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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누리호…우주 향한 희망 쐈다

비행은 성공, 궤도진입은 실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누리호 1차 발사가 목표 고도까지 비행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탑재체를 궤도에 올리는 최종 임무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의 전 비행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다만 3단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돼 위성 모사체가 고도 700㎞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초속 7.5㎞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누리호 1차 발사는 이제 ‘완벽한 성공’을 위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누리호 2차 발사를 내년에 바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1차 발사 결과와 무관하게 지난해 12월 미리 결정돼 있던 사항으로 2차 발사 날짜는 잠정적으로 내년 5월 19일로 정해져 있다.

외신 “성공했다면 세계 7번째 우주발사체 국가 됐을 것”

항우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국내 독자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시험으로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하는 의의를 남겼다”며 “이는 국내에 상당 수준의 발사체 기술력이 축적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기정통부는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 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리호 1단부는 75톤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묶는 기술)돼 300톤급 추력을 내는 핵심 기술이 적용돼 있다. 이번 발사를 통해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또 1단과 2단, 페어링, 2단과 3단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도 소기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발사가 이뤄진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발사를 참관하고 결과를 보고받은 뒤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히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둬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궤도 안착 실패에 대한 위로 대신 노고를 치하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의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주요 외신도 누리호 발사 과정과 결과, 의미 등을 일제히 타전했다. 특히 미국 CNN은 “누리호는 한국 최초의 자체 개발 로켓으로 미래 인공위성의 문을 열었다”며 “이번 임무에 성공했다면 한국은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나라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누리호 발사가 남한과 북한의 군비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양측 모두 최근 신형 무기를 시험 발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BBC는 또 한국이 2027년까지 네 차례 더 누리호를 발사해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누리호 참여기업 300여개…민간기업이 우주산업 주도

2010년 3월 개발사업이 시작된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진입시키기 위해 제작됐다. 누리호는 총 길이 47.2m, 중량 200톤의 매우 복잡한 구조물로 구성됐다. 각각 추력이 75톤급인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돼 있는 1단부, 추력 75톤급 액체엔진 하나가 달린 2단부, 추력 7톤급 액체엔진이 달린 3단부로 나뉘어진다.

이 누리호 핵심 부품 개발과 제작에 참여한 기업만 300여 곳이 넘고 투입된 민간 인력은 500여 명에 달한다. 우주항공업계에서는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민간 기업이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한국항공우주사업(KAI)이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300여개 기업이 만든 부품 조립을 총괄하면서 1단 추진제 탱크를 제작했다. 또 위성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이 가능한 국내 최초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하고 대형부터 초소형 위성까지 다수의 위성을 동시 제작할 수 있는 양산 인프라도 구축했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와 이번에 발사한 누리호의 제작과정에 참여해 액체엔진 제작과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쎄트렉아이 지분을 인수해 위성 본체 및 핵심 기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도 확보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연소 시험을 진행했다. 나로우주센터의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총괄해 제작했다. 특히 이 발사대는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제작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 1000억 달러(약 12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우주산업이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분야로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우주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미래 기술과 관련해 양국 간의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일단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완전히 종료됐다.

미사일 주권을 찾아왔다는 안보 측면의 성과는 물론 우주로켓 개발의 족쇄가 풀렸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서 우주 발사체와 추진체 기술 개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누리호 1차 발사는 이제 ‘완벽한 성공’을 위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차 발사 날짜는 잠정적으로 내년 5월 19일로 정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누리호, 반복 발사까지 총 6차례 발사 예정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2차 발사 후에도 누리호와 동일한 성능을 가진 발사체를 4회에 걸쳐 추가로 ‘반복 발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략의 일정은 2022년, 2024년, 2026년, 2027년으로 잡고 있다. 누리호 발사체는 1·2차 발사에 이어 4회의 반복 발사까지 총 6차례 발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이 사업을 통해 우주 기업에 발사체 개발 기술을 이전하고 항공우주 분야 체계종합기업을 발굴·육성해 민간 주도 우주 경쟁 시대에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도울 예정이다. 반복 발사 사업과 별개로 과기정통부과 항우연은 누리호 성능 개선 향상 사업 진행도 검토 중이다.

우주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인 올드 스페이스(Old Space)가 아닌 민간이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온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발사체 기술을 포함한 우주항공 관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기업에 이전하고 국내 기업이 이 분야 세계 시장에서 선두그룹에 설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와 민간기업들 간 태스크포스 등의 발족이 거론되고 있고 이런 자리를 통해 정부와 산업계가 우주산업과 관련한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한화와 KAI 등의 항공우주 주력 기업들은 올해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발사체 개발의 완전한 자율성을 확보하고 우주산업에서 선두권을 이루는 국가·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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