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앱 개발자들, 한국 국회 법안 통과 여부 관심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갑질 방지’ 법안을 놓고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불거지고 있다. 이 법안이 공표되면 전세계 최초로 구글에 갑질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는 법안이라는 상징성에 해외 국가들의 시선도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을 두고 벌이고 있는 방통위와 공정위의 갈등 심화로 당초 예상대로 이달 중 국회 통과가 제대로 이뤄질지 벌써부터 우려가 일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국회 과방위 통과
‘구글 갑질 방지법안’으로 불리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법안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구글 등 앱마켓이 입점사에 불공정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도다. 이 법안은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모든 앱에서 타사 결제수단을 금지하고 자사 결제수단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앱결제만 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초 구글은 게임에만 이 정책을 적용해 입점사가 인앱결제 매출의 30%를 수수료를 내도록 했으나 10월부터는 전 분야로 확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단 유예 신청 시 정책 적용을 내년 4월까지 미룰 수는 있다.
애플은 이미 이 정책을 시행 중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구글플레이나 애플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고 이 앱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는 구글과 애플의 결제 시스템만 사용할 수 있고 매출의 30%가 입점한 앱 업체에 부과되는 것이다. 이에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IT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시장지배사업자로 무리한 갑질을 벌인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일어왔다.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해 발의된 법안에는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수단 강제 금지 △다른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 혹은 유도하는 행위 금지 △앱 심사 부당 지연 및 콘텐츠 부당 삭제 금지 △그밖에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이나 제한을 부과하는 행위 금지 등의 조항이 담겼다.
방통위와 공정위, 이구동성으로 “이중 규제 우려” 주장
법안은 앱마켓이 입점사에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방통위에 실태조사o시정명령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의 중복 규제가 우려된다며 일부 조항을 분리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도 공정위의 주장을 맞받아치며 방통위가 규제 주무기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다른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강요 행위’와 ‘그 밖에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차별 행위’에 대한 조항이다. 공정위는 이 조항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해 자신들의 관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타 앱 마켓에 대한 부당 이용 제한 강요 행위, 차별적 조건 부당 부과행위 등은 (공정위가 전담하는) 공정거래법상으로 규제가 집행돼야 한다”면서 “그간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판례가 형성돼 왔는데 방통위가 규제를 한다면 앱 마켓 사업자들은 두 개의 다른 잣대에 의해 규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플랫폼(앱마켓) 내 서비스는 방통위 소관이라고 보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은 전기통신법상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어 방통위가 규제를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일 “개정안을 방통위와 공정위가 분리해 담당할 경우, 콘텐츠 사업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각 기관에 구제를 신청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법안 발의는 해외에서 더욱 반기고 있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 마크 뷰제 창립임원(매치그룹 수석부사장)은 지난 3일 ‘국회 민주당 과방위-CAF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국회의 인앱결제 방지 노력을 높이 샀다.
CAF는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매치그룹 등 글로벌 기업이 공동 설립한 단체다. 뷰제 부사장은 “앱마켓 공정성을 위해 입법 노력을 보인 한국 국회에 감사하다”며 “미국은 약 15개 주에서 앱 생태계 규제 관련한 입법안이 발의됐고, 내년쯤 관련 입법안을 발의할 주가 2배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한국 시장에서는 개발자들이 3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본사를 한국으로 옮기려는 시도들도 일어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과방위 위원들도 국제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상원의원들은 애플과 구글의 앱마켓 운영방식에 제재를 거는 ‘오픈 앱 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을 발의했다.
한편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글로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부처간 갈등에 국회 통과가 지연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