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식영정 32.0x60.7㎝ 한지에 목판 2000년작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이라 함은 자연경관에 인간의 영향을 반영시켜 이루어진 경관이 라고 사전은 풀이한다. 왕년의 유행가 중에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었는데, '푸른 초원'이 자연경관이라면 '그림 같은 집'은 문화경관이 되는 것이겠다. 197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던 이 유행가는 실은 한국 농촌과 전원을 제대로 관찰한 쪽이 아니었다. '초원'이란 목장의 목초지대를 가리키는데 한국 농촌은 목축업 중심이 아니었을 뿐 더러, '그림 같은 집'은 초가집이 보기 싫다 하여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조시키고 한옥과는 다른 국적불명의 '뾰족집' 같은 것을 예찬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새마을운동을 내세워 전국 전통마을의 경관들을 송두리째 사라져버리게 했던 당시의 부박한 세태를 반영하는 이런 유행가로 과연 우리 국토의 '문화경관'은 어떻게 달라져 갔던 것일까.

"청산자연자연(靑山自然自然), 녹수자연자연(綠樹自然自然), 산자연수자연(山自然水自然), 산수간 아역자연(山水間我亦自然).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호혜적(互惠的) 자연관'이라 한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 넘나들기를 하면서 벗트기를 이루는 것인데, 이와 대조되는 쪽에는 '약탈적 자연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 문명은 '약탈적 자연관'의 발전론에 토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근대인인 우리 자신은 '전근대인'이던 선조들이 유기체 자연철학으로 이룩해내었던 '문화경관'에 대해 잘 모르게 되고 말았다.

'호혜적 자연관의 걸작'이라 한다. 16세기 조선시대에 재야사림들이 조경 조영하였던 원림(園林) 문화, 누정 문화를 가리킨다. 안동 청량산의 이황, 산청 지리산의 조식, 장성 갈재의 김인후를 대표적으로 꼽는데, 특히 담양과 광주 일대에서 '계산풍류(溪山風流)'의 제제다사들이 배출되었다. 대표적인 누정으로서는 송순의 면앙정, 정철의 송강정, 임억령의 식영정, 김윤제의 환벽당, 김덕령의 취가정 등을 꼽을 수 있고 원림으로서는 앙산보의 소쇄원, 오희도의 명옥헌과 전신민의 독수정 등을 들 수 있다. 담양에는 현존되고 있는 조선시대 누정만 해도 33개소에 이른다 하고 망실되어 현존하지 않은 채 문헌 기록으로 전해지는 누정도 37개소에 달한다고 한다.

김억 국토목판화 중에서 특히 '문화경관 미술'이라 할 작품들은 자연과 인간의 말 걸기에 주목하여 이를 깊이 아로새긴다. '광주호'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호남 누정 문화의 거대서사를 펼쳐놓는다. 댐 건설로 인공호수가 된 광주호를 따라 식영정을 비롯하여 조어대, 환벽당, 취가정, 소쇄원, 독수정을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다.

담양 명옥헌 23.5x36.5㎝ 한지에 다색목판 2005년작
'명옥헌(鳴玉軒)'은 광주호 일대의 누정들과는 다른 운치를 발휘하는데, '구슬 울음 난간'이라 함은 이 원림의 연못으로 흘러드는 옥류(玉流)의 칭얼거림에 빙자시킨 것이었다. 이 작품은 사실주의보다 더 사실적일 수 있는 몽환(夢幻)의 기법을 마다하지 않는데, 원림 자체로 완벽하게 소우주의 파라다이스를 이루고 있음을 화가가 읽고 또 읽었음을 알게 한다.

담양 일대의 호혜적 자연관의 걸작인 누정 몇몇은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나 정작 그 문화경관은 파편화돼 버린 상태다. 김억 목판화를 통해 문화경관의 탄생과 생성(제1단계), 향유와 소비(제2단계), 해체와 상실(제3단계)의 전 과정을 읽는다. 경관의 복원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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