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니콜’, 8비트 컴퓨터 게임기도 소환…레트로 열풍

KT 모델들이 카세트 플레이어 ‘카세트(KASSETTE)’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옛날 옛적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 1990년대말~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폴더폰 모양을 본뜬 무선 이어폰, 8비트 컴퓨터 시절의 게임기…. ITo전자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레트로’(Retro) 아이템들이다. 레트로는 ‘추억’이라는 의미의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로 몇 년 전부터 대중문화와 산업 전 분야에 불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항상 가장 최신의 첨단기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ITo전자 업계에도 레트로 열풍이 비켜가지는 못했다. 레트로 감성을 담은 제품이 의외로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키면서 ITo전자 업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KT, 카세트 플레이어 출시…MZ세대 취향 저격 프로젝트

KT는 지난 10일부터 KT 레트로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카세트 플레이어 ‘카세트’(KASSETTE)의 판매를 시작했다.

KASSETTE는 △카세트 플레이어 △한정판 카세트테이프 앨범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인 엑소 백현, NCT 도영, 아이즈원, 어반자카파 등의 포토 카드와 포스터 △레트로 스타일의 노트와 캘린더 등으로 구성됐다. 추억의 카세트 플레이어에 음악 팬들의 팬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사전 예약판매로 완판된 KASSETTE는 복고에서 새로움을 찾으려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뉴트로’(New+Retro)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아이템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고객들의 추가 구매 및 지속적인 재판매 문의 등 시장 호응에 힘입어 이번에 다시 판매하게 됐다.

KT 디바이스사업본부장 김병균 상무는 “MZ세대 취향 저격 감성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공감하고 친근한 KT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건희폰’ ‘벤츠폰’ 본뜬 갤럭시 버즈 커버 제작

휴대폰에도 레트로 바람이 일고 있다. 올 초 삼성전자는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프로를 출시 이벤트로 구매자들에게 애니콜 스페셜 커버를 나눠줬다. 제품 케이스에 2000년대 초 출시된 애니콜 디자인을 입혔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이건희폰’으로 불리는 2002년형 애니콜T100 모델과 벤츠 자동차를 닮아 ‘벤츠폰’이라고 불린 2004년 출시된 애니콜E700 모델 디자인을 본뜬 것이다. 이들 제품은 예상 외의 주문 폭주 현상을 빚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주문 폭주로 5~10일간 배송이 지연된다”며 양해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1999년 출시된 피처폰 애니콜 A100 미니폴더 디자인의 갤럭시버즈 프로 케이스를 쿠팡을 통해 추가로 선보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자사 마케팅에 레트로 감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플래그십 매장인 ‘티팩토리(T Factory)’를 열었다. 주 고객층인 MZ세대를 잡기 위한 체험 서비스를 중점으로 제공하고 있는 이 매장에서는 레트로 휴대폰 액서세리를 판매한다. ‘스피드 011’ ‘TTL’ 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의 주력 브랜드 디자인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게임기 시장에도 클래식 명작 게임 속속 부활

IT기기 시장의 경우 게임기 분야에서 레트로 열풍이 강세다. 8비트나 16비트 컴퓨터 시절 인기 있던 게임이 그대로 신제품 게임기에 담겼다. 또 명작 게임 부활을 위한 펀딩이나 고전적인 게임을 모바일에서 재현하려는 시도도 크게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업계는 과거 PC방 열풍을 주도했던 클래식 게임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있다. 지난해 ‘바람의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2000년대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로 재현된 데 이어 올해는 ‘리니지 클래식’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레트로 디자인을 접목시킨 스피커나 이어폰을 비롯, 키보드와 PC 주변 기기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카메라 업계에서는 후지필름과 올림포스 등이 레트로 감성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즉석 카메라 수요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IT·전자 업계 시장에서 레트로 감성이 큰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현재 30~40대 젊은 세대들이 레트로 열풍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모두 경험한 이들은 어릴 적 인터넷이 없던 시절 8비트 컴퓨터부터 현재의 스마트폰까지 ITo전자 업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함께 겪어온 세대인 것이다.

여기에 최근의 20대들은 레트로에 요즘 감성을 더해 오리지널을 재해석한 뉴트로에 열광하면서 추억의 제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3040 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20대들에게는 복고 감성이 오히려 새로움을 안겨주면서 레트로 감성 제품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