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 동면 덕치리 공작산 수타사한폭 동양화 같은 공작산 암자… 물소리 산새소리 천지 흔드니가을 타는 마음 깃털처럼 가볍네월인석보 동종 문화재 품고 '홍천 9경' 다소곳이 자랑하네

공작산 자락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수타사. 사천왕상 복장유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대장경인 <월인석보> 17, 18권이 발견돼 유명해졌다.
홍천군 동면과 화촌면에 걸쳐 멋들어진 암봉과 노송 숲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공작산이 솟아 있다. 해발 887미터의 공작산(孔雀山)은 홍천강에서 바라본 산세가 흡사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높이에 비해 산세가 아기자기한 공작산은 늦은 봄의 철쭉과 가을 단풍, 눈 덮인 겨울 설경 등이 등산객들을 매료시킨다. 다만 여름에는 멋진 암봉과 암릉이 울창한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공작산 남쪽 기슭에 신라 고찰 수타사가 파묻혀 있다. 팔봉산, 가리산,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용소계곡, 살둔계곡, 가칠봉 삼봉약수와 더불어 '홍천 9경'으로 꼽히는 명찰이다.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창건되어 우적산 일월사라고 불렸지만 누가 지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말도 있으나 원효는 686년에 입적했으므로 신빙성이 없다.

창건 이후 영서 지방의 명찰로 꼽히다가 1457년(세조 3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라고 고쳐 불렀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뒤 40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던 것을 1636년(인조 14년)부터 여러 스님들이 중창하여 1683년에 이르러 옛 모습을 되찾았다.

홍우당부도 등 여러 문화재 거느려

7기의 부도로 이루어진 수타사 부도밭
1811년(순조 11년)에 지금의 명칭인 수타사(壽陀寺)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얽혀 있다. 절 뒤에 있는 깊은 못에 해마다 스님 한 분이 빠져 목숨을 잃었다. 그러던 어느 해 지나가던 객승이 이르기를 '절 이름이 물 水에 떨어질 墮자여서 그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음은 같고 뜻이 다른 목숨 壽, 비탈 陀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는 수타사는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을 비롯하여 원통보전, 삼성각, 봉황문, 흥회루, 심우산방, 보장각, 백련당(서선당) 등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대적광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다폿집으로 1497년 중창했으며 내부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다워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었다.

이외에도 수타사는 여러 문화재를 품고 있다. 보물 제745-5호로 지정된 <월인석보(月印釋譜)> 제17권과 제18권, 보물 제11-3호인 동종,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1호인 고려 말기의 삼층석탑, 강원도 문화재자료 15호인 홍우당부도. 강원도 문화재자료 121호인 소조 사천왕상, 강원도 유형문화재 122호인 영산회상도, 강원도 유형문화재 123호인 지장시왕도 등이 그것이다.

심우산방 옆에는 강원도보호수 제166호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주목이 있다. 1568년 어느 노승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것이 자라난 나무라고 하는데, 스님의 얼이 깃들어 있어 귀신이나 잡귀로부터 수타사를 지킨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자연이 연주하는 청아한 생음악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용담
풍수지리로 볼 때 수타사는 공작포란지지(孔雀抱卵之地), 즉 공작이 알을 품은 형국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타사 일원은 울창한 숲과 맑고 아름다운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이를 바탕으로 한 공작산 수타사 생태숲이 2009년 6월 문을 열었다. 163ha의 넓은 산림에 펼쳐진 수타사 생태숲은 역사문화 생태숲, 교육체험 생태숲, 유전자보전의 숲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수목들이 꽉 들어차 있다.

생태숲을 둘러보고 나서는 강원도 공인 산소길 제1호인 수타사계곡 산소길을 꼭 걸어보자. 길이 약 8km의 수타사계곡은 넓은 암반, 큼직한 웅덩이와 작은 폭포수들이 선경을 이루며 골짜기 양쪽으로는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호위하고 있다. 수타사 근처의 계곡은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상류로 오를수록 절경을 펼친다. 흡사 설악산 수렴동이나 구곡담의 일부를 떼어다놓은 듯하다.

수타사계곡 산소길은 양쪽으로 갈린다. 왼쪽 길은 제법 높낮이가 있지만 오른쪽 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오른쪽 길은 수타사 사하촌의 논에 물을 대던 도랑을 따라 난 길로 옛날 신봉리 주민들이 이 길을 따라 홍천읍내를 오갔다고 한다. 이 물길을 복개했으니 경사가 완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른쪽 길로 올라갔다가 왼쪽 길로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

산과 계곡을 길벗 삼아 걷는 울창한 숲길은 말 그대로 산소를 듬뿍 내뿜는다. 자연이 연주하는 청아한 생음악, 낭랑한 물소리와 산새 우짖는 소리가 절로 귀를 맑게 해주고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통나무로 만든 소여물통(?)을 닮은 ?소, 등 깊고 너른 웅덩이와 길이 200미터가 넘는 너럭바위가 한결 정취를 돋운다. 거기에 곱게 물든 단풍 숲까지 반짝이니 참 행복한 가을 산책길이다.

44번 국도 달리다가 '수타사' 이정표 따라
찾아가는 길

암봉·노송이 어우러진 절경 속의 수타사
양평과 인제를 잇는 44번 국도를 달리다가 수타사 이정표를 따라간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홍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홍천에서 수타사로 가는 버스는 하루 3회뿐이니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를 타거나 동면 속초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5km쯤 걷는다.

칼칼한 양념장의 비빔막국수 '기분 전환'
맛있는 집

수타사에서 5.6km 남짓한 거리에 전통 초가집으로 이루어진 메밀막국수 전문점인 메밀마을(033-436-0444)이 있다. 오이채, 김가루, 삶은 달걀, 통깨 등을 얹고 칼칼한 양념장에 비벼먹는 비빔막국수가 일품이며 면발도 부드럽게 끊어진다. 매콤한 무말랭이와 함께 절인 배추 잎에 싸먹는 편육도 고소하고 담백하니 별미다. 그밖에 메밀총떡, 메밀묵무침, 메밀묵말이, 손두부, 감자전 등도 낸다.


보물 11-3호의 동종을 보관한 범종각

글·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