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페토’ 선두주자…LGU+ 우주정거장 VR 체험도

SKT의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 사진=SKT 제공.
메타버스 산업이 글로벌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미래 가능성이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이기에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무기로 관련 서비스개발 및 기업 간 연대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완결판이 메타버스 산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글로벌화를 모색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IT,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의료 등 전방위 기업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산업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합종연횡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네이버 ‘제페토’ 전세계 2억명 유저 보유

메타버스 산업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제페토’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전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페토는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 플랫폼이다. 로블록스와 유사하며 제페토 내에서 게임 및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 유저들은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패션아이템을 제작하거나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사람들이 방문하게 만들고 광고를 적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제페토 서비스 이용자의 90%는 해외 이용자이며, 전체 이용자의 80%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총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구체적인 타깃으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겨냥했다. 이들 세대를 위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CJ, 구찌, 디즈니 등 굴지의 기업들과 협업을 맺고 다양한 사업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이통 3사, 5G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이동통신 3사는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 2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원팀’을 결성했다. ‘메타버스 원팀’은 KT를 비롯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융합현실(MR) 관련 사업을 하는 딜루션, 버넥트, 코아소프트, 위지윅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스토브를 비롯한 9개 기업과 국내 VR 및 AR 기업들의 연합체인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참여한다. 이들 참여 기업과 기관은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메타버스 기술을 발전시키고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참여기업도 늘려갈 계획이다.

KT 엔터프라이즈 부문 배기동 영상사업 담당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가 앞으로 핵심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메타버스 원팀 참여 기업들과 메타버스 생태계 확대와 기술 발전, 서비스 발굴 등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SKT는 K팝 스타들을 주제로 한 혼합현실(XR) 기술을 활용한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 를 추진 중이다. K팝 스타들의 AR 디지털 휴먼 콘텐츠와 메타버스 기반의 뮤직비디오 제작, 공연 등 K팝 문화를 혼합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세계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을 맡았다. LG유플러스 외에도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각국의 이통사인 버라이즌, 벨 캐나다, 오렌지, 차이나텔레콤, 청화텔레콤 등 총 7개 지역 11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우주에서의 일상을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실제 촬영하는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선보여화제가 됐다. 시리즈로 제작되는 해당 콘텐츠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의 협력으로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직접 촬영됐다. 촬영 비용만 96억원에 달해 웬만한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비용이 들어갔다. 이 시리즈는 우주선에서 식물 재배가 가능한지, 또 태양으로부터 1억 5000천만 Km가 떨어진 국제 우주정거장에서도 열기가 느껴지는지 등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콘텐츠로 제작됐다. LG유플러스의 XR 전략을 총괄하는 최윤호 XR서비스담당 상무는 “XR 얼라이언스에서만 내놓을 수 있는 대작 콘텐츠”라며 “앞으로 XR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합종연횡으로 메타버스 동맹 구축

다양한 기업간 합종연횡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 중소기업 등이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동맹 체계를 구축한다. 정부 주도로 모인 이들 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 ICT문화융합센터에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었다.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J ENM, 롯데월드, 분당서울대병원과 KBS, MBC, SBS, EBS 등 25곳이 참여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공공기관도 함께 한다. 얼라이언스는 민간이 프로젝트 기반으로 주도하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하는 체계다.

이처럼 기업들이 속도감 있는 행보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이 메타버스 산업을 피부로 느끼는 변화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오는 7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팬들이 VR기기를 착용하면, 가상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옮겨가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의료계 혁신은 더욱 발빠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메타버스 교육 방식이 도입돼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던 해외 의료진은 물론 실습이 중요한 의대생들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직접 환자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비대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달 XR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 의료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시아 각국의 흉부외과 의료진 200여 명이 참석해 XR 플랫폼을 통한 교육을 받았다.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각자의 연구실에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하거나 노트북으로 현실 속 장소를 가상의 환경에서 그대로 체험했다. 마치 게임처럼 본인의 아바타를 설정한 후 가상의 강의실에 입장해 폐암수술 기법과 가상융합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한 강의를 수강했고 가상의 환경 속에서 수술 과정을 참관하며 실시간으로 토의를 이어갔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세’가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메타버스 시대에도 네이버o카카오와 같이 플랫폼 파워를 가진 인터넷 업체들의 경쟁력은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