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포크 원형' 고스란히 간직한 보석같은 명반

1970년대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최안순은 맑고 청아한 음색의 노래 '산까지야'로 기억되는 1세대 포크 여가수다.

1949년 8월 28일 태어난 최안순은 서울 남대문초등학교 시절 서라벌예대 음대 권형집 교수에게 동요 레슨을 받으며 음악적 소양을 닦았고 성신여중고 시절 합창단 활동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지는 못했다. 대학입시에 실패 한 후 뮤지컬 악단인 '청포도 가무단' 의 단원 모집 광고를 보고 오디션에 응했는데 우연하게도 심사위원이 초등학교 시절 동요를 가르쳤던 교수였다. 반갑게 해우한 사제지간은 또다시 인연을 이었지만 악단의 재정난으로 1년 후 해산을 했다.

뮤지컬 악단 '청포도 가무단'의 멤버였던 최안순을 대중가수의 길로 인도한 인물은 '개구리와 두꺼비' 즉 혼성 듀엣 '라나에로스포'의 리더인 고(故) 한민이다.

'라나에로스포' 멤버로 활동시작

청포도 가무단의 총무 장상덕의 소개로 두 사람은 만났다. 최안순은 1대 은희와 2대 장여정의 짧은 활동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며 '라나에로스포'의 3대 여성 멤버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지만 1971년 한 장의 듀엣 앨범을 발표한 후 솔로로 독립하며 앞선 선배들의 길을 따랐다.

무려 13번이나 여성 멤버가 교체되었던 혼성 듀엣 '라나에로스포'는 세계 대중음악사에 전례가 없는 진기록을 보유한 보컬 팀이다. 당시 대중가요계에는 '라나에로스포를 탈퇴해 솔로로 독립한 여가수는 모두 인기가수가 된다'는 속설이 나돌았다.

여성 멤버의 잦은 교체 때문에 남성 팬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았던 생전의 한민은 함께 했던 여성 파트너 중 '누가 최고의 여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은희와 최안순을 꼽기에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두 여가수는 맑은 음색을 지닌 탁월한 보컬리스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1971년 데뷔한 최안순의 긴 생머리에 굵은 뿔테 안경을 착용한 모습은 연예인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경을 벗고 솔로로 데뷔한 최안순은 귀엽고 청순미가 넘치는 외모와 맑은 음색의 노래로 인기가 높았다.

'최안순 고운 노래 특선집'은 '산까지야'를 히트시키며 대중에게 각광받던 솔로 전성기 시절이 아닌 솔로 데뷔 초기의 음반이다. 그러니까 인기가수로 거듭나기 전, 이 음반은 순수함이 훼손되지 않은 통기타의 원형질이 간직된 그야말로 한국 포크의 숨겨진 보석 같은 명반이다. 그동안 이 음반의 실체는 일부 포크 음반 마니아들에 의해서만 회자되었다. 즉 아무런 대중적 평가 없이 사라진 숨겨진 음반이다.

최안순의 솔로 데뷔 음반은 1971년 대도에서 발매된 크리스마스캐럴 음반이다. 이 음반이 대중가요 음반수집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었던 이유는 최안순의 캐럴송 때문이 아니다. 포크의 전설 김민기와 김영세로 구성된 '도깨비 두 마리'라는 뜻의 남성 듀오 '도비두'의 '친구'가 수록된 김민기의 데뷔 음반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록밴드 '피닉스'가 산타나의 곡을 번안한 '즐깁시다'와 미지의 여성가수 '쏘울 민'의 독특한 매력이 풍성한 소울 캐럴 등이 수록된 점도 마니아들의 수집 본능을 자극했다.

긴머리에 호피의상 고혹적

하지만 그게 다일까? '천사의 음성'이라는 앨범의 카피 문구처럼 최안순이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한 번안곡 '사랑의 기쁨'을 비롯해 캐럴송들은 달콤했고 아름다웠다. 캐럴 음반 재킷에 사용된 최안순의 사진은 순수함이 트레이드인 포크 가수의 이미지를 파괴할 정도로 파격적 질감이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건초 더미 위에서 통기타를 잡고 파마를 한 긴 머리에 특히 호피 의상과 긴 말 부츠를 착용한 최안순의 고혹적인 모습은 당대 남성 팬들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최안순의 '고운 노래 특선집'은 솔로 데뷔 음반 격인 캐럴 음반의 대중적 반응에 힘입어 수록곡들을 대중가요로만 재구성한 사실상 그녀의 정식 솔로 데뷔 음반으로 봐도 무방하다. 앨범 재킷은 캐럴 음반에 사용했던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디자인을 다르게 작업한 이른바 변형버전이다.

▶ 충격적인 방송·연예계… 더 적나라한 실상들까지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