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를 거쳐 '체육관 선거'로 독재정권을 만들어내던 60~70년대를 지나 왔건만 이젠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까지 일어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권력욕에 눈 먼 정치판에선 '표심'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곤 한다. 내년에는 국회의원을 꼽는 '총선'과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대선'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인의 투표 형태는 얼마나 변했을까. 우리는 언제, 어떻게, 무엇에 따라 투표하는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이갑윤 교수(사진)가 민주화 이후 대선과 총선을 모두 분석한 리포트를 '한국인의 투표 형태'(후마니타스 펴냄)라는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2000년대 들어 세대 투표, 이념 투표, 경제 투표 등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 투표의 영향력은 별로 감소하지 않고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투표 참여는 물론 투표 결정에서 직업, 소득수준, 교육수준과 같은 계층 변수는 거의 독립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갑윤 교수는 아직도 한국인의 투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출신 지역과 정당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갑윤 서강대 교수
- 민주화 이후 20여 년 동안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심했다. 투표 형대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남인과 호남인은 물론 충청도 출신조차도 호남 사람을 좋아하느냐, 영남 사람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투표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대 효과는 이념 갈등의 등장으로 2000년대 들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평소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있느냐가 투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대선'과 '총선'에선 어떤 차이가 있나.

"현직 대통령의 인기와 경제 업적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매우 작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 개인의 능력과 도덕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선에선 지역 투포의 강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 지역 외에도 연령 효과가 커졌다. 세대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세대에 따라 정치적 정향과 태도가 다르다. 민주화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 민주화 이후의 진보 대 보수의 밑바탕에 세대 차이가 작용하고 있다. 식민지, 분단과 전쟁, 가난과 혼란, 독재와 산업화, 민주화 등 급격한 정치 사회적 변화 속에서 세대별로 형성된 성년기의 경험 차이가 세대 균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것이 투표에 반영되고 있다."

- 서구적 수준의 민주 사회로 변하고 있지만 서구인들의 투표 형태에서 나타나는 계급 투표는 우리 선거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까지 수입이나 직업과 같은 계층적 변수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다. 계급 투표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나타난다고 해도 전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가 더 진보적이다."

- 올해 10·26 보선 결과를 정치학자로서 분석한다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기본적으로 지역, 세대, 정당 지지, 이념, 정부 업적 평가라는 변수가 작용한 결과였다. 보선에서 야당 후보자의 상대적 선전은 이명박 정부의 낮은 인기가 원인이었다. 후보자 효과는 미미했다."

- 내년 총선과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MB정부에 대한 평가가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차기 대선주자들의 역할과 영향력, 외교 안보나 복지 문제 등 이념적 이슈가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 총선과 대선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이갑윤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주요 요인인 지역, 계층, 이념, 새대 균열에 대한 국민의식 자료를 수집해 정치 균열과 사회 균열의 상호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통계 분석을 통한 실증 연구의 결과물에 우리 사회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