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 사진=넷플릭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드라마 ‘D.P’는) 지금의 병영 현실과는 좀 다르다. 지금은 훨씬 많은 노력을 해서 병영문화가 많이 개선 중에 있고 전환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의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답변)

국방부의 입장 발표에 이어 서욱 국방부 장관의 해명 발언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헌병 내 탈영병 체포조(D.P.,Deserter Pursuit)를 중심으로 군 내부 가혹행위와 장병 인권문제를 다룬 이 드라마는 사실감 있는 묘사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군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국방부 장관의 “달라지고 있다”는 해명에도 올해 5월과 8월 연이은 성폭력 관련 여군 사망 사건에 이어 강감찬호 소속 해군 정모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지난 7일 알려지면서 드라마 ‘D.P.’ 속 현실이 실제라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군 관련 비판 여론을 인식한 여야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모병제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숟가락 얹기’ 전략을 선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D.P.’ 공개 직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슈몰이

지난달 27일 공개된 ‘D.P.’는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순위 1위에 오르며 입소문을 탔다. 잘 짜여진 구성과 연출, 실감나는 연기 등 3박자가 잘 맞은 것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공감할만한 군대 내 부조리를 잘 담아낸 것이 인기 요인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불과 7년 전인 2014년이다. 당시는 육군 제28사단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과 집단 따돌림을 받던 임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한 22사단의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병영 문화 혁신이 도마 위에 올랐던 해다. 당시 화제가 됐던 ‘(군대에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된다는 씁쓸한 헤드라인이 이 드라마 덕에 요즘 다시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작품에서는 극심한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면서 군대 내 폭력이 대물림되는 과정과 조직 보호의 명분 하에 폭력 사태를 덮기에 급급한 군 간부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군 인권문제가 몇몇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리뷰사이트 ‘레디 스테디 컷’은 이 작품을 두고 “올해 한국 드라마 중 최고”라며 “괴롭힘의 악순환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극찬했다. 이에 비교적 최근 군대 생활을 한 MZ세대들이 드라마에 격한 공감을 표하며 구시대적 권위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등 작품이 몰고 온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실제와 다르다” 해명…다음날 해군 정 일병 극단적 선택

여기에 해군 강감찬함 소속 정 일병이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7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D.P’가 불붙인 군 부조리 타파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방부가 바로 전날인 6일 ‘D.P.’와 관련해 “휴대전화 허용에 따라 병영 환경이 바뀌고 있다”며 “드라마 속 묘사와 실제 군대는 다르다”고 발표하자마자 군대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또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서욱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관에게 (드라마 ‘D.P.’를) 권해 드리고 싶다”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이 극화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병영문화가 많이 개선 중에 있다”며 “군 지휘관들이 병역 부조리를 반드시 근절하고 선진 병역문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그런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전날 세상에 알려진 정 일병 자살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정 일병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 군 인권센터는 정 일병이 지난 3월 함장에게 선임병들의 폭행, 폭언을 신고했으나 함장은 피해자를 가해자와 완전히 분리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승조원실을 이동하고 보직만 변경해, 함내에서 가해자와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카톡내용이나 정황 진술, 목격자 진술이 다 있는데도 여전히 군이 조직보위 논리로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모병제’ 공약 재론하자 유승민 “드라마 한편 보고?” 반박

이처럼 드라마를 계기로 군대 내 폭력 문제가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대선주자들도 너도나도 군대 이슈를 끄집어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 ‘D.P.’와 관련해 “아시다시피 저는 산재로 군에 가지 못했지만 수십 년 전 공장에서 매일같이 겪었던 일과 다르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야만의 역사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정신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어왔던 적폐 중에 적폐”라며 “청년들을 절망시키는 야만의 역사부터 끝내는 것이 MZ(세대)정책이다. 가혹행위로 기강을 유지해야 하는 군을 강군이라 부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모병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은 모병제 공약에 더욱 힘을 실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라를 지키려고 간 군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일을 당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며 “그래서 일당백의 강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와 지원병제로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약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넷플릭스 D.P. 때문에 모병제를 한다고요?’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홍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판도라’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을 주장하더니, 홍 후보는 드라마 D.P.를 보고 모병제를 주장한다”며 “군대를 개혁해야 한다. 군대는 그대로 두고 모병제로 바꾸면 군대에 가는 이들은 어떻게 돼도 좋다는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