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몰아친 서바이벌 오디션 열풍이 거세다. 아이돌의 영향으로 비주얼 음악 일색이었던 대중 음악계는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인해 듣는 음악으로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가수의 가창력과 편곡의 중요성에 대한 환기는 그 동안 대중 음악을 외면해 왔던 일반 대중의 관심을 되살린 공적으로 인정해 줄 만하다. 하지만 방송에 의해 진행되는 오디션들은 공통적으로 음악적 약점이 있다. 시청률을 때문에 창작곡을 배제하고 오로지 대중에게 익숙한 과거의 명곡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에만 머무르는 한계 말이다.

5인조 혼성 록밴드 '바이바이 배드맨'은 자신들의 창작곡으로 각종 오디션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루키 밴드란 점에서 차별적이다. 이들은 영국 매드체스터 음악의 영향을 받아 탁월한 멜로디와 비트 넘치는 자신들만의 창작곡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인디 음악계 스타 급부상

음악이 좋아 다녔던 동네 학원에서 만나 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활동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2010년 여름, 국내 최대의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루키로 선정되었고 여세를 몰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에도 선정되었다. 금년에도 CJ 문화재단의 신인 뮤지션 '튠업' 5기로 선정된 이들은 600여 팀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EBS 헬로 루키 연말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인디 음악계의 새로운 스타 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 록의 대명사인 '오아시스', '스톤 로지스'등은 이 땅의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명품 밴드들이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대중이라면 이들의 등장이 꽤나 반가울 것 같다. 이들의 음악에서 '오아시스'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고 밴드 이름이 '스톤 로지스'의 곡 제목과 같다는 사실에서 음악 정체성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국내 밴드의 음악을 듣고 해외 밴드의 음악이 연상된다면, 카피 밴드나 아류라고 단정해야 될까? 아니면 한국에서도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나왔다고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까?

독특한 그들만의 사운드

브리티시 록이 중심을 잡고 있는 이들의 음악은 카피에 대한 의심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정적이고 독특한 이들의 사운드는 오직 그들만의 것이다. 처음 열정과 내공 깊은 연주력을 선보인 이들의 무대를 접했을 때, 멤버 모두 약관의 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영어 가사 일변도인 보컬은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몽환적인 음색과 수려한 멜로디 라인, 그리고 다이내믹한 오르간과 기타 사운드는 이미 이들이 루키의 경지가 아님을 직감했었다.

역시나 몽환적이고 섹시한 리드 보컬 정봉섭의 음색은 고정 팬들을 만들어내며 1,000장을 제작한 EP 'Bye Bye Badman'을 소진시켰고 첫 정규 앨범 'Light Beside You'까지 대박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자기 만족을 위해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그리고 대학 실용 음악과 진학을 희망하던 고교생 정한솔(드럼), 곽민혁(기타), 고형석(키보드), 이루리(베이스), 정봉길(보컬·기타)은 경기도 분당 인근의 음악 학원에서 만났다. 프로 뮤지션을 꿈꾸기보다는 음악이 좋아 뭉쳤던 이들은 곧 친구가 되었고 밴드 '바이바이 배드맨'이란 이름 아래 뭉쳤다.

리드보컬 정봉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TV에 나온 '스매싱 펌킨스'의 노래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남들이 잘 모르는 귀한 노래들이나 잘난 척하기 좋은 노래들을 찾아 듣는 취미가 생긴 그는 중학교 때부터 창작의 물꼬를 텄다. 그에 대해 멤버들은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서울대에 갔을 수재"라고 입을 모은다. 고등학교시절 그는 전교 1.2등을 했던 영특한 아이였다고 한다.

키보디스트 신동 '고형석'

일반적으로 국내 록밴드에는 정규 멤버로 키보디스트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밴드의 음악을 풍성하게 이끌고 있는 키보드 고형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공부해 고2때 '이대리'란 트로트 노래를 발표하며 작곡가로 데뷔했던 신동이다. 그는 친구들의 노래 발표회에 베이스 연주를 도와주러 갔다가 정봉길과 정한솔을 만나 밴드에 합류했다. 고2때 손가락을 다쳐 2개의 손가락을 쓰지 못하는 그는 8개 손가락만으로 키보드를 치며 엄청난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구현하고 있는 놀라운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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