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출신의 조교사 이희영(왼쪽)씨와 아들 이혁 기수.
대를 이어 말과 함께 경주로를 달리는 부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수 출신의 조교사 이희영(51)씨와 데뷔 2년차 기수로 서울경마공원을 질주하고 있는 아들 이혁(25세)이 그 주인공.

지난 12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1,000m 제4경주에서 '볼타(3세, 암말, 13조 이희영 조교사)'에 기승한 이혁 기수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백운산성'을 따돌리고 놀라운 뒷심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경주는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가 조교사 데뷔 후 통산 500승을 달성하는 레이스였다.

76년 17살의 어린 나이로 기수로 데뷔한 이희영 조교사는 86년 조교사로 변신, 1987년 그랑프리를 제패한 '청하'와 2009년 일간스포츠배를 우승한 '칸의제국'을 배출한 명조교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8월에 데뷔한 이혁 기수는 지난해 10월 마수걸이 첫 승을 포함해 2승을 기록한 지 약 5개월 만에 개인통산 3승과 함께 아버지 이희영 조교사를 현역 17번째 통산 500승 사령탑에 올려놨다.

하지만, 아들로부터 뜻 깊은 선물을 받은 이희영 조교사는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지만, 솔직히 힘든 기수를 시키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500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기수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데 자식한테까지 시키고 싶겠습니까"라고 되물으면서 "혁이는 공부도 잘했어요"라고 했다.

이 조교사는 끝내 자식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그는 "항공기계과를 다니는 혁이가 기수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막고 싶었죠. 그래서 군대를 다녀와서 경마교육원(기수 양성학교)에 들어가면 말 타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덜컥 합격 하더라고요"라고 했다.

그나마 이 조교사가 아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가 말을 타고 훈련시키는데 소질도 있고 즐기기 때문이다. 이 조교사는 "혁이는 새벽 4시에 나와 경주마를 훈련시키는 고된 일도 행복하다고 하네요. 솔직히 전 훈련할 때만큼은 아버지가 아닌 지도자로 대하거든요. 전 경주마에 대해서는 엄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혁이는 잘 따라와요. 말을 좋아하고, 경주마의 숨어있는 능력을 볼 수 있는 기수니까 오래갈 겁니다. 혁이와 함께 다시 한번 한국경마 최고대회인 그랑프리를 제패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혁 기수는 자신의 결정이 당연했다고 설명한다. 10여년 기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조교사로 데뷔해 최고 명예인 그랑프리까지 우승한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 우리집의 바람은 기수인 아버지가 다치지 않는 것이었어요. 열심히 말을 타고 조교사에 데뷔한 아버지가 데뷔 1년 만에 '청하'와 함께 그랑프리를 제패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며 "아버지가 보여준 성실함과 말에 대한 열정이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