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아트센터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화려한 가을의 색깔이 온통 두 눈을 사로잡는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 어디선가 본 듯한 노랑과 빨강 그리고 점점이 초록이 가득하다.

‘분단’을 그리는 화가 송창(59)의 ‘DMZ의 가을’(259 x 194cm, 2011)이란 근작이다. 캔버스 위에 볏짚을 덧씌우고, 힘있는 붓칠이 아주 강렬하다. 아무나 밟을 수 없는 땅이지만 분명 그 곳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찾아온다.

송창의 마음은 늘 그 곳에 있다. 전시장 한쪽 벽엔 짚신과 새끼줄까지 오브제로 사용해 더욱 거칠고 황량한 ‘DMZ의 겨울’(259 x 181.8cm, 2011)을 담아냈다. 볏짚 사이로 남아 있는 붉은 가을 위를 때 이른 서설(瑞雪)이 덮은 듯하고, 그대로 드러난 짚신과 볏짚의 누런 빛이 아무도 찾지 않는 대지의 쓸쓸함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이 사이 푸른 빛은 더욱 차갑다.

송창의 작업은 대지에 머물지 않는다. 세월을 이기고 꿋꿋하게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잡아내고, 종착지가 희미한 황톳길이 동토가 되고, 바람이 멈추면 더욱 적막한 고요도 화폭에 담았다. DMZ의 사계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아픔을 딛고 분단을 극복하는 날을 맞이 하고 싶은 이들의 태몽 속에서 잉태의 기쁨과 희열과 환희를 형상화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박신의 경희대 교수는 이번 전시의 서문에다 ‘송창에게 분단은 하나의 시작’이라고 정리했다. 송창의 작업은 일관되게 땅이 두 갈래로 나뉘고 찢기는 물리적 고통 만이 아니라 믿음이 깨지고 마음과 생각이 갈라지는 우리들 삶과 세상의 상처를 헤집고 들어가 온몸으로 아픔을 겪어내는 육체적 인식의 숨줄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창 개인전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와 나무화랑(02-722-7760)에서 지난 16일 시작돼 21일까지 이어진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