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믿지 못한다면 교육제도에 뿌리박힌 여러 가지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밝혀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최대한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성인들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연일 학교폭력, 왕따, 자살사건이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한편에서는 땅에 떨어진 교권을 한탄하고 있다. 급기야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보혁 간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고 있는 요즘, '아픈 학교' '아픈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신간 '미셸 리, 잠든 교실을 깨워라' (원제 Bee Eater)는 이런 우리의 물음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미국 최초의 한인 여성 교육감인 미셸 리가 직접 참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집필된 이 책은 그가 무기력에 빠진 워싱턴 D.C.의 교육을 어떻게 놀라울 정도로 바꿔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은 볼티모어 지역의 신출내기 교사 시절부터, 온갖 정치적 편견과 맞서면서 교육개혁을 추진했던 워싱턴 D.C 교육감으로서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미셸 리라는 교육계의 잔다르크가 한결같이 지키고 이루고자 했던 하나의 신념에 기초한다. 그것은 '학교와 교사가 달라지면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이 어떻게 학교와 미국 교육을 바꿨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교육의 현재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산이 될 듯하다.

이 책은 미셸 리 교육에 관한 문제를 다룬 책이기도 하지만 미셸 리라는 한 개인의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교사와 학교가 올바로 설 때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다.

풀뿌리 교사네트워크로 창립된 비영리 단체인 '티치 포 아메리카'를 통해 처음 볼티모어 빈민가 지역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 미셸 리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아이들과의 설전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들은 통제되지 않았고, 그를 선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장 말썽꾸러기였던 아이가 다른 교실로 가면서 유순해지고, 다른 반으로 간 즉시 수업에 집중하며, 질문에 답하려고 손까지 드는 모범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제야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깨달음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더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교안과 교구를 개발하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과 기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 매일 더 나은 스승이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이 변화하고, 학업성취도까지 높아지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이 책은 미셸 리라는 뛰어난 교육가를 통해 교육의 문제 앞에서 우리가 가지기 쉬운 편견과 변화가 어려운 이유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를 믿고, 아이들에게 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학교가 아이를 위해 존재하고, 아이에게 집중하며, 아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교육도 생명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리처드 위트마이어 지음, 임현경 옮김, 청림출판, 1만5,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