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등에 업고 가상인간 캐릭터 산업 폭발할 듯
지난 7일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전 세계 슈퍼챗(유튜브 시청자가 채널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상위 10개 채널 중 9개가 버추얼 유튜버다. 가상 캐릭터들이 유튜브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1위에 오른 루시아(Rushia) 채널은 누적 후원금만 25억원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처럼 점점 커지는 메타버스(Metaverse : 현실(Universe)과 초월(Meta)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돼 만들어지는 초현실세계) 시장에 발맞춰 삼성, LG가 선보인 가상인간 ‘샘’과 ‘김래아’도 예상 밖의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떠오른 가상인간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을 합쳐 500만명이 넘는 SNS 팔로워를 보유할 정도이다.
LG전자, ‘CES 2021’에서 가상인간 김래아 연설자로 채택
가상인간을 기업 활동에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1’에서 자사에서 디자인한 가상인간 김래아(Keem Reah, 이하 래아)를 깜짝 등장시켰다.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으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외형에 인공지능(AI)기술로 목소리를 입힌 캐릭터다. 래아는 23세 여성으로, 지난해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동중으로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인플루언서로 설정됐다. 최근까지 딥러닝 기술을 통해 3D 이미지를 학습해왔고 CES 2021에서 연설자로 등장해 입체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무대에서 래아는 LG전자의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삼성걸’로 알려진 샘, 브라질 법인에서 트레이너로 활약
반면 삼성전자는 예기치 않게 자사에서 내놓은 가상인간 샘(SAM)이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스다. 샘은 단발머리에 큰 눈, 다양한 표정이 인상적인 가상인간이다. 최근 해외 SNS 계정에서 ‘삼성 걸(girl)’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샘의 그림과 패러디 콘텐츠 등이 해외 SNS에 속속 올라오면서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샘을 위한 커뮤니티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샘을 성적 대상화한 2차 저작물도 SNS를 통해 퍼져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샘은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공식 공개한 가상인간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에서 교육용으로 탄생시킨 샘은 당초 2D 캐릭터로 현장 영업사원들에게 판매 가이드를 교육하는 버추얼 트레이너였다. 그러다 브라질 그래픽 스튜디오인 라이트팜과 제일기획이 협업해 3차원 캐릭터로 제작, 영상을 공개한 후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서는 샘이 이후 삼성전자의 가상비서 빅스비를 대체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공식 활동에 샘을 활용할 계획은 없다. 삼성전자는 “샘은 브라질 법인에서 활용해 왔으며 삼성전자의 공식 캐릭터로 채택할 계획은 없고 다른 해외 법인으로 확대할 계획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전했다.
릴 미켈라, 500만 팔로워 보유·할리우드 에이전시와 계약도
래아와 샘이 기업 마케팅과 교육 목적으로 탄생돼 인기를 얻은 국내 기업의 가상인간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로 등극해 실제 연예인처럼 활약 중인 캐릭터는 릴 미켈라다. 5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미켈라는 캘빈 클라인, 샤넬 등 명픔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미켈라를 만든 미국의 스타트업 브러드는 2019년 130억원의 수익을 냈다.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단가는 약 8500달러(한화 948만원)에 달한다. 2016년 로봇 전문기업 브러드사에서 만든 미켈라는 미국 LA에 거주하는 19세 소녀로 브라질 출신의 스페인 혼혈 뮤지션이다. 전형적인 미인과는 다른 외양의 미켈라는 양갈래 머리와 주근깨, 살짝 벌어진 앞니를 지닌 개성 만점의 소녀다.
2025년 글로벌 시장규모 317조원으로 예고되는 메타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장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가상인간 캐릭터는 공감대와 친근감, 동경심을 불러일으키며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다른 매력적인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본능적이기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엄청난 확장을 일구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개성이 강하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가상인간 캐릭터들을 앞세운 산업화의 속도가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