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서 본 듯한 풍경, 어느 바닷가에서 옮겨 놓은 듯한 풍광이 화면 속에 가득하다. 어머니의 옛 이야기 속에 있는 풍경인 듯도 하고, 아주 오래 전 직접 찾아갔던 고향의 모습 같기도 하다.

고희(古稀)를 눈 앞에 둔 신명범 화백은 흙으로 그림을 그린다.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를 캔버스 위에다 표현하기 위해 흙을 재료로 사용한다. 캔버스 위에 손으로 흙을 바른 뒤 그 위에 물감을 입힌다. 붓이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손과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형상을 만들어나간다. 그림 속 인물이나 사물은 모난 곳이 없다. 둥글고, 편안하다. 표정이 밝다.

어린 시절의 꿈을 그리듯 주변 이야기가 소재가 되고, 그림이 된다. 시골 사람, 황소, 연못의 물고기, 기와집과 초가집, 우리 꽃들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신 화백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투트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오랜 시간 해외에서 공부하고 작업하다 보니 고향은 언제나 밝고 즐거운 이상향 같은 곳이었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고향의 흙 냄새가 그리웠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보고 팠다. 꽃, 새, 물고기, 해와 달, 바람과 구름 등 온갖 고향의 자연을 흙을 통해 그림에 담았다.

신 화백에게 흙은 피어나는 생명이다. 만물이 흙에서 소생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잘 알기에 더욱 흙에 집착한다.

"흙 그림을 그리면서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시공간의 초월을 느꼈고, 흙의 정감과 소박함으로 굳어 있는 시멘트 문화에 도전할 수 있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신 화백의 흙 그림은 어머니의 품처럼, 고향의 너른 들판이나 산자락처럼 따뜻하다.

'흙으로 빚어낸 그림'전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 스페이스(02-730-1144) 1,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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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