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강남구청 등 3개의 지자체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인 '리얼큐브'를 활용해 시니어의 치매예방 활동을 지원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시니어플라자에서 어르신들이 메타버스 치매예방 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KT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메타버스(Metaverse)에 사활을 걸었다.”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핵심 미래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그동안 눈치작전을 펼치던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패권 경쟁에 발벗고 뛰어들고 있다.

일찌감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네이버같은 플랫폼이나 게임 회사는 물론 통신사와 대기업·금융권도 그간의 시장조사를 마치고 적극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 론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의미한다. 가상 공간에서 개인을 표현하는 아바타들의 놀이, 업무, 소비, 소통 등 각종 활동을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기술 발달에 따라 이 ‘가상세계’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규모는 지난해 50조원대에서 2025년에는 약 31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 조직 개편하며 본격 서비스 개발 시동 가장 발빠르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곳은 IT·통신기업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기존 혼합현실(MR)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MR서비스CO’ 조직 명칭을 ‘메타버스CO’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SK텔레콤은 “게임·소셜·엔터테인먼트 등이 메타버스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SK텔레콤이 보유한 AR·VR 등 MR 기술을 비롯해 5G,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해 조직명을 변경했다” 라고 밝혔다.

2019년부터 일찌감치 VR 앱 등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던 SK텔레콤은 최근에는 전시회를 통해 메타버스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이벤트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공개한 것이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가상 컨퍼런스, 실시간 고화질 생중계 서비스 등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며 곧 상용화될 계획을 발표했다.

KT, 시니어 치매예방·어린이 체육활동 지원 서비스

KT는 메타버스 서비스인 ‘리얼큐브’를 활용해 시니어의 치매예방 활동과 어린이 운동회 등을 개최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리얼큐브는 현실 공간에 반응형 기술과 위치 및 동작 인식이 가능한 센서를 연동해 VR 기기(HMD)나 AR 글래스 없이도 가상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MR 서비스다. 부가적인 장비 착용이 불편한 시니어들도 메타버스 환경에서 실감나는 체험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치매예방 체육활동에는 참여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5종류의 게임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인지발달과 체력증진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설계된 메타버스 콘텐츠를 통해 체력과 인지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활동이 진행된다.

KT는 전문기관과 인지 능력 및 두뇌 발달을 비롯한 치매 예방을 위한 MR 솔루션과 콘텐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리얼큐브를 전국 시니어 기관이나 복지시설, 아동 시설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부 치매안심센터 등에서는 KT의 리얼큐브를 입소자들의 치매 예방 및 증상 완화에 활용하고 있다.

리얼큐브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체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메타버스 운동회’에도 활용됐다. KT와 용산구청은 지난달 21~22일 이틀 간 용산구청과 용산구 육아 종합지원센터, 용산 맑은 숲 어린이집, 용산구 공동 육아 나눔터 등 서울 용산구 관내 4개의 기관에서 메타버스 운동회를 진행했다. KT는 운동회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연령대와 발달 단계에 맞춰 운동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는 △가상 환경에서 활동하며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대작전’ △숨은 고양이를 찾는 ‘큐빅캣’ △공을 던지거나 벽면을 만져 물방울을 터트리는 ‘버블오션2’ 등이 그것이다.

LG그룹, 그룹차원 메타버스 사업 본격화…금융권도 출사표

LG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각 계열사들도 메타버스 서비스 전략 설정에 나섰다.

지난 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미국의 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웨이브에 투자했다. 웨이브는 존 레전드, 린지 스털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가상현실 기반 라이브 콘서트를 50차례 이상 기획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LG그룹은 앞으로 웨이브와 손잡고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들도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은 메타버스 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 전략을 재편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클라우드 플랫폼 ‘에저’에 공급되는 비행시간 거리 측정(ToF) 모듈을 개발중인 LG이노텍은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oF는 피사체에 보낸 빛이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 정보를 담은 영상을 만든다. ToF 카메라 모듈이 장착된 AR·VR기기나 스마트폰을 통해 메타버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해 신입사원 교육방식을 가상현실 세계로 실시 중이다. 신입사원들은 RPG게임 형태의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구성된 메타버스 교육장에서 본인의 아바타로 LG디스플레이 주요 사업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동기들과 화상소통을 한다. 또한 릴레이 미션, 미니게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금융권도 속속 메타버스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오는 21일 자산관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디지털 웰스케어(Wealth Care) 세미나’를 메타버스 콘셉트로 진행한다. 세미나 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연출하고 가상 아바타가 고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메타버스와 관련, 학계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15일 ‘메타버스’ 저자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 학계와 공동 프로젝트 협약식을 체결, 메타버스에 대한 금융권의 활용 방안을 창출하고 메타버스 메인 유저인 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