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약 3명 중 1명은 평생 살면서 한 번은 암에 걸린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6%로 나타나 있다. 2000년 이후 암 발생률도 연평균 3.4%정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암과 조우할 확률도 더 높아질 것이다.

불가피하게도 암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는 이 때, 일본의 과학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가 암과 마주했던 체험을 바탕으로 펴낸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는 암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생명과 죽음을 깊이 성찰해낸 대중을 위한 의학교양서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독특한 지적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2007년 갑작스럽게 방광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그는 수술 후 미국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암에 관한 최첨단 정보를 수집, 분석해 암의 정체에 객관적으로 접근했다.

2007년 12월 방광암 수술을 마친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의 경험을 월간 문예춘추에 연재했다. 그리고 NHK의 다큐프로그램인 'NHK스페셜' 취재팀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세상에 내놓았다. 일본 최초로 암의 정체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3회분이 추가로 제작됐다. 이후 저자는 문예춘추에 연재한 수기와 다큐멘터리 취재 내용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제1장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는 암유전자 RAS를 최초로 발견한 로버트 와인버거 교수, 암 줄기세포 연구의 1인자인 마이클 클라크 교수 등 세계의 암 권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오늘날 암 치료의 현실과 한계 등을 통찰력 있게 분석했다.

저자는 자신의 방광암 진단에도 흔들림 없이 '인류는 과연 암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짚어간다. 그는 현재 암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약제내성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암과 공존하기를 제안하기도 한다.

'제2장 나는 암 수술을 했다'는 방광암 수술을 마친 저자가 문예춘추에 연재한 수기를 모은 것이다. 처음 혈뇨를 발견하고 단층촬영 등을 통해 방광암 선고를 받았던 순간과 담당의와 나눈 대화 등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어 모든 수술 과정과 수술 후 치료과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대범한 생사관과 삶의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는 삶과 죽음은 끊임없이 이어져 전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말하며 죽음 앞에서도 이성적으로 자신을 생태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접할 수 있을 듯하다. 다치바다 다카시 지음, 청어람미디어, 1만8,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