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떼 나뽈레오레 거리를 지나치는 여인의 하이힐 소리는 유달리 또랑또랑하다. 파리, 뉴욕에서 패션 1번지에 대해 운운할 때도 밀라노는 시큰둥했다. 그 도도함의 바탕에는 대성당 두오모,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으로 대변되는 오롯한 예술미가 깔려 있다.

밀라노에 들어서면 옷깃에 힘부터 줘야 한다. 가장 날렵하고 멋진 옷을 꺼내 입은 뒤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 밀라노의 도도함은 여행자들에게도 쉽게 전이된다. 날렵한 허리 라인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슈트를 빼 입은 멋쟁이가 활보하는 도시에서는 스치는 향취에도 얼굴은 상기된다. 밀라노에서는 그렇듯 사람 구경이 다르고 신난다.

계절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쏟아내는 패션 왕국의 상징은 고풍스런 대성당 두오모다. 덜컹거리는 빛 바랜 나무 트램이 거리를 오가는 도시의 정취 또한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오모와 레오나드로 다 빈치

밀라노 주민들은 두오모를 ‘밀라노의 혼’으로 여기고 섬기며 산다. 밀라노 두오모는 독일의 쾰른 대성당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건물이자 가장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밀라노의 대성당 두오모
두오모가 건축된 시기가 암흑기인 중세이고 경제적, 문화적 뒷받침이 없이 이런 거대한 고딕 양식의 성당이 지어질 수 없었음을 감안하면 저력의 도시 밀라노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두오모는 보는 이를 단 한번에 압도한다. 그런 위압감은 감동 혹은 경외감으로 변질된다. 성령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백색 대리석의 외부 벽면은 3,159개의 명인들의 조각으로 장식돼 있다.

두오모의 밖으로 뛰쳐 나오면 예술과 감각이 조화롭게 뒤섞인다. 두오모 광장 앞 비또리오 에마누엘 2세 아케이드는 유리 돔 밑, 우아한 카페와 쇼핑의 공간인데도 예술 작품 속을 거니는 듯하다. 바닥이 프레스코화로 채워진 아케이드 옆에는 밀라노에서 가장 큰 라나센토 백화점이 있고 건축 작품인지 숍인지 구분이 안 가는 우유 빛 거리가 아득하게 이어진다.

밀라노에서는 두오모 외에 또 다른 보석과도 조우한다.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흔적을 더듬는 행위는 세련된 향수 대신 오래된 나무 액자의 향기를 맡는 기분이다.

밀라노 고급 주택가가 밀집돼 있는 마젠타 거리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프레스코화인 ‘최후의 만찬’이란 작품으로 주목을 끈다. 예수의 예언을 듣고 놀라는 12제자의 모습이 담긴 최후의 만찬은 그럴듯한 밀실 대신 수도원의 도미니카 식당에 걸려 있다.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
브레라 지구의 스포르쩨스꼬 성은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건축에 관여한 성으로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야외 발레도 펼쳐진다. 외관은 허름해도 오페라 가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 무대를 갈망하는 스칼라 극장도 밀라노의 예술적 사연을 이어간다.

고상함이 깃든 골목들

밀라노의 도도함은 예술혼 위에서 움튼 지조 높은 패션으로 다져진다. 밀라노가 뉴욕 맨하튼의 5번가와 다른 것은 규모가 아니라 깊이 때문이다.

몬떼 나뽈레오네 거리, 보르고스페소, 델라 스피자 거리 등은 밀라노의 패션을 주도하는 명품 거리로 그중 두오모 인근의 몬떼 나뽈레오네 거리는 쇼핑에 호기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려보는 명소다. 맨하튼 5번가처럼 큰 대로변에 대규모 상점들이 있는 게 아니라 300m의 2차선 골목에 세계 최고의 브랜드 숍들이 늘어서 있다. 아르마니, 프라다, 루이뷔통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본점 역시 이곳에 진을 치고 있다.

거리의 숍들은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일종의 전시장 형태를 띤다. 거창한 인테리어가 아니더라도 작은 창가에 놓여 있는 두세 가지의 진열품이 지나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 숍들의 정책이 ‘아무나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고상함과 엄숙함’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패션의 거리에서 만나는 경찰관들도 옷 매무새에는 한껏 멋이 들어가 있다.

밀라노의 오렌지색 트램
밀라노가 다른 패션 도시보다 독특해 보이는 것은 클래식한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시내의 멋을 한껏 더하는 것은 트램이다. 중앙역 후문에서 출발해 시내를 가로지르는 오렌지색 트램은 도심의 회백색 건물들과 쉽게 어우러진다. 덜컹거리는 트램에 오르면 나뭇결 선명한 긴 의자들이 트램 안에 도열해 있다.

온갖 것들이 조화를 이룬 도시는 숨 쉬는 템포도 자유롭고 빠르다. 거리의 공원에서 동성연애자들의 뜨거운 키스신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F1 대회가 개최되거나 유명 축구팀인 AC밀란, 인터밀란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은 도시는 흥분 속에 휩싸인다. 부를 쌓은 도시는 예술과 다양한 문화에서도 그 도도함을 잃지 않았다. 흥청거리는 패션의 도시 밀라노가 더욱 매혹적인 이유다.

여행메모

말펜사 공항↔중앙역 20분 간격 셔틀버스

가는 길 = 대한항공이 밀라노까지 운항한다. 국제선 전용인 말펜사 공항에서는 중앙역까지 2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 밀라노 중앙역에서 유럽 각 지역과도 촘촘히 연결된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까지 2시간 소요된다.

캐주얼은 코르소 비토리오 에마누엘에 즐비

쇼핑 = 명품 구입을 원한다면 몬떼 나뽈레오네 거리나 델라 스피자 거리를 둘러본다. 명품 숍들의 위치를 설명한 몬떼 나뽈레오네 거리 약도를 인포메이션에서 구할 수 있다. 젊은 취향의 캐쥬얼은 두오모와 연결되는 코르소 비또리오 에마뉴엘에 줄지어 있다.

음식 = 밀라노에서는 이탈리아 와인을 맛본다. 200여종의 이탈리아 와인 중 바롤로, 바바레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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