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의 여인들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를 놓았다. 청실홍실 고은 실로 예쁜 옷을 마무리하기도 하고, 꽃과 새와 산수를 보자기에 옮겨 놓기도 했다.

자수(刺繡)는 바늘에 실을 꿴 뒤 정성을 담아 멋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 전통의 규방 문화다. 조선시대 궁중 수방나인에게 직접 사사한 윤정식 선생의 대를 잇는 자수명장 김현희씨가 임진년을 맞아 서울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1월6일부터 29일까지 자수전 '복(福)을 수(繡)놓다'를 갖는다.

김현희씨는 한국 보자기 자수 분야의 대모로 불린다. 열아홉살 때부터 윤정식 선생에게 수를 놓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1986년부터는 보자기에 집중하고 있다.

어어령은 무엇이나 싸이고, 어디서든 풀어낼 수 있는 보자기를 서양의 가방 문화와 다른 동양의 독특한 문화로 해석했다. 가방이 되기도 하고, 돗자리가 되기도 하고, 가리개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김현희의 작품은 둥근 용 보자기부터 사각 새 보자기까지 다양하다. 전통적인 작품과 함께 자연과 식물에서 얻은 영감을 보자기 위에 예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직접 개발한 색실과 자수용품으로 한 명의 보조자 없이 직접 작업하면서 아름다운 실의 배색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조각보에 치중하고 있다. 크기가 서로 다른 조각을 적게는 수 십장, 많게는 수백장을 연결해 탁월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김현희는 1992년 보자기로 한국전승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1994년에는 가로 세로 4.5cm짜리 청백 비단 조각 128개를 결합한 '화문수(花紋繡) 조각보'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김현희 자수전에선 전통과 현대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한편 롯데 에비뉴엘에선 1월6일부터 2월29일까지 김현희 자수보자기연구회전이 함께 열린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