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장서윤 기자]100조원대로 추정되는 글로벌 웹툰 시장을 놓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글로벌 ‘K-웹툰’ 바람을 이끌고 이들 두 회사가 지식재산권(IP)에 집중하면서 웹툰 시장 공략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대.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보다 줄어든 9조8000억원대로 추산되지만 웹툰 산업은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웹툰의 잠재적 가치는 오리지널 IP를 이용해 제작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2차 콘텐츠 제작과 캐릭터 산업 등 연관 사업까지 포함하면 100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산업을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발달된 IT 기술과 인터넷망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웹툰이 독립된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웹툰의 원작 콘텐츠로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웹소설 업체를 인수하면서 팽팽한 경쟁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 북미·동남아·유럽 등 100여개국 웹툰 플랫폼 시장 1위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네이버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네이버웹툰은 2013년 일본, 2014년 미국o대만o태국, 2015년 인도네시아 2019년 유럽o남미 등 세계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네이버는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인기를 끈 작품을 현지어로 번역해 보여주며 시장의 입지를 다져왔다. 현지 작가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해 당장의 수익보다는 지속적인 창작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네이버웹툰은 현재 북미, 동남아, 유럽 등 100여개 국가에서 웹툰 플랫폼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간 페이지뷰 105억 건을 넘어섰다.

웹툰 IP를 활용해 드라마o영화o애니메이션 등의 2차 콘텐츠를 창작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올 초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인수했다. 이들 회사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창작자 570만명과 10억개의 작품을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 사용자 수도 기존 네이버웹툰 사용자 7200만명에 왓패드 사용자 9400만명을 더해 1억6600만명을 확보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아예 왓패드와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해 인기 IP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플랫폼 ‘라인웹툰’은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라인웹툰은 이들 3개 국에서 월간 순 사용자 수(MAU) 1200만명을 넘었다. 다만 일본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에게 지난해 줄곧 수성해오던 1위 자리를 뺏겼다. 이에 네이버는 일본 웹툰 시장 1위 재탈환을 위해 기존의 플랫폼 ‘라인망가’를 리뉴얼한 ‘라인망가 2.0’을 정비 중이다.

라인망가 2.0은 콘텐츠 강화는 물론 플랫폼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 이용자별로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유사한 작품의 추천 기능도 추가했다. 또 △랭킹 기능 △최근 읽던 작품 △같은 작가의 작품 △최근 놓친 작품 등을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해 플랫폼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2일 올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투자자 설명회에서 “일본 1위를 위한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말께 의미 있는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시장 1위 카카오, ‘카카오웹툰’으로 서비스명 변경

카카오에 합병된 다음은 2002년 8월 미디어 다음에 ‘만화속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웹툰’이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 1일 20년간 서비스해오던 ‘다음웹툰’을 ‘카카오웹툰’으로 새롭게 확대 개편하면서 글로벌 1위인 네이버웹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웹툰은 기획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제작됐다. 국가별 네트워크 환경에 제약없이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태국과 대만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웹툰은 론칭과 동시에 ‘만화’ 분야 1위에 올랐다. 웹툰 외에도 웹소설·동영상 등을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 페이지의 주요 웹툰 작품도 카카오웹툰에서 제공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히 일본 시장 1위 유지를 위한 전략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각오다. 세계 만화 시장에서 1위의 지위를 누리는 일본은 만화 시장 규모만 6조원이 넘는 ‘랜드마크’ 시장이다. 디지털 전환이 더딘 일본 만화산업을 파고든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보다 3년 늦은 2016년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곧 바로 시장을 장악했다. 픽코마는 지난해 7월부터 일본 만화 애플리케이션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시장을 이해한 현지화 전략과 한국 특유의 빠른 서비스가 구독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또, 카카오도 네이버의 행보를 눈여겨보며 글로벌 IP 인수전에도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동시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웹툰 시장을 무대로 이미 시작된 두 한국 IT 기업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