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화학구름 켐트레일"유해화학물질 살포 흔적" 음모론자들 주장시민 목격담 美 정부 대응 "오존층 복구물질" 얼버무려켐트레일 출연 후 원인불명 피부질환 발병도

켐트레일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태도는 대중의 깊은 불만과 불신을 초래했다.

항공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하얗고 긴 흔적. 우리는 이것을 비행운(飛行雲)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콘트레일(contrail)이다. 흔한 자연현상이지만 여기에는 언제부턴가 하나의 음모론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평범한 듯 보여도 사실은 특수 목적을 띈 비행기가 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비밀실험을 위해 유해화학물질을 살포한 흔적이라는 것. 그래서 이를 지지하는 음모론자들은 콘트레일을 케미컬 트레일, 즉 켐트레일(chemtrail)로 칭한다.

기다란 띠 형태의 지극히 평범한 비행운에서부터 문어발, 쓰나미, UFO 등 특이한 이름이 붙은 각종 희귀 구름까지. 전 세계 각국에서 올라온 켐트레일의 증거는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구름이 아닌 인간에게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는 유해물질을 살포한 흔적이라는 게 많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형태·색깔 괴상하게 변해

하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행운의 주 발생 원인은 대기 중 수증기의 응결이다. 항공기 엔진에서 배출된 미소물질(nanomaterial)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구름과 같은 형상을 띄게 되는 것. 이는 습도에 따라 비행기의 꽁무니는 물론 날개 뒤쪽에서도 생긴다.

대개 항공기가 3만 피트(9.14㎞) 이상의 고공비행을 할 때 발생하며 고도가 높을수록 흔적도 오래 남는다. 보통의 비행운은 기포가 증발하면서 몇 초에서 몇 분 사이에 사라지지만 1시간 이상 길게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몇 시간, 혹은 몇 일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면? 실제로 하늘에 남겨진 선명한 비행운 궤적이 8시간이나 지속됐다는 목격담도 전해지고 있다. 더 의심스런 부분은 켐트레일로 추정되는 이 구름이 어느 순간 안개처럼 공중에 흩어지면서 청명했던 하늘이 잿빛으로 오염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해당지역 주변의 공기와 빗물에서 갖가지 화학물질이 추출됐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는 물론 학계에서 검증됐거나 공론화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미스터리 추종자들 사이의 '카더라 통신'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사례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당수 전파되면서 그 파급력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는 켐트레일이 음모론의 새 영역으로 부상, 전문적인 추적과 분석활동을 하는 그룹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태다.

이들 그룹의 주장에 따르면 콘트레일과 구분되는 켐트레일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비행운에 비해 흔적이 오래 남으며 몇 시간이 지나면 형태와 색깔 등이 괴상하게 변한다는 게 그것이다.

덧붙여 켐트레일 출현 직전에 의문의 군용기, 헬기 등이 포착됐다는 보고도 있다. 켐트레일을 살포하는 비행체들은 대체로 아무런 표식이나 장식이 없는 흰색 항공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소속은 물론 이착륙 지점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많은 음모론자들은 켐트레일이 주로 분쟁지역에서 가동되는 비밀 무기라고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상에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켐트레일 사진이 유난히 많다. 또 혹자는 미 국방부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방위산업체, 제약회사 등이 얽히고설킨 거대 프로젝트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인류의 효율적 통제를 위한 인구수 조절이나 약물 실험 등 모종의 음모가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극단적이기는 해도 지구인을 지배하려는 외계인의 술책이나 지구 종말의 증거라고 말하는 부류도 있다.

미정부 거대 프로젝트?

이런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이 켐트레일의 배경을 수사하려다 중단했다는 이야기는 켐트레일의 실존 가능성을 증명하는 증거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사건의 과정은 이랬다.

1998년 미국 네바다주에 거주하던 한 시민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의문의 현장을 목격한다.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상공에서 이상한 액체를 뿌려대고 있었던 것. 이를 켐트레일로 받아들인 시민은 액체를 비닐에 담아 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리고 테러 행위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경찰은 FBI까지 동원했고 조사 결과, 그 액체는 정체불명의 미생물로 드러났다.

바로 이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먼저 한창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최초 목격자였던 시민이 숨을 거뒀다.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실려 가서는 3일 만에 눈을 감았다고 하는데 비행체를 뒤쫓으며 미지의 액체를 뒤집어쓴 까닭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 사건은 미 국방부의 대테러 수사본부로 넘겨졌고 얼마 뒤 액체를 살포한 비행체가 미 공군 소속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방부의 수사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군은 정부 차원의 비밀작전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답변을 미뤘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FBI의 내부관계자가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이상한 액체를 뿌리는 것을 목격하면 신고하라는 발표를 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FBI는 문제의 액체 성분이 "손상된 오존층을 복구하는 물질로 보인다"는 애매한 발표를 남기고 사건을 덮어버렸다.

