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에서 소근거리던 성 이야기를 열린 공간으로 떳떳하게 옮겨 놓으려는 것이지요.”

강화도에도 성 박물관이 있다. 지난 1월20일 수석 박물관으로 오픈했던 것을 성 박물관으로 바꿨다. 야외와 1층에는 각종 성과 관련된 조형물을 전시하고, 2층은 세계 각국의 춘화 박물관으로 꾸몄다.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마니산 주차장 인근에 있는 박물관 앞 뜰에 놓여 있는 조각품들이 심상치 않다.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만 하다. 큼지막한 남근을 드러낸 조각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1층 전시장의 컨셉트는 ‘옹녀’. 700여 점의 전통 농기구나 생활용품에다 남근과 여성의 심벌을 접목한 전시품들이 놓여 있다. 무쇠 솥뚜껑이 길쭉한 남근으로 탈바꿈했고, 맷돌의 손잡이도 성기로 만들었다. 절구통은 음이요, 절구는 양이라. 절구의 양 끝이 ‘거시기’하다. 주걱에도 음양이 살아있고, 가래나 말 안장에도 어김없이 성기가 달려 있다. 뾰족한 것은 모두 남근으로 변형시켜 놓았다. 이름하여 ‘옹녀의 호롱불’, ‘옹녀의 떡매’등으로 불린다.

대학에서 행정실장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폭넓은 교류와 사업을 했던 경험을 지닌 오지열(57) 관장은 “성은 어렵고, 무섭고, 두려운 일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일상에서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 관장은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 ‘옹녀 스토리’를 차용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민예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세 프랑스에서 여성들이 사용했던 철로 만든 정조대 등도 전시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크고 작은 성애품도 곁들여 놓았다. 진품도 있고, 모조품도 있다.

“프랑스 정조대의 경우 직접 수소문에서 구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한국에서 직접 주문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더 실감나게 만들었어요. 그저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하나 하나 구입하고 수집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습니다.”

오 관장은 남근이나 여근과 관계된 물건이나 책자, 그림 등이 있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심지어 주물로 남근과 여근 형상을 한 ‘물빵 제조기’를 만드는 등 새로운 것도 개발했다.

혼자의 힘으론 수많은 전시물을 모으기 어려웠다. 결국 세계 각국의 춘화를 구하기 위해 100여국가의 주한 대사관에 성 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50여 개국의 대사관에서 회신이 왔어요. 그리고 현재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보내줬어요.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6000여점에 이르는 춘화를 전시할 수 없었을 거예요.”

2층은 춘화 박물관이다. 4면을 모두 춘화로 장식했다. 가로 세로 약 10여cm의 정사각형 도자기 위해 각국의 춘화를 입혔다. 그리고 대륙별, 국가별로 분류해 벽면 전체에다 붙여 놓았다.

가운데 공간에는 원본 춘화와 섹스 도구를 전시 부스 안에 넣어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가장 많은 수량을 자랑하는 일본 춘화는 성기의 과장이 지나치게 심하지만 아주 사실적이고, 노골적이다. 중국 춘화는 의도적으로 성기를 축소하는 경향이 강하고, 인도와 힌두 문화권 국가는 ‘카마슈트라’의 영향권에 있는지라 각종 성애의 체위를 중심으로 춘화를 제작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춘화들도 눈길을 끈다. 가톨릭의 종교적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오히려 귀족들을 중심으로 ‘엿보기’심리 등이 반영된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지금 전시 중인‘메이지의 춘화, 우키요에(浮世繪)’에서 보듯 일본 춘화에는 내용이 있어 관람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편입이다. 훔쳐 보기의 시점에서 그린 것도 많고, 남녀 관계를 하면서도 주위를 의식하는 듯한 표정이 많은 것을 보면 ‘불륜의 현장’을 포착한 그림 같기도 하고요.”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춘화와 비교하면 김홍도, 신윤복으로 대표되는 조선 춘화는 익살과 해학을 밑바탕에 깔고 양반 사회를 비판하는 시각을 담고 있다.

강화 성 박물관은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다. 정식 개관을 앞두고 보수적인 마을 주민들의 민원 탓에 처음에는 ‘수석 박물관+춘화 박물관’의 변형된 모습이었다. 그 흔적은 도로 변에 서 있는 표지석에 그대로 남아 있다. ‘강화 수석 박물관’이란 글자 중에서 ‘수’자를 지우고, ‘석’를 ‘성’으로 바꿔놓은 흔적이 뚜렷하다.

“강화는 인천공항이 지척인 역사를 지닌 관광지입니다. 제주처럼 이 곳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성 박물관을 기획해 문을 연 것입니다.”

오 관장은 ‘닫혀 있던’ 성을 건전한 성으로, 열린 공간에서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글=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