 맵을 이용해 어린이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가수나 영화감독도 메타버스에서 공연을 하거나 새 작품을 발표한다. 지난해 9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영상을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이들이 선택한 무대는 음악방송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도 아닌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 ‘포트나이트’였다.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에는 123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관람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신작 ‘테넷’의 예고편을 지난해 포트나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는 메타버스 공간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사회 활동을 구현하는 새로운 대체 현실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관계 맺기에 익숙한 MZ세대들을 등에 업고 메타버스 산업은 4차산업 혁명시대를 이끌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BTS,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이같은 가상세계와 현실의 융합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유는 IT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나 싸이월드 내 ‘미니홈피’ 등이 인기를 얻었지만 당시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력은 물론 이를 소비하는 플랫폼과 콘텐츠가 모두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달로 보다 현실감 있는 메타버스 세계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유사하지만 새로운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점에서 기업체들은 여기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와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현재 메타버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MZ세대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상 세계에서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고 키우거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워낙 익숙하다. 특히 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성장할 10~20년 후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