이처럼 엉성한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태도는 대중의 깊은 불만과 불신을 초래했다. 그리고 사회 각계의 해명 요구가 이어졌다. 몇몇 시민단체는 대통령 앞으로 '미 정부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화학적 물질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어 미 의회는 켐트레일과 관련한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2001년 민주당 소속 데니스 쿠치니크 하원의원이 '우주공간 보존법(Space Preservation Act of 2001)'을 제안하며 미국은 우주공간에 기반한 무기를 영구히 금지시키고 관련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여기서 쿠치니크 의원은 생화학적으로 특정 대상물을 손상·파괴시키는 것은 물론 전자기, 음파, 레이저 등 에너지 방사 행위까지 무기로 간주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법안에 적시된 '낯선 무기 시스템(exotic weapons systems)'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기후와 같은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도록 설계된 것, 그리고 지구상의 특정 지역이나 대중의 손상·파괴를 유도하는 것을 모두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음모론자들은 이 조치가 앞선 FBI의 발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법안에는 켐트레일이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 같은 행위를 무기의 일종으로 분류, 금지 목록에 포함시켜 버렸다는 주장이다. 법안은 통과됐을까. 2002년 일부 문항을 고쳐 다시 제출됐지만 결국 사장됐다.

'모겔론스병'급격 증가

그렇다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켐트레일의 성분은 대체 무엇일까. 이것이야말로 켐트레일을 논하며 가장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듯 이에 대해 밝혀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 항간에는 켐트레일 출현 후 대기 중에 잔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거나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나타났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하지만 아직은 루머일 뿐이다.

단지 켐트레일을 추적하는 몇몇 활동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성분은 석면, 알루미늄, 바륨염(barium salts), 토륨(thorium) 등이다. 이 물질들의 인체 유해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건축 재료로 흔히 쓰였던 석면만 해도 현재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적혈구와 백혈구, 더 나아가 바이러스·세균·곰팡이 등의 미생물이 들어있다는 주장이 있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화학적 물질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만일 금속물질과 특정 세균이 함께 방출된 것이라면 이때는 햇빛으로 인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번식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자면 켐트레일이 살포되는 지역에서는 여러 질병이 파생될 개연성이 높다. 수명을 단축하거나 불임, 만성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최근에는 원인 불명의 피부과 질환인 모겔론스병(Morgellons Disease)이 대표적 켐트레일 질병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겔론스병은 몇 년 사이 미국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로 온몸이 심하게 가렵고 피부 곳곳에 상처가 돋아나며 기생충이나 벌레가 살을 파고 나오는 괴질이다. 말기에는 정신 이상 증세까지 보인다고 한다.

마치 호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끔찍한 질병은 한번 감염되면 결코 떨칠 수 없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0.1%가 감염됐다는 통계가 있지만 신뢰성 있는 공식발표는 아니다. 확실한 점은 미국을 기점으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로 계속해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 원인과 경로가 불명확한 만큼 환경 파괴, 유전자 조작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데 어쩌면 켐트레일로 인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켐트레일 유해론은 점차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켐트레일 연구자들은 그 독성을 차단할 나름의 장치를 고안하기도 했다. 이른바 '클라우드버스터(Cloudbuster)'다. 이 장치는 기본적으로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는 장치로서 우주에 충만해 있다는 오르곤 에너지(orgone energy)를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로 변환시킨다고도 한다. 양동이 1개와 기다란 동(銅) 파이프 몇 개, 그리고 크리스털 몇 조각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제작할 수 있다고.

왠지 엉성해 보이는 이 장치가 정말 켐트레일을 제거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켐트레일 연구가들조차 의문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미지의 자연현상

이외에도 켐트레일에 대한 의문은 끝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의문투성이다. 많은 대중들이 켐트레일의 존재에 대해 '설마'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예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거센 비난을 가하는 부류도 있다. 인구 감소나 신약 실험을 위해서라면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상공에 항공기로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것보다 한층 은밀한 방법이 더 많다는 게 이들의 주된 논거다. 고로 켐트레일은 단지 미스터리 신봉자들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이것이 지극히 현실적 판단이다. 그러나 켐트레일과 관련한 목격담과 진술, 자료들을 모두 부인하기도 힘들다. 켐트레일에 대한 가설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제시된 것은 아닐지라도 지금껏 드러난 정황상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상현상에 대한 의문 제기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광대한 자연계에서는 인간이 상상한 것 이상의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연의 섭리로 덮어두고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은 결코 과학이 할 일이 아니다.



박소란기자 psr@sed.co.kr