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람의 공업적 발명품에 대해 그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승계자에게 독점할 권리를 법적으로 부여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수없이 특허청의 문을 넘나들고 있다.

이중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히트상품, 첨단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아이디어 제품들은 물론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기술이나 상품화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템들도 다수 존재한다. 박소란

<자료제공> 한국특허정보원

▲ 집중력 향상 머리띠 : 선생님 목소리 생생하게…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하기 싫은 게 공부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천인공노할(?)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몇몇 '화성인'을 제외하면 집중력을 유지하며 공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음식, 운동, 음악 등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온갖 방법들이 세간에 난무하는 것도 그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2007년 전북 익산의 유모씨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학업에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특수한 머리띠를 개발, 특허청의 문을 두드렸다.

이 아이템은 일반적인 머리띠에 주변의 소리를 모아주는 집음기를 부착한 형태로 설계돼 있다. 귀 바로 뒤쪽 부위에 채용된 이 집음기는 수업시간에 교사의 음성을 증폭시켜 착용자의 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교사의 학습내용이 한층 또렷하고 정확하게 들리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한 학생들도 수업에 집중할 수 있고 학습효과 또한 증진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특허청은 이의 특허 등록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무런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소리를 크게 듣는 것만으로 집중력과 학습능력 향상이 이뤄진다는 출원인의 주장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만일 이 머리띠가 효과가 있다면 교사가 목소리 톤을 높이는 것만으로 학급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앞자리에 앉은 학생은 뒷자리의 학생보다 항상 성적이 높아야 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이는 사실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 손목 휴지 :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

음료를 쏟거나 음식물을 흘렸을 때, 갑자기 콧물이 흘러내릴 때, 그리고 야외에서 화장실이 급할 때. 그럴 때마다 가방 속에 챙겨놓았다고 믿었던 휴지는 온데간데없다. 각 티슈, 물티슈, 두루마리 등 목적에 따라 여러 형태의 휴지가 출시돼 있지만 대부분의 생필품이 그렇듯 정말 필요로 할 때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흠이다.

2002년 경기 성남의 이모씨는 이 같은 난감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항상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손목 휴지'가 그것이다.

명칭에서 예상되듯 이 제품은 손목에 시계처럼 착용하는 휴대용 휴지다. 필요할 때는 언제 어디서든 절취선을 찢고 휴지를 꺼내 사용하면 그만이다. 때문에 출원인은 등산, 낚시 등 야외활동에서 더 없는 효용성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특허청은 아이디어의 참신성을 인정한 듯 실용신안 등록을 허락했다. 하지만 출원인의 등록료 불납으로 지금은 권리가 소멸된 상태다.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사유를 알 수는 없지만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휴지는 시계나 팔찌보다 월등히 부피가 크기 때문에 이를 손목에 착용하는 것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 이상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외관상으로도 그리 좋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휴지가 필요하게 될 한 순간을 위해 오랜 시간 이런 불편을 참아낼 '휴지 애호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구구단 알람시계 : 잠과의 사투는 이제 끝!

아침마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현대인에게 알람시계는 필수다. 하지만 버튼을 눌러 알람을 끌 수 있는 기존 제품들은 피곤에 지친 이들에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잠결에 중지 버튼을 누르고는 다시 잠에 빠지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사용자가 잠에서 깨지 않으면 절대로 꺼지지 않는 알람시계가 있다면 어떨까. 2008년 울산의 임 모씨는 이런 기능을 구비한 획기적 아이템을 실용신안 출원했다.

'구구단 알람시계'로 명명된 이 제품은 평범한 알람시계에 구구단 문제가 저장된 메모리와 정답 입력용 숫자 버튼이 추가로 구성돼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인지했겠지만 사전에 설정된 시간이 되면 알람음과 함께 메모리에 저장된 문제 중 하나가 무작위로 음성출력된다.

알람음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정답을 입력하는 것이다. 때문에 문제를 듣고 정답을 생각해 입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잠이 달아나게 된다.

일견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이 아이템에 대해 특허청은 실용신안 등록을 거절했다. 정확한 이유야 알기 어렵지만 음성을 송출하는 알람시계가 등록돼 있어 중복된 아이템이라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열쇠를 꽂아야만 알람음이 멈추는 알람시계 등 출원인과 동일한 목적을 가진 제품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중에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어 잠을 깨우는 모기 소리 알람시계, 모터를 내장해 이리저리 움직여서 누운 채 알람 중단 버튼을 누를 수 없게 하는 시계도 있다.

▲ 고양이 퇴치 쓰레기봉투 : 깨끗한 골목 만들어요

길고양이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뜯어버리는 바람에 집 앞이 온통 아수라장이 된 광경을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자체들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완벽한 방지책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부천시시설관리공단이 실용신안 출원한 쓰레기봉투라면 안심해도 된다. 아무리 고양이가 많은 곳에 내어 놓아도 봉투가 찢어질 걱정이 없다.

어떻게 한 것일까. 고양이가 찢을 수 없을 만큼 고강도 소재로 만들었을까. 아니다. 이 아이템의 핵심은 겨자가루에 있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겨자가루를 쓰레기봉투의 표면에 코팅한 것이다.

실제로 톡 쏘는 향과 매운맛을 가진 겨자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독가스의 원료로 사용했을 만큼 자극적인 향신료다. 또한 고양이는 식초처럼 신 냄새가 나는 음식이나 후추, 겨자 등 자극적인 향신료를 매우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출원기관은 이로써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파헤쳐 발생하는 2차적 환경오염과 악취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허청은 이 쓰레기봉투의 실용신안 등록을 흔쾌히 수락했다. 고양이를 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양의 겨자가루를 코팅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분명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겨자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예민한 시민들도 고양이만큼 고통에 시달려야 할 테지만 말이다.

▲ 전자파 차단 넥타이 : 직장인 건강 지킴이

컴퓨터, TV, 휴대폰을 빼놓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오늘날 많은 이들이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지난 5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휴대폰 전자파를 암유발 가능 등급으로 분류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도 전자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것을 일일이 따져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넥타이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전자파 차단이 가능하다면?

2005년 서울의 강 모씨는 '전자파 차단 넥타이'라는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이 넥타이의 특징은 전자파 차폐 직물로 알려진 '동섬유'로 제작했다는 것. 동섬유는 구리 원광석을 정련한 것으로서 출원인은 이를 30~4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의 극세사로 만들어 일반 섬유와 함께 직조하면 넥타이 제작에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출원인은 동섬유가 전자파에 더해 수맥파 차단 능력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에 많은 효용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유의 탈취력에 힘입어 장롱 속에 장기간 보관해도 곰팡이 등에 노출되거나 여름철 땀 냄새가 밸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특허청은 이 흠 잡을 데 없어 보이는 넥타이의 실용신안 등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출원인의 특허료 불납으로 실용신안권은 사라졌다. 아마도 2005년 이후 동섬유보다 효과적인 전자파 차단 소재가 속속 등장한 때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전자파 흡수체인 페라이트 혼합물이나 실버섬유로 가공된 넥타이가 현재 특허청의 문을 두드리고 있거나 이미 시중에 선을 보인 상태다.



박소란기자 ps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