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 2집이 일본에서 라벨을 붙이고 발매된 적이 있다. 90년대 초반에도 일본의 레이블 '토이스 팩토리'에서 '블랙 신드롬', '크래쉬', '시나위' 등 한국 밴드 음반들을 발매했었다. 백두산의 경우 정식계약이 아니었고 90년대 밴드들은 멤버들의 군 문제로 비자가 해결되지 않아 활동을 못했기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일본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2월에 발매되는 '다운헬' 2집은 세계적 메탈잡지 '번(Burn)' 2월호에 '하이톤으로 힘세게 멜로디를 부르는 보컬은 안정, 기타도 상당히 능숙하다'는 리뷰와 함께 82점의 수준급 평점을 받았다. 리더 마크는 과거 일본 진출을 위해 킹 레코드를 찾아간 적이 있다. '김경호 밴드' 활동 당시 킹 관계자의 큰 관심을 기억했기에 호의적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턴 사원과 10분 정도 인터뷰한 것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발적인 2집 발매제안은 자신도 "의외였다"고 놀라워한다.

마크는 고1때 친구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 자신의 노래 실력에 실망한 이후, 만원을 내면 종일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동네 노래방에 살며 보컬 내공을 쌓았다. 그가 거주했던 구로동에는 밴드도, 창법을 지도해 줄 선배도 없었고, 음악학원에 다닐 가정형편도 아니었다. 고3때 하이텔 통신 동호회에서 밴드 '오리온'의 보컬 구인광고를 보고 종로5가 세화 합주실에 찾아갔다. 여성 밴드 '와일즈 로즈'의 '그대처럼'과 절정의 고음을 구사해야 되는 '스틸 하트'의 '쉬즈 곤(SHE'S GONE)'을 불러 5: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음악 수준이 떨어졌던 밴드는 공연 한 번하고 해체했고, 이후 3년 정도 활동한 밴드 '톰(TOM)'도 음반 제작자가 잠수를 타 팀이 와해되었다. 당시 '나티', '로(LOR)'도 같은 이유로 해체된 밴드들이다.

당시 마크는 김경호 밴드에서 1집부터 5집까지 듀엣 형식의 보컬 활동을 병행하며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아 YG패밀리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공익근무 때문에 밴드를 나온 그는 아르바이트로 밥 배달을 했을 때 '김경호 밴드 보컬 출신'이라 말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내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레이블을 창립했다. 사업과 음악의 병행이 벅찼던 그는 뮤직비디오 카페 '백스테이지'를 운영했던 김윤중에게 레이블을 넘기고 음악에만 전념했다. 2006년 1집 수록곡 '화두'가 제법 성과를 올리자 2007년 신해철이 음악 감독을 한 영화 '쏜다' OST 작업에 여러 밴드들과 함께 참여했다. 시사회 엔딩 무대를 장식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일주일 만에 간판을 내린 영화의 흥행 참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밴드 '다운헬'은 리드 보컬 마크 초이와 리드 기타 알렉스, 여성 베이스트 지효, 세컨드 기타 제이삼, 드럼 미구엘의 5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출중한 비주얼에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숙명여대 작곡과 졸업반 지효는 한대수의 조카다. 중부대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작곡가인 알렉스는 지난 해 화제를 모은 차두리의 '간 때문이야' CF와 자우림 김윤아, 신화 등의 노래 세션에 참여한 탁월한 기타리스트다. 처음 2집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레이지(RAGE)'의 드러머 마이크 테라나(Mike Terrana), '헬로우윈(Helloween)'의 론랜드 그라포우(Roland Grapow) 같은 외국인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크래쉬(Crash)'의 안흥찬까지 참여해 4년간의 녹음 기간을 거쳤다.

1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한글 가사로 구성한 것은 대중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즉 소통 가능한 파워풀한 사운드를 모색한 결과다. 일본 킹에서는 전곡을 영어로 재녹음하길 요청했지만 한글로 발매하는 대신 보너스 트랙으로 '카르마'와 '런 어 웨이'등 3곡을 영어 가사로 추가했다. '카르마'는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와 메탈 특유의 질감이 풍성한 곡이다. '런 어 웨이'도 편안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이다. 80년대의 향수를 되살려주는 보니 타일러의 빅 히트곡' 홀딩 아웃 포 어 히어로(Holding out for a hero)'을 리메이크 버전도 대중을 위한 새로운 시도다.

강력하고 리드미컬한 연주와 고역 보컬이 압권인 '스카이 라인'과 '너만이즘'은 '다운헬' 2집의 지향점이다. 특히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치는 '너만이즘'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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