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도영 전 MBC PD 신간 '붉은수선화'

반 사실, 반 허구라고나 할까? 사실과 허구가 알맞게 뒤섞인 <붉은수선화>는 최도영 전 MBC PD의 처녀작이다.

<붉은수선화>는 나르시즘에 빠진 종북주의자들을 일컫는다. 수선화는 노랗거나 하얗다. 여기서'붉은'은 김정일에 심취된 사람들을 말하고 수선화는 자기 얼굴에 도취된 김정일 추종세력을 뜻한다.

비록 이 소설에서 아마추어의 냄새가 풍기기는 하지만,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저자의 30년 집념의 산물이다. 방송에서만 30년 간 근무하면서 특유의 정보마인드로 수집한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을 적당히 비벼서 허구로 꾸며낸 것일 뿐이다. 이것을 '팩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을 어느 조직이나 흔히 있는 일이라고 치부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둘째, 저자의 용기가 가상하다. 아무리 글재주가 뛰어나고 소재가 있어도 이를 발표할 용기가 없었다면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취재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심장'이 단련됐기 때문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소설로 발표할 수 있었다.

셋째, 이 책은 정의감이 앞서 있다. '이 세상 다 그런 건데 뭐…'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엄청난 음모와 모략이 드러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직 정의감 하나로 대한민국 방송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내부 사정을 거침없이 공개했다. 결국 <붉은수선화>는 작가의 첫 작품으로서, 비록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영역을 다뤘다.

이 소설에서는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 김정일의 지령 통치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령과 도청과 뒷조사, 미행, 협박, X파일이 음습하게 떠돌고 있는 한국미디어그룹 KMG에 붉은 사상이 스멀스멀 파고든다.

최후에는 종북방송의 몸통 김한철은 용도 폐기된다. 김정일이 자기를 끝까지 지켜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김한철은 청부살인업자의 총알 한 방에 생을 마감한다. 비봉출판사, 1만4,500원.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