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관광이 성공리에 끝났다. 이와 관련해,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또 다른 사업일 뿐이라고 비난한다. 반대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지속하면 그 기술의 스핀오프 혜택은 사회 어딘 가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스핀오프는 정부·산업의 우주·군사 기술이 민간 기술로 재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 최고 부자 베이조스가 등장한 만큼 빈부 격차에 대한 반발심을 대변하는 '부자를 먹어라'(eat-the-rich)라는 문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자를 먹어라'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명언으로, 가난한 자들이 궁지에 몰리면 부자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면 된다.

20일(현지 시각) 미국의 주간지 리즌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과 아마존의 창업자 베이조스의 우주 관광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관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고 리즌은 지적했다.

리즌에 따르면, 과격 주의자 자코뱅파들은 “우주에 억만장자들을 버려라”고 제안하고 있다. 기술 전문지 더 버지는 “산업 초기부터 부자들이 장악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런 비판·비난은 과거에도 있었다. 치과 진료·자동차 소유·비행기 여행도 처음에는 부자들만의 영역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지금 민간 우주 관광에 쏟아지는 비난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영원히 부자들만 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민간 우주 관광 산업이 지구인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회사들이 개발한 기술이 인류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우주여행이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950년대 항공 요금은 매우 비쌌다.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6~7시간 걸리는 뉴욕~런던 항공 시간이 그 당시에는 15시간 넘게 걸렸다. 더구나, 비행기들은 지금보다 덜 안전했고 툭하면 약간의 기상 변화에도 출발이 지연됐다. 기상 변화 시 일정은 수시로 취소됐다.

수십 년이 지나 항공 교통은 더 싸지고, 더 빨라지고, 더 안전해졌다. 1970년대에는 미국인의 25%가 1년에 1번 비행기를 탔다. 지금은 두 배로 증가했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은 평생 최소한 한 번은 상업 비행을 탄다고 한다. 베이조스의 우주 관광에 유료로 탑승했던 네덜란드 청년이 지급했던 비용은 2800만 달러( 약 323억원)이다. 시작 단계이니 이 정도 거금이라면 부모에게 물려받을 수 있거나, 동생(이번에 탑승한 동생 마크 베이조스를 지칭)으로 태어난 사람만 가능했다. 그러한 부를 갖지 못한 사람들도 실현 가능한 옵션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난과 부자를 떠나, 민간 우주 관광 산업을 추구하면서 축적된 기술이 깨닫지 못한 곳에서 우리를 더 나은 삶의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이 민간기술로 스핀오프되면서 세계를 향상했다.

해로운 달 먼지를 측정하고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센서는 지구 대기 오염을 더 잘 감지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공기역학이 발전하면서 반 트럭(semi-trucks)은 더 빨라지고, 연료 효율성이 좋아졌다. NASA 과학자들이 개발한 내구성 좋은 폴리머 물질은 현재 넓적다리관절 대체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보다 즉석 온수 공급 기능은 개선되고, 비행기 운항 능력도 좋아졌다. 바다에 갇혔을 때 안전하게 구조되는 시간도 빨라졌다.

리즌은 “베이조스와 머스크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인터넷 접속과 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로켓의 부품 재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공하면 우주 관광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리즌은“브랜슨과 베이조스의 등장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부자를 먹어라'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이 우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한 기술 재활용 이점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리즌은 주장했다. 스핀오프로 인한 일반인들이 누릴 여러 이점과 이익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비록, 우주선 뉴 셰퍼드 내부를 볼 수 없다고 할지라도.

( 사진=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