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CJ ENM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전략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콘텐츠 공급자 vs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방송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송출 중단 사태까지 불러오며 점입가경에 이르렀다. 표면적으로는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이견차이지만 갈등의 밑바닥에는 콘텐츠 공급업체와 OTT 서비스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을 보여주는 힘겨루기와 이후 콘텐츠 업계에 펼쳐질 상황을 예고케 하고 있다. 어찌됐든 양사의 충돌로 인한 피해의 몫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 같은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사용료 두고 충돌…결국 ‘송출 중단’

CJ ENM과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충돌했다. CJ ENM이 자사가 제공하는 콘텐츠 비용이 너무 낮다며 문제제기하자 LG유플러스는 “인상요구가 과도하다”며 맞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당초 콘텐츠 사용료 협상 기한이었던 지난 10일을 넘긴 것이다. 이에 지난 12일부터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서비스인 ‘U+모바일tv’에서 제공하던 CJ ENM 10개 채널의 실시간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CJ ENM은 “지난 3월부터 5차례에 걸친 실무 미팅 및 공문을 통해 콘텐츠 공급 대가 산정을 위한 기초적인 정보를 요구했지만 LG유플러스는 제공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가입자 규모를 추정해 공급 대가를 제안할 수밖에 없었고 LG유플러스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충분한 사용료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CJ ENM은 콘텐츠 사용료로 전년 대비 2.7배 증가한 비상식적인 금액을 요구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이미 2019년 9%, 2020년 24%로 사용료를 인상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CJ ENM은 콘텐츠 사용료 인상에 강경한 입장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지난달 3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TV(IPTV) 업계를 겨냥해 “인색하다”고 비판하며 “한국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로 제작비의 3분의 1 수준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120%까지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수준은 글로벌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를 유지해야 하는 산업, 유통, 시장구조는 국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송출 중단 사태가 CJ ENM이 자사 콘텐츠 가치를 높이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한 인기를 얻고 있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 콘텐츠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유리해지고 있는 가운데 CJ ENM이 각종 플랫폼에 그동안 콘텐츠를 ‘헐값’으로 제공해왔다며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는 물론 국내 OTT 서비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너도 나도 ‘킬러 콘텐츠 모시기’에 혈안이 되고 있어 이같은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국내 시장의 경우 인기 콘텐츠 공급업체가 OTT 서비스업체보다 우위에 서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CJ ENM의 콘텐츠 제값 받기 승부수는 계속 이어질 듯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CJ ENM은 프로그램 공급자(PP)이기도 하지만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운영하는 OTT 사업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CJ ENM의 실시간 콘텐츠는 자사 채널을 제외하면 KT의 OTT 시즌(Seezn)과 U+모바일tv에서만 송출돼왔다. 때문에 송출이 중단되면 티빙에 가입자가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CJ ENM이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를 고수하는 것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자사 OTT인 ‘티빙’에만 콘텐츠를 송출함으로써 가입자를 대거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정된다”며 “실제로 CJ ENM은 2023년까지 티빙 가입자를 8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오리지널 올인 전략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CJ ENM은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협상시한을 넘기면서 KT의 시즌과도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LG유플러스와의 협상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즌은 KT가 주력하는 OTT 서비스인데다 KT 또한 최근 제작에 힘을 싣고 있다.

KT가 운영하는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지니는 2023년 말까지 원천 지식재산(IP) 1000여 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즉, 앞으로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가 티빙에도 공급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LG유플러스와의 협상 때처럼 초강수로만 대응할 수는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PTV 업체와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플랫폼과 프로그램 공급자 간 갈등인데 인기 콘텐츠가 플랫폼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CJ ENM같은 대형 프로그램 공급자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콘텐츠 제작비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콘텐츠의 가격 상승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